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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적인 왕용범식 종합선물센트···뮤지컬 '벤허'

등록 2017.09.01 11:55:17수정 2017.09.01 12: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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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벤허'. 2017.09.01. (사진 = 뉴컨텐츠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초 발데스 & 곤잘로 루발카바. 2017.08.31. (사진 =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벤허'. 2017.09.01. (사진 = 뉴컨텐츠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추초 발데스 & 곤잘로 루발카바. 2017.08.31. (사진 =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말(馬)이 끄는 전차에 올라탄 이는 연출가 왕용범이었다. 뮤지컬계 하반기 기대작인 창작 뮤지컬 '벤허'는 극작까지 맡은 그의 작가적 야심과 뮤지컬의 속성인 상업성이 전차 경주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왕 연출은 루 월러스의 원작 소설(1880)에서 벤허(유준상·박은태·카이)가 자신을 배신한 친구 메셀라(민우혁·최우혁)와 벌이는 아슬아슬한 전차 경주에 출전한 것과 다름없었다.

'프랑켄슈타인' 등 대형 뮤지컬 미다스 손으로 통하는 왕 연출이 상반기 대학로에서 선보인 '밑바닥에서'는 작가적 야심이 도드라지는 작품이었다. 소극장 뮤지컬이었지만 연극적인 요소가 강했고, 탄탄한 드라마가 눈에 들어왔다.

그가 자신의 뮤지컬 인생의 새 막을 열거라 예고했던 '벤허'에서도 드라마가 도드라진다. 암전이 많고 연극적이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소설을 바탕으로 한 동명 영화(1995·윌리엄 와일러)가 거대한 스펙터클을 보여준 만큼 공간의 한계가 뚜렷한 무대에서, 몇몇 장면에서는 시각적인 쾌감을 안겨주기에는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영화에서 유명한 전차 경주 신은 예상대로 턴테이블 무대와 영상 조합으로 승부했다.

웅장함과 박진감을 안겨 주기에는 영화의 아우라가 짙었다. 전차를 끄는 말 인형은 영국 연출가 톰 모리스의 연극 '워 호스' 속 말 인형이 떠올랐는데 움직임은 꽤나 역동적이었다. 

다만 왕 연출은 쇼뮤지컬의 달인답게 근육남들의 군무는 물론 벤허가 훗날 자신의 양아버지가 될 '아리우스'(남경읍·이희정)를 구하는 수중 신을 와이어 등으로 멋스럽게 연출했다.

【서울=뉴시스】 뮤지컬 '벤허'. 2017.09.01. (사진 = 뉴컨텐츠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초 발데스 & 곤잘로 루발카바. 2017.08.31. (사진 =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뮤지컬 '벤허'. 2017.09.01. (사진 = 뉴컨텐츠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추초 발데스 & 곤잘로 루발카바. 2017.08.31. (사진 =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제공) [email protected]

'프랑켄슈타인' '로빈훗' '조로' 그리고 '두 도시 이야기'까지 왕 연출 기존 작품들의 흔적이 조금씩 엿보이는데 자기 복제라기보다 '왕용범 월드'의 종합선물세트 같았다.

무엇보다 이 뮤지컬엔 드라마의 원형질이 있었다. 탄탄한 원작 고전의 힘이 바탕이 됐겠지만, 벤허의 수난과 그에 따른 고뇌가 잘 묻어났다. 벤허의 어머니 미리암(서지영)과 그의 하인이지만 정신적으로 교감하는 에스더(아이비·안시하) 등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단지 남자주인공의 서사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했다.

왕 연출과 콤비인 이성준 작곡가의 넘버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고음을 넘나들면서, 드라마에 복무했다. 종종 배우들의 감정 과잉이 관객들의 이입을 차단할 수 있는 위험도 있으나, 배우들의 호연이 이를 방어해낸다. 특히 앞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예수 역을 맡았던 박은태가 벤허가 돼 예수를 대신해 십자가를 지는 장면에서는 울림을 선사했다.

왕 연출은 고전을 무대로 변주해내는 특기를 이번에도 비교적 잘 살려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뮤지컬이라는 형식을 빌려 자신의 인장을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오는 10월29일까지 충무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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