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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중단" "자궁에 혹"…릴리안 생리대 피해 주장 속출

등록 2017.08.24 14:3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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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24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피해여성들이 '생리대 전수조사 실시'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2017.08.24.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24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피해여성들이 '생리대 전수조사 실시'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email protected]

월경 감소, 생리불순 등 생리대 부작용 잇따라
"정부, 피해 사례 접수하고 역학조사 실시해야"
"생리대 전 제품 위해성 조사···여성건강 보장"

【서울=뉴시스】박준호 안채원 기자 = "5~6일씩 하던 월경이 하루하루씩 줄더니 이제는 폐경에 이르렀다."(40대 여성)

 "유해물질 없는 광고라는 것만 믿고 몸에 이상이 있어도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랫동안 사용한 생리대가 가장 위험했다니 황당하고 화가 난다."(20대 여성)

 최근 생리대 '발암물질' 검출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특정 제조사의 생리대 부작용에 의한 피해와 고통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한 여성시민단체에서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사태와 관련해 약 47시간 동안 접수한 피해 제보 사례만 총 3009건에 달할 정도다.

 여성환경연대는 24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 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차원의 생리대 성분 분석 및 부작용 실태 조사, 관련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릴리안 생리대 제조업체인 '깨끗한 나라' 측에도 생리대 판매를 즉각 중지하고 전량 수거할 것을 요구했다.

 ◇"1+1 유혹 뿌리치기 힘들어 썼는데···어느날 갑자기 생리가 멈췄다"
【서울=뉴시스】생리대 부작용 피해 관련 보고된 생식질환.(출처: 여성환경연대) 2017.08.24

【서울=뉴시스】생리대 부작용 피해 관련 보고된 생식질환.(출처: 여성환경연대) 2017.08.24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수년 간 릴리안 생리대만 쓰다가 건강에 이상이 생겨 말못할 고통을 겪었다는 피해자들이 자신의 사례를 직접 증언했다.

 40대 여성 A씨는 지난해부터 월경기간이 점차 줄어들어 급기야 1~2일만 월경을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생리가 멈췄다. 그전에는 월경기간이 평균 5~6일이었다. 완경(폐경)으로 보기에는 이른 나이였지만 별다른 의심없이 본인에게 폐경이 빨리 찾아온 것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다 생리대를 바꾼 뒤로는 다시 월경기간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했다.

 A씨는 "드럭스토어 같은 곳에 가면 보통 '1+1 행사'로 할인을 하는데 그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다"며 "특별한 질병이나 유전 질병도 없고 병원을 정기적으로 다닌 적도 없는데 하루아침에 (생리)날짜가 줄어들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왜 내 몸에 대해서 안일하게 생각했을까. 후회가 되고 이렇게 폐경할까 생각이 들어 불안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0대 초반 여성 B씨는 2011년 여름과 2012년 봄에 생리불순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지만 호르몬과 초음파 검사 결과 모두 정상인 것으로 검진됐다. 생리불순뿐 아니라 월경기간도 평균 7~10일에서 3일로 감소했지만 병원에서는 스트레스나 불규칙한 생활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올 봄부터 생리대를 바꾼 뒤로는 월경기간이 예전처럼 7일로 돌아왔다.

  또 다른 20대 여성 C씨는 월경주기가 평균 27~30일이었으나 생리대를 바꾼 후로는 7~8주에서 급기야 3개월까지 늘어났다. 산부인과에서는 원인을 스트레스로 지목했다. 최근 생리대를 교체한 뒤로는 이런 증상이 사라졌다.

 C씨는 "사용감이 좋고 유해물질 없는 순면 제품이라는 릴리안 광고를 보고 3년간 썼지만 몸에 이상이 있어도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사용했다"며 "불규칙 생리 뿐만 아니라 생리량도 변했다. 자궁이나 난소에 문제가 생기면 여성에겐 고질병인데 지금 괜찮더라도 언제 발병할지 몰라 불안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이들은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이상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해왔다. 현재 건강 부작용이 생리대 때문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동희 불꽃패미액션 활동가는 "릴리안은 다른 생리대에 비해 저렴하고 드럭스토어에서 1+1 행사를 진행한다. 저를 포함해 여러 친구들이 저렴한 가격에 끌려 사용한다"며 "상당수가 부작용을 겪었고 자궁근종 제거 수술을 받은 친구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24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20대여성피해자(앞줄 왼쪽 두 번째)가 생식질환 관련 피해사례를 증언하고 있다 . 2017.08.24.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24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20대여성피해자(앞줄 왼쪽 두 번째)가 생식질환 관련 피해사례를 증언하고 있다 . [email protected]

◇생리불순, 생리통, 질염 등 부작용 속출···심한 경우 자궁 수술까지
 
 생리대 부작용을 호소하는 여성들은 이들 뿐만이 아니다. 여성환경연대가 지난 21일~23일 부작용 피해 사례를 접수한 결과 월경혈 및 월경주기 감소, 생리통 심화, 생리불순, 질염 발생 등이 제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제보자 연령대는 10~60대에 걸쳐 다양해 거의 전 연령층에서 부작용을 호소했다. 특히 20대와 30대가 각각 44.1%(1328명), 36.8%(1108명)로 젊은 여성층이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월경혈(생리 양)이 감소한 것으로 응답한 여성은 85.8%(2582명)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월경주기의 변화를 겪었다'는 응답은 65.6%(1977명)였고, 이 중 월경주기가 1~2개월 바뀐 경우는 22.7%(684명)로 가장 많았고, 3개월 이상 변화는 10.3%(311명), 6개월 이상 변화는 12.3%(370명)였다. 

 생리통이 '심해졌다'는 응답도 68%(2045명)로 나타났다. 생리대 사용 이후 피부질환이 생기거나 더 심해된 것으로 응답한 사람은 48.3%(1453명)로 절반에 달했다.

 응답자의 55.8%(1680명)는 릴리안 생리대 사용 후 질염 등 염증 질환을 겪거나 그전보다 더 심한 염증 질환을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뉴시스】전진우 기자 = 24일 옥션, G마켓에 따르면 최근 릴리안 생리대 성분 이슈가 불거지면서 천연흡수체를 사용하는 상품들이나 빨아쓰는 면생리대 등 건강한 제품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생리대 카테고리 매출이 급증했다.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릴리안 제품 사용 후 최근 3년 이내 월경 및 자궁 질환으로 검진이나 진료를 받은 응답자도 49.7%(1495명)였다.
 
 가장 많이 경험한 질환으로는 질염 51.4%(831명), 생리불순 38.1%(616명), 자궁근종 13.5%(218명), 자궁내막 관련 질환 9.8%(159명) 등이었다. 이밖에 부정출혈, 검거나 뭉친 월경혈, 방광염, 배란통, 난소혹, 생리전증후군(PMS) 등이 부작용 사례로 보고됐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건강역학조사가 나오기 전이라서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고는 생각하지만  생리통 등의 생리대 사용으로 인한 불편함이나 어려움 등이 오랫동안 방치돼왔다"면서 "여성 개인의 사소한 문제로 치부받아 대책을 마련해선 안 된다. 이번 사건이 여성건강에 대한 무관심에서 벗어나는 큰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생리대 탓?···여학생은 피임약 먹고, 어른들은 비싼 유기농 생리대 쓰기도
 
 생리대의 유해 성분으로 인한 건강 이상과 피해가 주변에서 잇따르면서 많은 여성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일부 여중고생들은 생리대 부작용으로 생리통이 생기면서 시험을 앞두고 고통을 덜기 위해 피임약을 먹는 실정이다.

 일회용 생리대 유해물질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연출자 겸 방송작가 고혜미씨는 "생리통을 호소하는 수많은 아이들을 만났다"며 "주로 10대 여중고생들이 피임약을 먹었다. 극심한 생리통 때문에 시험을 망칠까봐 주기적으로 약국에서 피임약을 먹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24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불꽃페미액션 김동희(가운데) 활동가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일회용 생리대 전수조사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2017.08.24.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24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불꽃페미액션 김동희(가운데) 활동가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일회용 생리대 전수조사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email protected]


 발암물질을 함유한 생리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는 생리대에도 '유기농' 바람을 몰고 왔다. 천이나 면으로 된 생리대를 직접 만들어 쓰거나 구입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민감한 여성들은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화학성분이 함유되지 않아 피부자극이 덜 한 유기농 생리대를 구입해서 쓰기도 한다.

 고씨는 "10년동안 생리통이 사라졌거나 줄었다고 한 사람들 중 가장 먼저 이야기한 게 생리대였다"며 "천생리대로 바꾸면서 고통이 없어졌다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여성환경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식약처는 피해 여성들의 사례를 접수하고 건강역학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현행 일회용 생리대 허가 기준뿐 아니라 각종 유해화학물질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일회용 생리대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각종 생식독성, 발달독성, 피부 알레르기 물질,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도 포함하라"고 요구했다.

 또 "릴리안 생리대뿐 아니라, 일회용 생리대 제품 전체에 대한 성분조사 및 위해성을 조사해 여성 건강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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