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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아이 하나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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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9-15 13: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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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수윤 사회정책부 기자 =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힐러리 클린턴이 인용해서 유명해진 아프리카 속담이다. 요즘 부쩍 흉폭해진 아이들과 이들이 만들어내는 폭력을 돌아보면 더더욱 가슴에 닿는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을 시작으로 강원도 강릉과 충남 아산에서 발생한 '10대 집단 폭행 사건'이 급기야 소년법 개정 필요성으로까지 치달았다. 소년법 폐지를 주창한 청와대 청원에 동조한 사람은 26만명을 넘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10대들의 폭력이 '심각하다'는 말 이상으로 진행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자에게도 '20여년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초등학교 6학년 당시 하굣길, 인적이 드문 학교 뒷골목에서 여학생 한명이 시멘트바닥에 눕혀진 채 같은 반의 남학생과 여학생 여러 명에게 둘러싸여 맞고 있었다.

 여학생은 길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있었고, 그 학생의 몸 위로 다른 아이들의 운동화 발이 마구 날아다녔다. 10대 초반 아이들에 의해 자행된 '집단 린치'

 하굣길의 다른 초등학생들이 이 모습을 보며 발을 동동 굴렀지만 누구도 나서서 말릴 힘은 없었다. 결국 동네 주민이 학교에 알리면서 일단락됐다. 다음날 피해 학생의 부모가 학교로 찾아오고, 가해 학생들이 교무실로 끌려와 피해 여학생에게 사과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해 학생들은 반성문을 쓰고, 한 달간 학급 청소를 했다고 한다.

 피해 여학생은?
 집단 린치 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2학기 때 가족과 함께 결국 해외로 이민을 떠났다.
 
 학원 내, 학교 밖 청소년들의 폭력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좀 더 엽기적이고, 좀 더 흉포화됐고, 좀 더 잔인해졌다는 점 정도.

 이번 강릉 사건 가해자들은 '미성년자라서 처벌을 적게 받는다'는 법률 지식도 미리 알고 있었다고 한다. 어른만큼, 어쩌면 어른보다 더 영악한 10대들에 대해 '미성년자 처벌 연령을 낮추고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소년법 폐지론은 확실히 타당한 논의 대상이다.

 문 대통령까지 나설 정도가 됐으니...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법무부 등 관계부처들은 소년법 개정을 밀어부칠 움직임이다.

 근본적인 질문 하나.
 법이 개정된다면 학교폭력은 줄어들까.
 소년법 개정이 학교폭력이나 소년범죄의 완전한 대응책은 될 수 없다.

 원점에서 다시 짚어볼 대목들.

 '괴물의 모습'이 확실하게 포착돼야 포획을 하든, 격리를 하든 아니면 보호와 교육을 하든 대책이 마련된다. 학교 폭력, 청소년 범죄 실태, 피해자와 가족의 2차 피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수위 등 전반적인 부분을 파악해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30만명의 '학교 밖 청소년'들이 골목 골목을 차지하고 있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sho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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