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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의 더블데이트] 이지나·윤일상 "패자부활전 서편제 성공해야죠"

등록 2017.08.25 09:55:31수정 2017.11.14 11: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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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수아(어린 송화 역)·이지나 연출. 2017.08.24. (사진 = CJ E&M·로네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수아(어린 송화 역)·이지나 연출. 2017.08.24. (사진 = CJ E&M·로네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창작뮤지컬 '서편제'는 3전4기의 작품으로 통할 듯하다. 한국 문학의 교과서로 평가 받는 이청준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2010년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4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는데 그간 흥행이 부진했다.

'서편제'는 사실 한국 뮤지컬계의 명암을 동시에 지닌 작품이다. 이지나 연출·윤일상 작곡가 등 걸출한 스태프들이 의기투합했는데, 지난 3번의 공연 동안 작품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제목에서 오는 편견, 뿜어져 나오는 이미지의 한계로 인해 많은 관객들이 찾지 않았다. 스타나 마케팅을 내세우지 않아도, 웰메이드 창작뮤지컬에 관객이 자연스레 들 거라는 희망은 냉정한 쇼비지니스 세계에서는 무색했다.
 
최근 압구정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만난 이 연출은 "이번은 '서편제'의 패전부활전"이라면서 "예매 순위에서 1등은 바라지 않아요. 이런 작품은 버텨야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임권택 감독의 동명영화로 유명한 '서편제'는 어린 '송화', 의붓동생 '동호', 송화를 한 맺힌 소리꾼으로 만들기 위해 억지로 시력을 잃게 하는 아버지 '유봉'의 이야기다.

뮤지컬 초연 당시 '대중음악계 미다스 손'으로 통하는 윤 작곡가가 뮤지컬에 처음 참여하는 작품으로 화제가 됐다. 그는 김범수의 '보고싶다',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 쿨의 '운명'을 만든 작곡가다. 그의 감각 덕분에 '서편제' 넘버들 역시 골고루 완성도가 높다.

일부에서 '서편제'니까 고루한 음악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의심하는 것에 대해 록은 물론 발라드 그리고 재즈 심지어 테크노적인 요소가 들어간 곡들로 그 편견을 산산조각 낸다. 

윤 작곡가가 각 곡을 디지털싱글로 발매하면, 매번 음원차트에서 1위는 따놓을 곡들이다. 이 뮤지컬의 대표 넘버 '살다보면'은 각종 음악회에서 울려 퍼지고 있으며, 3번째 시즌에서 추가된 '마이 라이프 이스 건(My life is gone)'은 처절하게 강렬하다.

이 연출은 "사실 음악만 놓고 따지면, 저희가 엄청난 흥행을 기록해야 한다"고 웃었다. 그는 지난 2014년 3번째 시즌 공연 당시 더 이상 수정은 없다고 못 박은 바 있지만 이번에도 수정을 가했다.

【서울=뉴시스】 예주열 프로듀서, 윤일상 작곡가, 조광화 작가. 뮤지컬 '서편제' 스태프들. 2017.08.24. (사진 = CJ E&M·로네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예주열 프로듀서, 윤일상 작곡가, 조광화 작가. 뮤지컬 '서편제' 스태프들. 2017.08.24. (사진 = CJ E&M·로네뜨 제공) [email protected]

이 연출은 "음악만으로 따지면 굳이 수정할 필요가 없던 작품이에요. 연습실에서 윤 작곡가님의 노래만 나와도 배우, 스태프들이 모두 눈물을 흘린다"면서 "하지만 뮤지컬 콘텐츠로서는 관객들이 '서편제'를 보고 싶어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뮤지컬은 관객과 공감해야 하는 장르잖아요. 계속 고민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뮤지컬은 흥행을 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사장이 되니까요. 근데 '서편제' 제작진은 떼돈을 벌 생각 크게 안 해요. 크게 잃지만은 않았으면 하는 작품이죠. 저희는 (블록버스터인) 영화 '해운대'를 만드는 것이 아니에요. 뮤지컬계 '워낭소리'가 됐으면 해요."

옆에서 가만히 이 연출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윤 작곡가는 "이지나 연출님에 대한 믿음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다"고 했다.

이 연출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라카지' '인 더 하이츠' 등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에서 흥행 감각, '잃어버린 얼굴 1895' '더 데빌' '포에틱' 등 창작뮤지컬로 시적인 연출법을 고루 선보인 대표적인 중견 연출가다. 동명영화가 바탕인 연극 '지구를 지켜라'를 통해서는 위트와 함께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통찰도 보여줬다.

윤 작곡가는 "이 연출님은 천재적인 영감을 갖고 계신다"면서 "계속 수정을 요구하셔서 힘들 때도 있지만 그게 다 수긍이 간다"고 웃었다.
 
이 연출은 뮤지컬 '서편제'를 보지 않은 채, 제목과 소재만으로 무엇인지 다 알 것 같다는 반응이 특히 아쉽다고 했다. "전통소재가 대접을 받았으면 한다"는 마음이다.

그렇다고 한국적인 것에만 갇힌 작품은 아니다. 마냥 우리의 것만 좋다는 식의 일방통행적 관점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시즌에 부각된 동호가 좋은 보기다. 우리 고유의 문화와 서양에서 들어왔지만 우리의 것이 된 문화의 상생이 주제다.

윤 작곡가는 "이런 작품은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런 창작성도 키워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연 중단만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에요. 다른 녹음 일정도 빠듯하지만 몇 달 전부터 이 작품에 매달릴 수밖에 없죠."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광림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서편제' 연습실 언론공개 행사에서 배우 이자람이 열연하고 있다.2010년 초연된 '서편제'는 윤일상 작곡가, 조광화 작가, 이지나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 등 국내 대표 뮤지컬 창작진이 의기투합해 선보인 작품이다. 2017.08.21.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광림아트센터에서 열린 뮤지컬 '서편제' 연습실 언론공개 행사에서 배우 이자람이 열연하고 있다.2010년 초연된 '서편제'는 윤일상 작곡가, 조광화 작가, 이지나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 등 국내 대표 뮤지컬 창작진이 의기투합해 선보인 작품이다. [email protected]

수차례 고민과 수정을 거듭하고 있는 이 연출은 좀 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그는 "저희 작품에 대해 미니멀하고 상징적이라서 좀 어렵다고 하셨던 분들이 있었다"면서 "다만 흥행만을 위해서 제가 처음에 의도한 것을 포기한 건 아니에요. 좀 더 많은 분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윤 작곡가는 아직 산업화가 덜 된 뮤지컬계를 바라보면 자신이 데뷔하던 1990년대 대중음악계 초창기가 생각난다고 했다. "아직까지 형식이 갇혀져 있지 않는 느낌이에요. 일종의 과도기죠. 이럴 때 다양한 장르가 존재해야 해요. 그래서 '서편제'가 중요한 거죠. '서편제'의 제목을 바꾸자는 이야기고 많았고, 기회도 있었는데 모두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브로드웨이에서도 공연할 수 있는 고유명사가 됐으면 하는 꿈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초연 당시를 떠올렸다. 그 때는 출연배우보다 적은 숫자인 관객 7명이 객석에 앉아 있을 때도 있었다. 그 관객들이 공연 중반부터 기립해 울면서 관람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뮤지컬계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 배우, 스태프와 함께 우리 정말 열심히 하자는 이야기를 했고 지금까지 그 마음을 잃지 않고 있어요."
 
이 연출은 "영화는 몰라도 티켓값이 10만원에 이르는 뮤지컬은 제목에 속으면 안 된다"면서 ''서편제'는 제게 가시가 많은 작품이에요. 그래도 제게는 소중한 자존심이자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서편제'는 오는 30일부터 11월5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무대에 오른다. 소리꾼 이자람, 뮤지컬스타 차지연, 국립창극단 단원 이소연 등 걸출한 배우들이 송화다. '남자충동'의 조광화 작가, JTBC '팬텀싱어'로 대중적으로 얼굴을 알린 김문정 음악감독 등 화려한 스태프가 다시 의기투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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