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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타고 온 시저 '반려견' ···'동물 배우'들 어떻게 대접하나

등록 2017.09.04 10:08:06수정 2017.09.04 10: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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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017 스파프' 개막작인 연극 '줄리어스 시저'. 2017.09.04.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2017 스파프' 개막작인 연극 '줄리어스 시저'. 2017.09.04.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전쟁의 개를 풀어라."(Let Slip the Dogs of War)

'2017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스파프) 개막작인 루마니아 극단 클루지 헝가리안 씨어터의 '줄리어스 시저'(15일~1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는 개(Dog)가 나온다. 줄리어스 시저 곁을 지키는 하얀 개로 엔젤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시저 역의 배우와 실제 함께 사는 반려견이다. 길이 120㎝, 키 98㎝, 무게 40㎏의 다소 큰 체구다. 이에 따라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올 때 좌석은 불가능하고, 동물화물칸을 이용해야 한다. 루프트한자 항공기를 이용하는데 비행기 푯값을 포함한 개 운송비용은 4500 USD(약 500만원)이다.

항공운임, 경유지 체류비, 터미널 핸들링, 검역, 수출 통관, 서류 발급 등은 한국 내 동물병원 및 운송 업체가 대행한다.

입국해서도 개와 관련 챙겨야 할 것이 많다. 한국 호텔은 법으로 반려견 동반이 금지돼 있다. '2017 스파프' 주최 기관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동물이 투숙할 수 있는 호텔이 하나 있긴 하나, 매우 작은 소형견만 된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이로 인해 숙박 공유 플랫폼을 통해 창덕궁 인근에 동물이 투숙가능하며 극장과 가까운 원룸을 구했다. 이 배우와 개가 이곳에 함께 투숙하게 된다.

예술위 관계자는 "관리는 주인이 알아서 자체적으로 해줄 예정"이라며 "물론 건물 안에서 또는 시내에서는 목줄을 늘 착용하고 다니도록 요청을 해놓았다"고 전했다.

개가 원래 먹는 사료 브랜드는 한국에서 구할 수가 없어 비슷한 사료를 찾아 주인의 확인을 받은 후에 주기로 했다. 배우가 숙소와 극장 간 차량은 사양, 배우와 개가 산책하며 다닌다. 극장까지 거리는 약 15분가량.

루마니아 거장 연출가 실비우 푸카레트가 로마공화정을 다룬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바탕으로 삼은 '줄리어스 시저'는 현재에도 통할 권력에 대한 통찰이 단연 관심사다. 하지만 실제 개가 등장하는 장면 역시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연극 '워 호스'. 2017.09.04. (사진 = 영국 국립극장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연극 '워 호스'. 2017.09.04. (사진 = 영국 국립극장 제공) [email protected]

국립오페라단이 앞서 지난 4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화제작인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에도 개 세 마리가 나왔다. 경찰 니키티쉬가 끌고 다니는 경찰견들로 각각 도베르만, 마리노이즈, 셰퍼드 종이었다. 영특한 생김새와 함께 각각 순자, 슈슈, 엘스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개들인데 마지막 부분에 무대를 가로 질러 주목 받았다.

이미 무대에는 개가 등장하는 일이 잦다. 대표적으로 국내 몇차례 공연한 라이선스 뮤지컬 '리걸리 블론드'(금발이 너무해)에는 치와와와 불독이 등장했고, 라이선스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에서도 실제 개가 나왔다. 2008년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토토 역의 강아지는 오디션을 통해 발탁되기도 했다.

2003년 올림픽주경기장에 펼쳐진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에는 말, 낙타에 무려 코끼리까지 등장하면서 화제가 됐다. 실내가 아닌 야외 대형 오페라로 펼쳐져 큰 동물이 등장할 수 있었다.

공연장 내에서 등장한 다른 사례는 없을까. 2012년 대학로에서 공연한 경기도립극단의 연극 '늙어가는 기술'(작·연출 고선웅)에는 실제 노란 털이 보송보송한 병아리가 특별 출연하기도 했다.

실내 공연장에서 동물 자체가 주인공인 작품도 있었다. 2014년 내한공연한 아트서커스 '카발리아(Cavalia)'(연출 노만 라투렐)다. 잠실종합운동장 내 가설극장인 화이트빅탑을 세우고 잘 훈련된 50마리의 말과 30명의 아티스트 및 곡예사들이 협연했다.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말 위에서 애크러바틱을 비롯한 로만 라이드(roman ride·말 등위에 두 발로 서서 타는 기술), 베어백 라이딩(bareback riding·안장 없이 타는 기술) 등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실제 동물이 나오지는 않지만 동물 이상의 감흥을 주는 연출과 아이디어가 넘치는 작품들도 있다. 영국 국립극장이 연출가 톰 모리스와 함께 선보인 연극 '워 호스'에는 실제 말 크기의 인형이 나온다. 남아프리카 인형 극단 핸드스프링 퍼펫 컴퍼니가 제작한 이 정교한 인형은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말 근육 이상의 쾌감과 전율을 안겼다. 

아프리카 동물들이 대거 나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바탕인 뮤지컬 '라이온 킹'은 단순히 배우가 동물의상을 입는 방법 대신, 가면이나 꼭두각시 인형 등을 사용해 영적인 측면까지 조명하는 묘를 발휘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아트서커스 '카발리아'. 2017.09.04. (사진 = 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아트서커스 '카발리아'. 2017.09.04. (사진 = 뉴시스 DB) [email protected]

그럼에도 실제 동물의 무대 위 출연은 라이브 공연의 묘미를 배가시켜준다. 하지만 동물이 매번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다.

국립오페라단의 '보리스 고두노프'에 출연했던 강아지들은 무대 위에서 배변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공연 시작하기 1시간 전에 예술의전당 인근을 산책하며 미리 배변을 보게 했다. 마지막에 달려가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 무대 반대편에 훈련사가 보이지 않는 것에서 먹이를 들고 있어야 했다.
 
예민한 말들이 대거 등장한 '카발리아'의 경우 라이더와 조련사들의 고생은 더 심했다. 라이더와 말이 1분간 안무를 맞추기 위해서는 2시간가량이 걸렸다. 말은 사소한 변화에도 예민하기 때문에 안무가 조금만 바뀌어도 크게 당황해 정교하게 안무를 되풀이하는 것이 필요하다.

'카발리아'에 참여했던 라이더 로라 보브릿(31)은 "공연 시간이 다가올수록 더 예민해지기 때문에 라이더들이 계속 달래는 건 필수"라고 했다.

동물을 대거 출연시켜 배우와 어우러지는 공연을 꿈 꾸고 있다는 업계 관계자는 "동물을 공연에 출연시키는 건 쉽지 않지만 그 만큼 배우와 무대 위에서 하나가 되는 과정은 울림과 감동을 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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