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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화가' 오치균 "내려오자 자유로워졌다" 득의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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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9-05 13:35:20  |  수정 2017-09-05 13: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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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기자= 화가 오치균이 2017년 신작 '센트럴 파크'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무엇보다도 신작에 필(feel)이 온게 너무 좋다. 60대를 넘어서 새로운 작업을 할수 있다는게 너무 행복하다."

 최근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만난 화가 오치균(63)이 "뒤돌아보자, 확실히 그림에 변화가 왔다"며 수다꽃을 피웠다.

 "난 센트럴파크를 그렸는데, 누가 아, 저거 한강이에요?라고 묻더라고요? 그 자체가 구상성을 벗어났다는 것. 꼭 추상이 어떻고 구상이 어떻고 치중하는데, 구상을 바탕으로 추상의 본질로 가는거죠. 텍스처와 색만 임파스(impasse)가 되어 있죠. 물론 그동안도 특정장소를 그리지 않았지만 자유로워졌어요. 그 그림(신작-센트럴파크)을 보면서 잭슨폴록같다는 생각도 해봤고, 마티에르가 더 화면에 껴안듯이 강조된 것 같아요. 하하하."

 말이 고팠던 것일까. 1년만에 만난 그는 묻기도 전에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방언처럼 터트렸다. 그의 말을 정리하면 '득의만만(得意滿滿)'이다.

  '산타페 작가', '감나무 작가'로 유명해 미술시장에서 '부자 화가'인 그는 "자유로워졌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는? "가볼만큼 가봤고 뚝 떨어지기도" 했다. 또 환갑을 넘은 '나이'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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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치균, Persimmon II, 2014, Acrylic on Canvas, 162 x 108cm

◇ 추락과 책임감

 10년전 화가 오치균은 확 떴다.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1998년작 '사북의 겨울'이 6억원을 넘기며 낙찰되면서 일약 스타작가에서 블루칩 작가로 등극했다. 경매나 전시에 걸린 작품은 실시간으로 팔려 나갔다.  10년간 경매 낙찰률은 전체 3위(70.06%), 이우환, 김종학화백에 이어 생존작가 최고의 작품값을 구축했다. 특히 '산타페' '감' 작품은 컬렉터들의 소장목록에 '필수템'로 올라 미술시장을 움직였다.

 인생은 호사다마다. '오치균 시대'는 10년후 내리막길을 타야했다. "2006년부터 가격이 올라가더니 2014년부터 가격이 내려왔다. 작품값이 올라갔을때도 당혹스러웠지만 솔직히 내려왔을때는 더 당혹스러웠다."

 단색화가 부상하면서 구상작품은 숨을 죽였다. 불안한 시장논리는 오히려 오치균의 오기를 키웠다. "어차피 팔리지도 않고, 산다고 해도 (작품값을)깎고 장삿속으로 팔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미술관에서 전시를 너무 하고 싶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오치균 그림은 억이고, 강남에 빌딩 있다는 얘기만 하더라. 그러면서 오치균 그림은 상업적이고 대중적이다는 비평이 더 가혹해졌다."

  "내려오면서 반성하고 뒤돌아본 계기가 됐다"는 그는 분명해졌다."왜 상업작가는 그렇게 치부되야하나, 그럼 작가들이 손가락 빨고 비굴해야 하나?" 별별 생각이 많았지만 중요한 건 책임감이었다.

 "내 그림을 몇억씩 주고 사들인 사람들은 바보였나요? 그 사람들은 얼마나 속이 상하겠어요"
 
 책임감이 생기자 판로가 열렸다.

 "감이 팔리고 좋아하니까 나도 자꾸 그리게 된다. 문제는 어디까지 조절하느냐가 중요하죠. 그동안 팝아트, 너무 색이 난무했고, 제프쿤스, 무라카미도 지겨운 시장이 됐잖아요. 세계적인 관심도 단색화로 쏠리고 시장이 이원화됐다가 또 새로운걸 찾아요. 분명한 건 이 세상은 항상 작가를 찾고 있다는 겁니다."

국내에서 관심이 줄자 해외에서 러브콜이 이어졌다. "지난 2~3년간 이렇게 바쁜적이 없었다"는 그는 "이화익갤러리와 아부다비에서 개인전 하고, 아라리오갤러리와 아모리쇼 아트페어에 나갔다. 국내 전시가 끝나니까 해외에서 연락이 오더라. 단색화가 지겹다는 대안으로 찾아오는 행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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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치균.Santa Fe, 1995, Acrylic on canvas, 96x122cm

◇숨겨뒀던 그림 방출···노화랑 '로드 무비'

 지난 2016년 금호미술관 전시후 1년만에 노화랑에서 개인전을 연다. 7일부터 30일까지 '로드무비'를 주제로 한 전시는 상업화랑에서는 이례적으로 비매전시다. 작품을 팔지 않고 보여주기만 하는 전시다.

 "노화랑에서 전시를 한닥 하니 작품값이 '얼마냐'고 묻는 전화가 온다. 비매 전시라고 하니, 노화랑에서 비매를 해요? 라고 의아해 한다"면서 그래서 더 책임감이 있는 전시"라고 했다.

 오치균은 "그동안 감춰뒀던 작품을 끄집어낸 전시"라며 "이번 전시는 내가 뒤돌아보는 전시이자, 오치균의 그림의 맥락을 풍성하게 이해할수 있게 기획한 전시"라고 소개했다.

 여러 종류의 옛날 작품을 꺼내 보면서 "장소(공간-시간성)를 떠나는 여정" 이라고 여겼다.

 어떤 화랑주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림이 달라졌다. "가나 이호재 회장이 전시를 기획하면 민중적인 쪽으로 영향이 가고, 현대화랑 박명자 회장을 만났을때 감이 됐다. 물론 그들이 이렇게 그려라라고 하지 않았지만, 사람을 만난 인연이 내 그림을 변화시켰다"고 했다.
 
 오치균을 '뒤돌아보게하는 이번 전시는 그동안 꼭꼭 숨겨둬 미술시장에 보여준적 없는 그림이다. 각 여행지에서 제작된 대표작만을 선별한 38점을 선보인다.

 오치균의 여행은 그곳에서 한동안 머무르며 작품을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치 주인공이 여행과정에서 일어나는 에프소드로 전개되는 로드 무비 영화처럼 이번 전시 작품도 그동안 여행속에서 제작되었던 것들을 재구성했다. 손가락으로 그려 물감이 덕지덕지한 그림은 달라진게 없지만, '비싼 그림'이 아닌, 50평생 그림만 그려온 오치균 그림의 맥락을 살펴볼수 있게 꾸몄다.

 그는 "현재 나는 어느때보다 에너제이틱하고 열심히 그리면 된다"면서 "행복하다"고 했다.
 
"60쯤 되면 신체가 아무리 건강해도 노년기에 접어들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있다. 뉴욕가서 센트럴파크를 그려도 고향 같고, 산파페를 그려도 고향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이탓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전에 사북을 그리려면 사북으로 들어가 사북의 느낌을 표현하는게 주안점이었다면 지금은 뭘 그려도 나의 내면을 그리는 것"이라며 "그림이 다 똑같아지는데 형식만 달라진다. 구상성을 바탕을 두고 해온 것에 형태가 흐려지는 형태로 가는 개념이 정리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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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화가 오치균이 지난 작품을 돌아보는 '로드 무비'전을 노화랑에서 펼친다.

  "신작이 난 맘에 든다. 이것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예전에 그림이 좋다고 칭찬받으면 그냥 그럽습니까 했는데 지금은 내 자신이만족한다. 현재 작업이 불확실하면 사기당하는 것보다 더 힘들지요."

 그가 자신감을 보이는 신작은 이번 전시에 딱 한점 나와있다. 노화랑 정면에 걸린 120호 크기 작품은 구상같기도, 추상같기도 한 밝은 색감의 그림이다.

 작품 제목은 '센트럴 파크'로 2016년 금호미술관에 나왔던 뉴욕시기 작품이 업그레이드됐다.

 마티에르가 풍성한 그림은 상상력과 회화의 묘미를 선사한다. '어찌보면 나뭇가지 같은데, 누군가는 강줄기로, 또 누구에게는 꿈틀거리는 용으로 보기도 한다. 동양화 부감법처럼 항공에서 본듯한 그림같기도 하다.

 '감나무 작가'로 국내 미술시장을 달군 오치균 그림이 구상이냐 추상이냐는 이분법적 접근은 올드해졌다. 발렌티노, 뤽오웬등 명품으로 패션을 스타일링할 정도로 '부자 화가'인 그는 이제 자유를 찾았다. 전시는 30일까지.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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