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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검찰, '거악 척결' 사명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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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9-01 14:15:35  |  수정 2017-09-01 14:2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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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문무일 검찰총장의 검찰 개혁 구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그 첫 걸음으로 문 총장은 형사부 강화 방침을 밝혔고, 반대로 특별수사는 총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개혁은 빠른 속도로 구체화했다. 전국 41개 지청 특별수사 전담 인력을 형사부로 이동 투입했고,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규모를 절반 이하로 축소했다.   

 문 총장의 행보는 일단 호평을 받고 있다. 검찰이 민생과 밀접한 활동에 공을 들이겠다는데 딴죽을 걸 이유가 없다.

 그런데 왠지 공허하다. 큰 구멍이 생기고 있는 느낌이다. 검찰의 존립 이유가 뭘까 싶은 근본적 의문도 든다.

 대검찰청의 홈페이지를 보자. 이런 문구가 있다. "검찰은 거악을 척결해 맑고 투명한 사회를 만든다."

 그렇다. 검찰은 권력형 비리나 대형 부정부패 같은 우리 사회 거악을 찾아내 척결하는 고유의 역할을 지닌 존재다.

 아쉽게도 문 총장의 개혁 구상엔 거악 척결의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 특별수사 총량을 줄이겠다는 방침으로 봐선 오히려 후퇴하는 느낌마저 든다. 문 총장이 인사청문회 당시 "거악 척결 임무는 검찰이 경찰보다 더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 것과도 배치된다.

 그러다보니 검찰 안팎에선 이런 저런 뒷말이 나온다. 이번 특별수사 총량 축소가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것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검찰이 경찰보다 잘 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특수수사 총량을 줄이려는 의도는 짐작이 간다. 그간 검찰은 주요 수사를 벌일 때마다 정치 중립 논란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다. 

 최근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조작 사건이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 등이 그런 경우다.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대지 못한다',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하다'는 비판은 결국 검찰 개혁 논의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거악 척결을 바라는 국민의 주문에 특별수사 자체를 줄이겠다는 답은 오답은 아닐지라도 정답이 될 수 없다.

 문 총장은 특별수사 축소 방침과 함께 권력형 비리 수사의 역량을 담보할 구상도 함께 밝히는 게 마땅하다. 검찰이 형사부 강화라는 명목 아래 거악 척결이라는 과제를 잊은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떨쳐내주길 바란다.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않겠다고 칼을 거둬들이거나 아예 뽑지도 않는 것은 검찰의 도리가 아니다. 권력형 비리가 만연한 우리 사회의 엄중한 현실이 달라지지 않은 만큼, 거악 척결 사명의 무게감은 여전하다. 

 '특수통'으로 불리는 문 총장에게 '검찰의 칼'을 바로 세울 복안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검찰을 주시하는 눈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많아졌고, 매서워졌다.

 kafk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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