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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야드리치 비엔나 공대 교수 "건축은 나이테…서울건축 옳은 방향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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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9-02 19:29:07  |  수정 2017-09-03 04:5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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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서울건축비엔날레 초청 인사 오스트리아 믈라덴 야드리치 건축가 겸 교수가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9.02.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글/손대선·박대로 기자, 사진/최동준 기자 = 9월 서울의 화두는 단연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다. 2일 개막해 오는 11월5일까지 종로구 돈의문박물관마을,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지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전시, 학술대회 등 총 300여 개의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한국에서는 처음 치러지는 건축비엔날레인 이번 행사는 세계 50여 도시, 40여 대학, 120여 기관 등 총 1만6200명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행사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도시 건축의 새로운 화두를 접할 수 있는 기회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도시 건축은 대규모 택지조성과 대규모 아파트 건설이 대세였다. 오래된 것들은 비워지고, 그 자리는 크고 높은 건물들로 채워졌다. 이 과정에서 원주민은 대다수 쫓겨나고 이른바 '토건세력'이 배를 불렸다. 뉴타운 사업이 대표적이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이 같은 도시 건축의 반대편에 자리한 철학을 소개한다. 그래서 행사 주제도 '공유도시(Imminent Commons)'이다.

 뉴시스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개막에 맞춰 서울시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믈라덴 야드리치(55) 오스트리아 비엔나 공대 건축과 교수를 2일 서울시청에서 만나 이번 행사의 의미와 한국의 도시 건축이 나아가야할 바를 물었다.
 
  야드리치 교수는 비엔나 공대에만 20년을 몸담고 있는 인물로 유럽 건축계에서는 자신만의 독특한 철학을 건축에 구현한 인물로 통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승효상(65) 이로재 대표와 비엔나 공대 강단에 나란히 서 동서양 건축의 접점을 유럽의 학생들에게 전하고 있다.

 올해로 4번째 한국을 찾는다는 야드리치 교수는 젊은이들과의 소통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아 강단과 건축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주최하는 재택근무자를 위한 건축 프로젝트 공모에 당선돼 유럽 건축계에 이름을 알린 그는 "그때 했던 실험적 건축의 영감을 지금도 조금씩 떼어서 건축에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자전거를 즐기는 이들을 위한 주거공간을 설계하는 엉뚱한(?)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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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서울건축비엔날레 초청 인사 오스트리아 믈라덴 야드리치 건축가 겸 교수가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7.09.02. photocdj@newsis.com
  야드리치 교수는 유럽 도시들의 현 트렌드로 '탈(脫) 자동차'를 손꼽았다. 
 
  그는 "사람들이 자동차를 포기하고, 자전거로 바꿔 타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며 "비엔나만 해도 10년 안에 시민 3분의 1인 자전거만 타거나 전기자전거를 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덴마크 코펜하겐이나 네덜란드 도시는 이미 저변이 확대돼 있다"며 "이제는 도시에 자동차를 위해 도로를 확장할 필요가 없다. 도로들이 오히려 줄어도 되는 상황이 왔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국, 특히 서울의 경우에는 대중교통 수단이 워낙에 잘 발달돼 있어 이 같은 유럽 도시의 흐름이 좀 더 쉽게 전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야드리치 교수가 최근 수년 새 한국과 자주 찾게 된 것은 각기 다른 문화가 교류하면서 형성되는 '융합'에 관심이 많아서다. 전날 서울시립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는 그는 "확신하는 것은 한국의 문화와 접촉하고 교류함으로써 얻어지는 중요한 변화"라며 "서로 다른 문화의 교류는 교류 이상의 힘을 갖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야드리치 교수는 한국에서의 활동에도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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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에서 열린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개막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개막 선언을 하고 있다. 2017.09.02. photocdj@newsis.com
  그는 "블렘 머커트라는 영국 건축가는 '집을 지으려면, 지으려는 곳에 충분히 살아야한다'고 했다"며 "한국을 방문하고 이해하며 체감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드리치 교수가 사는 비엔나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엔나는 유럽 최고 명문가라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옛 흔적이 건물과 도로에 그대로 남아있다. 한국의 가을 하늘 못지않게 깊고 푸른 하늘은 덤이다. 
  한국사회에서 건축하면 떠올리는 부수고 짓는 행위는 비엔나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야드리치 교수는 "의학이나 화학이 신지식이 발견되면 기존 사실이 완전히 부정되고 새로운 인식을 심는데 반해 건축이란 학문은 마치 벽돌을 한 장씩 놓는 것과 같다"며 "경험이 쌓이고 그 위에 또 다른 경험이 쌓이면서 점진적으로 확장되는 게 건축이다. 이게 건축이 갖는 힘"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건축도 '시간이 만드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서울에 대한 인상은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에너지가 충만한, 움직이는, 역동적인 도시"라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 당선 이래 '도시재생'이 새로운 도시 건축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에 안도했다.

 야드리치 교수는 "서울로7017 등 프로젝트가 있는데 이것은 다른 나라에 큰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서울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이들이 많은 것을 시도하는 것을 보면서 미래에 모범이 될 만한 발전적 모습이 서울에서 계속 될 것으로 생각한다. 서울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중요하다. 승효상 교수나 박원순 시장 등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의 노력과 땀, 참여 그리고 관심이 없다면 이런 일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관심이 없다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움직이는 사람이 없어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서울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드리치 교수는 이번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비엔날레의 시작은 1920년대 이후, 비엔날레라는 틀로 미술의 저변확대를 꾀하자는 것이었다"며 "이런 커뮤니케이션(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이 도시에서 더 많이 일어나야 한다. 건축가에 국한되지 않고, 학교에서 시민으로 도시가 어떻게 발전해야 할지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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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에서 열린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개막식에서 박원순(왼쪽 여섯번째) 서울시장, 승효상(왼쪽 세번째) 운영위원장, 배형민(왼쪽 두번째) 총감독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2017.09.02. photocdj@newsis.com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 가장 주목한 것을 묻자 "어디든 한번 오면 누구든 자기가 원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누가 오든 본인이 보고자하는, 기호에 맞는 것을 찾을 수 있다는 다양성이 이번 행사의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처음 시작한 만큼 '신선함'이 가득 차 있다고 호평한 그는 "인터넷과 SNS등 많은 수단으로 통해 체험이 가능하지만 리얼(실제)은 없다"며 "가상적인 것은 리얼을 절대 대체할 수 없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통해 시민들이 건축의 리얼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건축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한옥'과 '골목길'을 말했다.

  그는 특히 인사동이나 북촌의 작은 골목길을 높이 평가했다.

  "그냥 걸어가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부담이 없어지죠. 그 골목길들은 인위적인 게 아니라 작은 물길처럼 자연스레 생긴 느낌이 나요. 거기서 나는 냄새, 사람냄새···. 저는 서울의 특정한 건축물보다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간의 소통이 중요해요. 사람과 사람간의 소통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져서 집과 집, 그리고 사회가 생겨나는 것이죠."

 한국 건축계에 애정 어린 조언을 부탁하자 "비엔나와 헬싱키는 유럽건축의 2대 축으로써 건축가들이 위상을 인정받고 있는 곳"며 "그것은 이 지역 건축가들이 정치적, 사회적 이슈를 테마화해서 그 결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도 건축가들이 정치적, 사회적 주제에 대해서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그 연결고리, 도시건축이 갖는 함의, 만남 소통에 대해 한국 건축가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러다보면 건축가들의 움직임을 통해 사람들이 건축을 더 많이 수용하고 시민의식은 성장할 것이라 생각한다. 오스트리아는 그 노력의 성과를 지금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국수를 유달리 좋아한다는 야드리치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기자에게 서울에서 가장 맛있는 국수집을 소개해달라고 졸랐다. 기자가 60년 된 종로구 효자동 뒷골목의 한 국수집을 소개하자 당장 가서 맛보고 싶다며 해맑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sds110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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