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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산축소 초읽기···국내 금융시장 충격 오나

등록 2017.09.10 06: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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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산축소 초읽기···국내 금융시장 충격 오나

환율 상승·외인 자금 유출·금리 상승·채권 값 하락 유발
충격 제한적 전망 지배적···"美 자산축소 속도 느려질 것"
IBK증권 "1%p 금리 상승 불가피···금융시장 흐름 바꿀 수준"
한은 부총재보 "기민하게 대응할 다양한 정책 수단 있다"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오는 19~20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보유자산 축소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9월 FOMC에서 보유자산 축소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대신증권 박형중 연구원은 "미국 경기의 안정적인 흐름을 감안할 때 연준이 9월 FOMC에서 보유자산 축소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트럼프 불확실성이 부담이지만 최근 미국 경기 개선세를 고려하면 9월에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도 '하반기 미국 경제동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 시기로 9월을 전망한 바 있다.

연준이 보유자산을 축소한다는 것은 시중에 풀린 돈을 다시 거둬들이는 긴축정책을 의미한다. 사실상 기준 금리를 인상한 것과 같은 효과가 생기게 된다.

미국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때부터 약 9년에 걸쳐 보유자산 확대를 통해 약 4조5000억달러(약 5100조원)를 시중에 풀었다. 이번 9월 FOMC를 시작으로 시중에 풀었던 돈을 점차 회수하기 시작하는 셈이다.

연준은 만기 도래 증권에 대한 재투자 규모를 줄임으로써 보유자산 규모를 점차적으로 축소해 나갈 방침이다. 시장 충격을 감안해 월 100억달러 규모로 시작해 점차 폭을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1년이 지난 시점에는 월 500억달러 수준으로 늘어난다.

연준의 자산 축소는 미국 내 장기물 채권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을 유발하고 한국을 비롯해 신흥시장에서는 주식·채권 투자금이 유출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자산 축소는 달러의 양이 줄기 때문에 달러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달러 가치 상승이 예상될 때 신흥국 통화를 갖고 있으면 손해가 생기기 때문에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많아져 달러 강세가 이어진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윤석 국제금융연구실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차익거래유인이 점차 줄어들면서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며 "국내 저금리 지속으로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투자가 확대된다면 원·달러 환율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미국이 자산을 얼마나 빠른 속도로 그리고 얼마나 많은 규모를 축소하느냐에 따라 금융시장이 받는 충격이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시장에서는 보유자산 축소 규모가 최소 1조2000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말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보유자산 축소 규모는 1조2000억~2조1000억달러 수준, 2020~2021년 중에 보유자산 축소가 종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과 국내 채권·주식시장의 자금 유출 등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에 대해 전문가들의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하이투자증권 진용재 연구원은 "미 연준이 9월 자산축소를 발표한다 하더라도 달러는 추세적 강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9월 자산축소 시기는 이미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는 이슈이고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이머징 금융시장 안정 등 달러약세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아직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IBK투자증권 정용택 연구원은 "연준의 유동성 축소 조치로 인한 금리 상승 폭이 시장 기대보다 훨씬 클 수 있다"며 "1%포인트 조금 넘는 수준의 금리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의 금리 상승은 지금 경제 및 금융시장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재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통화 긴축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게 이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래에셋대우 박희찬 연구원은 "현재 계획대로라면 1년 후 시점의 연 6000억달러 수준으로 자산축소가 이뤄지게 되는데 현재 미국의 연간 M2 증가분이 6500억달러 내외임을 고려할 때 그 부담이 작지 않지만 인플레이션 수준을 감안할 때 자산축소 증액은 계획된 속도보다 상당히 느린 속도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 박형중 연구원도 "트럼프 불확실성 확대와 정책 기대감 약화, 잭슨홀 미팅에서 새롭게 강조된 금융규제 유지, 고용 안정에도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 물가는 모두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경로 설정에 고민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통화긴축속도가 예상보다 더 느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조만간 발표될 자산 축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은행 전승철 부총재보는 지난 8일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해 "가까운 미래에 진행될 또 다른 테이퍼텐트럼은 주요 관심사항 중 하나"라며 "한은은 경계심을 가지고 기민하게 대응할 다양한 정책 수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 내놓은 통화신용보고서에서 한은은 우리나라의 양호한 대외건전성, 견조한 외국인 증권 수요 등을 감안할 때, 자산 축소 이후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자본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다만 미국 장기금리가 상승할 경우 국내 금리가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 연준 보유자산 축소 이후 미국의 장기금리가 연평균 12∼14bp(1bp=0.01%p) 상승한다고 가정할 때, 국내 장기금리는 7bp 내외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른 국내 성장률의 하락폭은 최대 0.02% 포인트 수준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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