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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 "배우가 더 고통스러워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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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8-31 08:26:30  |  수정 2017-09-05 09: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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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치매걸린 은퇴한 범죄자 역
"건조한 얼굴위해 10kg 빼"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노력한 게 티가 안 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그렇다고 노력 안 하면 그건 100% 티가 나요."

 배우 설경구(50)는 새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을 준비하면서 몸무게 10㎏을 감량했다. 꽤나 고통스러운 일일테지만, 사실 몸무게를 늘이고 줄이는 건 그에게 큰 일이 아니다. '오아시스'(2002)를 하면서 무게를 줄였고, '역도산'(2004)을 할 때는 최대로 찌웠다. 어떤 작품을 만나도 그는 그랬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찌워야 할 것 같으면 찌웠고, 빼야할 땐 뺐다. 그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까 체중 관리는 그가 어떤 배역을 맡으면 시작하는 가장 기본적인 연기 행위다. 이번 작품에서 살을 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는 이유가 더 있었다. 설경구가 무게를 줄여나간 건 그가 연기한 '김병수'라는 인물이 '그럴 것 같아서' '그래야만 하니까' 라는 단순한 이유도 있었지만, '김병수'의 얼굴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던 게 더 컸다.

 "이전에는 상대적을 단순하게 생각하고 살을 찌우고 뺐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죠. 김병수의 얼굴이 궁금했어요.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생긴 사람일까, 그 사람의 얼굴이 궁금하다는 게 큰 이유였죠. 제가 보고싶던 이 사람의 얼굴을 상상하면서 살을 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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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하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연쇄살인마가 주인공이다. 이 인물이 여타의 작품이 그리는 살인마와 다른 점은 그가 이미 17년 전에 연쇄살인을 그만둔 은퇴한 범죄자라는 거다. 게다가 그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서서히 기억을 잃어간다. 이 사람이 바로 설경구가 연기한 '김병수'다.

 그는 "잘 모르겠지만, 기름기가 쫙 빠진 얼굴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는 "식사를 줄이고, 운동을 했다. 대신 근육을 키우는 식의 운동은 하지 않았다"며 "살을 여러 번 뺐는데, 앞서 했던 것과는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 매우 건조해보이는 그런 얼굴이었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아직 영화를 한 번 밖에 보지 못해 영화 속에서 보여준 얼굴에 관한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고 했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설경구의 얼굴을 잡는다. 분명 강렬하다. 그의 얼굴이 이전의 설경구에게서 본 적 없는 얼굴임에는 틀림 없다. 특히 전작인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을 떠올리면 그 간극은 더 크다.

 "아주 흔하게 들었던 말인데, 요즘 이 말을 다시 떠올려요. 배우가 고민하고, 고통스러워야 관객이 풍성하게, 풍부하게, 즐겁고 재밌게 본다는 말이요. 전혀 고민하지 않은 얼굴을 관객에게 보여줄 수는 없잖아요."

 이번 작품에서 설경구의 또 한 가지 고민은 알츠하이머병에 관한 표현이었다. 병의 특성상 실제로 경험하는 게 불가능한 것은 물론 경험담을 듣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 원작 소설이 묘사하는 김병수와 영화 속 김병수는 똑같이 기억을 잃어가는 은퇴한 연쇄살인마라는 설정은 같지만 성격이 다르다. 소설을 참고해 연기할 수도 없었다. 그 또한 알츠하이머 연기에 대해, "조금 암담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고 했다.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건 상상밖에 없었다. "원신연 감독과 자주 이야기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 갔습니다. 대화하고 상의하면서 김병수를 만들어갔어요. 그래서 의상 하나, 헤어스타일 하나에도 꽤나 꼼꼼하게 신경을 썼죠. 제가 원래는 잘 안 그러거든요. 아마 저랑 전에 일했던 스태프들은 '쟤가 왜 저러나' 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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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전작인 '불한당'과 이번 작품 '살인자의 기억법'을 연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 작품으로 꼽았다. 개봉은 '불한당'(5월17일 개봉)이 먼저 했지만, 먼저 촬영을 마친 건 '살인자의 기억법'이었으니 새로운 연기 고민이 이번 작품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터닝포인트라고 거창하게 말할 건 없어요. 그 단어는 나중을 위해 남겨두고 싶습니다. 다만 이번 작품이 저를 긴장하게 만들었던 건 있어요. 절 더 치열하게 만들었어요."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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