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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한미FTA의 미숙 대응으로 결국 폐기론까지 등장

등록 2017.09.05 08: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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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FTA 폐기 착수 하루 앞으로 닥쳐
 우리나라 협상 카드 부족하고 전략 모호하다는 우려커져

【서울=뉴시스】 장윤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간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이미 물밑에서 FTA에 대한 일부 조항 수정과 재협상을 넘어 폐기까지 준비한 셈인데 우리는 이에 비하면 주먹구구 식으로 대처해온 셈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은 북한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오른 상황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안보적으로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FTA 논의가 이뤄지면 우리가 미국 측에 제목소리를 내기 힘든 것은 당연하다. 미국의 FTA 전략에 우왕좌왕 끌려다니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여전히 "한미FTA는 양국에 호혜적이며 이번 개정협상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당당하게 임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과연 이같은 우리의 통상논리가 얼마나 먹혀들지 미지수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서 대화를 중시해 온 문재인 정부를 한미FTA 폐기 카드로 압박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올 상반기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을 확대하며 미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무역수지를 높이고, 지난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 경제사절단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등 성의를 보였지만 사실상 무위로 돌아가고 있다. 이에 한미FTA 개정협상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쓸 수 있는 협상카드를 미리 써버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정부의 한미FTA 폐기 움직임에 "설령 폐기한다 하더라도 6개월 정도 별도 기한이 있다. 일단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우리는 우리 입장을 충분히 전달할 것"이라며 "(지난 1일) 한미 정상통화에서 한미FTA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양국이 입장차만 확인하자 폐기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FTA 협정문에 따르면 한 쪽이 파기를 통보하고 상대국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협정은 통보날로부터 180일 뒤 종료된다. 통보가 이뤄진 후 30일 이내에 상대방에게 협의를 요청할 수는 있지만 그동안 미국 측 태도를 볼 때 추가 협상 30일 이내에 전향적인 결과를 얻어내기는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실제로는 한미 FTA 폐기 목적보다는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협상을 이끌어가기 위한 압박성 카드란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내 정치, 대북 문제 등에서도 자신의 표현을 수차례 바꾼 적이 있어 이번 발언을 액면 그대로 믿기보다 진짜 속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사회 비난에도 불구하고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마저 외교카드로 저울질하고 있어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도 극단적인 선택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백악관 내부에서 한미FTA를 파기하면 한미 동맹이 훼손되고 한반도 긴장 상황에서 한국 정부를 고립시킨다는 반대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명분보다 실익을 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스타일이 이번에도 발휘될 것이란 시선도 있다.

 이와관련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서초구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서 열린 자동차업계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한미 FTA) 폐기에 따른 문제점들도 정부가 하나의 가능성으로 보고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결정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에서 예단해서 이야기하면 더 많은 분쟁의 소지가 있다"고 말을 아꼈다.

 우리 정부는 그간 "한미정상회담에서 FTA는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양국 어느 나라가 이익과 손해를 보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식으로 대처해왔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눈 앞에는 미국 측의 FTA 폐기 논의까지 와 있다. 지난 보수정권에서 민주당은 FTA 체결을 극렬 반대한 바 있는데, 정말 그런 식으로 귀결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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