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보물찾기 하듯 들려준 말러 5번···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
【서울=뉴시스】 차기 베를린필 음악감독인 키릴 페트렌코, 러시아 출신 유대계 지휘자. 2017.09.14. (사진 = 빈체로 제공) [email protected]
페트레코는 자신의 첫 내한공연에서 매 악장마다 감춰졌던 악기 음색의 얼굴을 꺼내 보였다. 러시아 출신인 그는 무대 왼쪽에 더블베이스가 자리하는 독일식 오케스트라 배치에서 독일식 정교한 소리를 탁월하게 뽑아냈다.
정밀하고 교묘해 압도적이라 소문난 말러의 교향곡 5번을 능숙한 솜씨로 직조해냈다. 무엇보다 70분이 넘는 대곡이 전혀 지루하지 않고 선명했다.
정확한 음을 짚는 1악장의 금관부터 반짝반짝 빛을 발했다. 이 악장은 장송 행진곡으로 시작하지만 우울함과는 거리가 멀고 위풍당당했다. 2악장에서도 금관의 울부짖음은 여전했고, 거기에 적당한 운동감을 안고 부드럽게 밀려오는 현악이 안정감을 더했다.
【서울=뉴시스】 차기 베를린필 음악감독인 키릴 페트렌코, 러시아 출신 유대계 지휘자. 2017.09.14. (사진 = 빈체로 제공) [email protected]
특히 피날레인 5악장에서 여러 악기와 다채로운 화성을 하나로 수렴하는 집중력과 그 사이에 켜켜이 쌓인 감정을 폭발시키는 힘이 어마어마했다. 곡이 끝나자마자 2000여석을 가득 채운 객석에서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올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쏟아진 환호 중 최고의 함성도 함께 했다.
오케스트라의 탄탄한 실력도 한몫했지만 페트렌코는 이날 왜 자신의 현재 가장 핫한 지휘자로 알려졌는지를 한국 데뷔무대에서 단숨에 입증했다.
【서울=뉴시스】 키릴 페트렌코 & 바이에른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BS). 2017.09.14. (사진 = 빈체로 제공) [email protected]
페트렌코는 상당히 내성적인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언론과 인터뷰를 지극히 꺼린다.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포디엄 위에서 그는 쾌활했다. 골방에 틀어박힌 외골수 연구자라기보다, 곳곳에 숨겨진 보물을 찾는 호기심 가득한 "탐험가"(한정호 음악평론가)였다.
지휘 역시 역동적이라 연신 땀을 흘렸다. 2악장과 3악장 사이에서는 손수건을 꺼내 꽤 오랫동안 땀을 닦기도 했다. 관악기의 트릴(연속 꾸밈음)이 계속될 때 두 팔을 하늘 위로 부드럽게 솟구치는 모습은 마치 발레리노 같기도 했다. 연주는 정확한 안전 운행이었는데 지휘 자세는 곡예 운전에 가까웠다.
【서울=뉴시스】 이고르 레비트, 러시아 태생의 독일 피아니스트. 2017.09.14. (사진 = 빈체로 제공) [email protected]
내한에 앞서 페트렌코에 다소 가려졌으나 이날 1부에서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협연한 러시아 태생의 독일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30) 역시 충분히 눈길을 끌 만했다.
그의 연주는 섬세하고 서정적이었다. 앙코르로 들려준 쇼스타코비치 발레모음곡 제 1번은 단순하고 소박했지만, 콘서트홀에 투명하게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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