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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번 버스 사건 '맘충' 논란까지 비약···"2차 피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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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9-13 18: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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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가 상황 오판·과장해 인터넷 글 올려
버스기사, 순식간에 온라인서 비난 뭇매
CCTV 영상 등 확인되자 아이 엄마가 타깃
"전형적 SNS 폐해···2차 피해 확대 막아야"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시내버스 기사가 어린아이만 내려놓고 엄마를 태운 채 출발해 논란이 된 '240번 버스' 사건과 관련해 온라인에서는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사건 당시 버스에 함께 타고 있었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알려지면서 초반에는 버스기사에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버스 외부 폐쇄회로(CC)TV 영상과 서울시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비난의 화살이 아이 엄마에게 향하고 있는 상황이다.

 목격자가 상황을 오판하고 과장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린 글이 부당하게 피해자를 만들고 심지어 여성혐오의 빌미까지 주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운전기사, 버스 출발 후 하차요청 인지"

 사건 당일인 11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서울시버스운송조합 게시판 등에는 "미어 터지는 퇴근시간에 5살도 안 돼 보이는 여자 아이가 내리고 바로 여성분이 내리려던 찰나 뒷문이 닫혔다"며 "아주머니가 울부짖으며 문을 열어달라는데도 (기사분이) 무시했다"는 항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다음 정류장에서 아주머니가 울며 뛰어나가는데 (기사가) 큰 소리로 욕을 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 글이 온라인 공간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급속도로 퍼지자 시민들은 공분했고 서울시는 12일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해당 기사의 경위서와 내부 CCTV 등을 조사한 서울시는 "운전기사는 아이 어머니의 하차 요청을 버스가 출발하고 난 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버스가 정류소에 도착한 후 약 16초간 정차하는 동안 아이 3명을 포함한 10여명의 승객이 하차했다. 아이 1명이 다른 보호자와 함께 내리는 아이 2명을 따라 함께 내렸고 아이 엄마는 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이 어머니가 하차를 요청했을 때 이미 버스가 건대입구 사거리를 향해 4차로에서 3차로로 진입한 상태였다"며 "사고 위험이 있어 기사가 다음 정류소에서 내리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아이 엄마 울부짖었다더니···과장 폭로 처벌 여론까지

 사건이 알려진 초기 버스기사가 몹쓸 사람으로 둔갑한 데에는 목격자의 진술이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부 CCTV가 공개되면서 이 사건을 둘러싼 분위기는 급변했다. 5살도 안 돼 보인다는 아이는 7살이었고 떠밀려 내려졌다기엔 자발적으로 내린 듯한 발걸음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버스기사의 딸이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이 "아주머니께서 울부짖었다고 쓰여져 있으나 과장된 표현"이라며 "저희 아버지는 승객의 말을 무시하지 않았고 욕 또한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머니가 다음 정류소에 내리면서 욕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면서 인터넷 공간에는 허위 유포한 목격자에 대해 처벌을 하라는 여론이 팽배한 상황이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비난을 받는 것은 물론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서도 청원이 진행 중이다.

 사건의 목격자는"아기 엄마한테만 초점이 맞춰진 상태에서 상황을 잘못 판단했다. 아기엄마 목소리가 다급하기에 울부짖는다는 표현을 쓴 것이다. 기사님을 오해해 글을 쓴 점에 대해 사과 말씀을 드린다"는 해명 글을 올리고 해당 커뮤니티를 탈퇴한 상태다.

 ◇"아이 제대로 못 본 책임" 어머니에 비난 쇄도

 CCTV와 서울시 조사결과 등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아이 엄마가 주의 의무를 등한시해 피해자가 양산됐다며 '맘충'이란 표현까지 동원하고 있다.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때부터 아이의 안전을 함께 걱정한 '맘카페' 회원들의 박탈감도 심해지는 모습이다.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단 아이디 'loga****'는 "애 간수 못하고 내리는지도 뒤늦게 알고 소리만 지르는 맘충 탓이지 규정대로 행동한 기사 탓이냐"고 반문했다. 

 여성 회원의 비중이 높은 네이버 카페 '레몬테라스'에도 "자기 애면 자기가 손 붙잡고 있어야지, 맘충이란 단어 싫지만 처음으로 이 단어에 수긍이 가기 시작했다"는 댓글이 달렸다.

 아기엄마들이 주로 모이는 지역카페에서는 "240번 버스와 '맘충'이 연결되는 것을 보고 씁쓸하다", "아기 엄마도 사람이니 실수할 수 있는데 왜 개념있는 엄마들까지 맘충이라는 혐오스러운 단어를 들어야 하는지 슬프다" 등의 의견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아이 어머니에 대한 비난을 넘어서 사건이 최초로 유포되기 시작한 여초카페 전체를 싸잡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최초 유포자가 다음의 한 여초카페 회원으로 알려졌고 자극적으로 쓰여진 글에 자녀가 있는 많은 여성 회원들이 동조하면서 일을 키웠다는 것이다. 일부 회원은 서울시 다산콜센터 등에 민원을 넣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글을 올린 뒤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 쾌감을 느끼게 되는 대표적인 SNS의 폐해"라며 "선의로 글을 올렸더라도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글을 사실처럼 올려놓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곽 교수는 아이 엄마에 대한 비하가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선 "일종의 2차 피해"라며 "인터넷 발달의 부작용이 너무 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누구에 대해서든 비난을 쏟아붓는 것에 대한 통쾌함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다.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면 상대방이 괴로워하기 때문에 심한 말은 잘 못하는데 글을 쓰면 공격성향이 6~7배나 높아진다는 얘기도 있다"며 "시민의식의 성숙과 규제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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