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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령의 Book소리]응급실 '만약은 없다'…남궁인의 '지독한 하루'

등록 2017.09.14 13:36:14수정 2018.04.13 12:5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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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령의 Book소리]응급실 '만약은 없다'…남궁인의 '지독한 하루'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제가 하는 일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어요.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어요."

메스를 잡던 손으로 또 다시 펜을 들었다. 지난해 '만약은 없다'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씨가 두번째 산문집 '지독한 하루'(문학동네)를 냈다.

1분1초에 환자의 생사가 갈리는 응급실에서 느끼는 인간으로서의 고통, 환자가 사망한 순간에 겪은 고뇌와 번민이 절절히 담긴 책이다.

남궁인씨는 고려대 의대 졸업 후 고려대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취득, 현재 이대목동병원 임상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먼저 응급실 이야기를 꺼냈다. "다행히 어제 아무도 안 죽었다"며 "죽을 뻔한 사람이 2~3명 있었는데 기적적으로 살려냈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너무 놀라 자세히 물으니 "응급실에서 당직을 서고 왔다. 어제 출근해서 아까 전에 퇴근했다"고 했다.

빡빡한 스케줄에 24시간을 꼬박 근무한 후 기자를 바로 만난 것이다. 피곤할 법도 한데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지었고 겸손했다.
[신효령의 Book소리]응급실 '만약은 없다'…남궁인의 '지독한 하루'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사람들을 돌보고 싶어 응급의학과를 택했지만, 옛날부터 글 쓰는 사람이 되려는 마음이 있었다"며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편, 많으면 매일 하나씩 평소에 늘 적었어요. 작가가 되기 전부터 이미 몇 천 편의 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감정을 담아 문장으로 만들어놓은 기록들이라 다시 보면 그 때 감정이 살아나요."

생생함과 엄숙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응급실에서의 상황은 그의 뛰어난 필력을 짐작하게 한다.

절체절명의 순간, 의사의 판단력·결단력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래서인지 '지독한 하루'는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판단내려야 했던, 의사로서의 치열한 고민이 뜨겁게 읽혀지는 작품이다.

"순간 나는 모든 환자들이 나를 괴롭게 만들기 위해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괴로움을 감내하는 일이 내가 평생 해야 할 일이었다."(19쪽)

"나는 아들에게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전했다. 그는 피를 뒤집어쓴 내가 깊은 피로에 절어 있는 모습을 보자마자 그 사실을 절감하곤,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오열하기 시작했다."(232쪽)
[신효령의 Book소리]응급실 '만약은 없다'…남궁인의 '지독한 하루'

2013년 5월 페이스북에 쓴 '흉부외과의 진실'이라는 글은 SNS상에서 공유되며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팔로워가 3만명이 넘는다. 페이스북 친구는 최대 한도인 5000명에 달하는 등 유명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글 쓰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글쓰기 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어렸을 때 책을 좋아해서 굉장히 많이 읽었다. 문학도 좋아하고 시도 좋아했다. 누가 시키지는 않았지만 혼자 매일 같이 글을 썼다."

그는 "글쓰기는 매번 괴롭지만 재미가 있다"며 "앞으로 연애 에세이, 여행기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학생때 방학이면 틈틈이 해외에 나갔어요. 거의 세계 일주를 했는데 지금까지 약 40개국에 가본 것 같습니다. 기록했던 것도 다 있고, 여행기를 좀 감성적으로 풀어내고 싶어요."
[신효령의 Book소리]응급실 '만약은 없다'…남궁인의 '지독한 하루'

오랜 시간 쌓아온 내공과 문학적 감수성이 빛을 발하면서 방송계의 핫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올해 초 KBS 2TV 퀴즈프로그램 '1대 100'에 출연, 최후의 1인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JTBC '말하는대로', '비정상회담', '잡스' 등에 출연했으며, OtvN 프리미엄 특강쇼 '어쩌다 어른' 강연자로도 나설 예정이다.

출판계에서도 가장 핫한 인물이다. 지난달에는 4주 내내 동네책방 투어에 나섰으며, 지난달 22일에는 북토크가 네이버 V앱을 통해 생중계되기도 했다.

'오후 2시'라는 낮 시간대였음에도 불구하고, 1시간 동안 생중계되는 동안 V앱 누적 시청자수는 약 1만3260명, V앱 하트(호응도)는 8700개를 돌파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 일"이라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냥 저 개인의 인생 이야기일 뿐인데, 그런 것들이 사람들한테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는데, 지금은 위로를 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에 힘쓰고, 그 은혜에 보답하며 살겠습니다."
[신효령의 Book소리]응급실 '만약은 없다'…남궁인의 '지독한 하루'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그의 바쁜 일상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해 여러가지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음카카오와 함께 '스토리펀딩'을 10월14일까지 진행한다. 그의 스토리 펀딩은 '응급의 남궁인의 지독한 하루'라는 이름으로 지난달 24일 시작됐다.

그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도 가난해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기획했다"며 "총 6주에 걸쳐서 연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4화 연재만으로 9월14일 현재 목표 금액(300만원)의 262%를 달성하며 성공적으로 펀딩이 진행 중이다.

남궁씨는 아동국제구호개발 NGO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 '한 아이' 캠페인 서포터로도 나섰다. 그는 스토리 펀딩 기금의 일부를 '한 아이' 캠페인에 기부하고 같은 금액을 사비로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기자가 "좋은 일을 많이 하신다"고 말을 건네자 "아. 부끄럽네요"라며 끝까지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신효령의 Book소리]응급실 '만약은 없다'…남궁인의 '지독한 하루'

향후 작품 계획에 대해서는 "책 읽는 것을 굉장히 좋아해 일기처럼 쓰는 게 습관이었다"며 "독서 일기를 모아서 출간하기로 했다. 초고는 이미 완성해 출판사에 낸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단은 세번째 책인데, 출간 시점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어요. 저도 어떻게 보면 일반 직장인이니까 시점 자체가 편하게 맞춰질 수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저라는 사람이 무슨 책을 읽고 어떤 느낌을 받고 사유를 확장하고 있는지 그런 것을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네요."

훗날 어떤 의사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묻자 진지한 답변이 돌아왔다.

"제 위치에서 접근할 수 있는 최신의 의술로 환자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하는 의사이고 싶습니다. 신체적으로 아픈 곳만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적인 면도 보듬어줄 수 있는 의사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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