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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남 탓' 하기 바쁜 식약처장

등록 2017.08.24 10:42:03수정 2017.08.24 10:5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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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남 탓' 하기 바쁜 식약처장

【서울=뉴시스】홍지은 기자 =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에그포비아(달걀공포증)'가 국민 밥상을 덮쳤지만, 정작 주무부처 수장인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마치 이를 남의 일 보듯 하는 것 같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류 처장은 이번 파동과 관련해 제대로 업무 파악도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거니와 총리 탓, 부하 공무원 탓, 전 정부 탓 등 온갖 이유를 갖다대며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있다.

 이를 놓고 야권에서는 당장 해임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섰는데, 평소 같으면 철통 엄호에 나설법한 여당이 이번만큼은 사력을 다해 방어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만큼 류 처장의 처신이 상식 밖이란 생각에서다.

 류 처장은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업무보고에서 "업무 파악이 부족하다"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에 대해 "총리가 짜증을 냈다"고 표현했다. 이개호 위원장이 "짜증이 아니라 질책을 한 게 아니냐"고 재차 확인했음에도 "짜증과 질책은 같은 부분이다. 억울한 부분이 많아서 그렇다"고 말했다. 직속상관인 총리가 지적한 업무 파악 부족의 문제를 단순히 짜증으로 치부해 버린 것이다.

  앞서 살충제 검출 계란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 류 처장은 "국내산 계란은 안심하고 먹어라"고 발언했다가 살충제 계란이 발견되면서 말 바꾸기와 오락가락 행태로 여론의 1차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그러다보니 이젠 야권이 아니라 여당마저 류 처장에 대한 질책 대열에 섰다. 22일 열린 회의에서 유통 단계에 살충제 계란이 발견된 곳이 몇 군데인지 묻는 질문에 '3곳'이란 답변을 얻기까지에 걸린 시간은 20초였다. 박완주 민주당 의원은 류 처장의 답변에 "업무 파악도 제대로 못 한다. 이건 전 국민도 외운다"라며 혀를 찼다.

 그럼에도 류 처장은 남 탓하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정인화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처장의 오락가락 행태 때문에 국민으로부터 엄청난 불신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자 류 처장은 "언론에서 만들어낸 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23일 회의에서도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이 류 처장 태도의 문제를 지적하자 "그동안 직원이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 제가 조직을 개선하겠다"며 직원과 조직의 탓으로 전가했다.

 이번 파동과 관련해 현 정부 주무부처 최고 책임자의 언행을 되짚어보면 '국민은 안심하고 계란을 먹어도 된다'란 것과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로 요약할 수 있다. 답답하다 못해 기가 막힐 따름이다. 앞으로 제2, 제3의 달걀 파동이 발생하지나 않을지 우려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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