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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말고' 인터넷에 올리면 끝?···반복되는 마녀사냥

등록 2017.09.14 17: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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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말고' 인터넷에 올리면 끝?···반복되는 마녀사냥

채선당 임산부 폭행, 된장 국물녀 사건 등 마녀사냥 반복
"SNS글 효과 커···누리꾼 '1인 미디어 시대' 책임감 가져야 "
"속보 경쟁 치우친 언론도 자성···공익침해 여부 고려해야"

 【서울=뉴시스】유자비 김성진 기자 = 지난 12일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240번 버스'가 검색어로 랭크되며 이슈로 급부상했다.

 한 네티즌이 11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240번 서울 시내버스에서 아이만 내리자 엄마가 문을 열어달라고 수차례 부탁했는데도 버스가 계속 운행했다"는 글을 올린 탓이다.  버스 기사에게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졌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버스 기사를 고발한다'는 청원도 올라갔다.

 상황은 폐쇄회로(CC)TV에 찍힌 장면이 공개되면서 반전됐다. 서울시 조사 결과 버스 기사는 아이가 내린 정류장에서 16초간 정차했다가 출발했고 엄마가 뒤늦게 하차를 요구했을 때는 이미 3차로에 진입한 상태였다. 서울시는 "기사가 사고 위험이 있어 다음 정류소에서 내리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버스 기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던 누리꾼은 기존 글을 삭제하고 12일 밤 사과의 글을 올렸다. 버스 기사는 쏟아지는 관심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운전대를 놓고 휴가를 낸 상태다.

 '240번 버스' 논란을 계기로 온라인 '마녀사냥'의 문제점이 다시 지적되고 있다.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글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일반인들이 마녀사냥의 대상으로 전락해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누리꾼들과 언론의 자정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채선당 임산부 폭행·된장 국물녀 사건···극단적 여론 쏠림
 
 240번 시내버스 논란은 '채선당 임산부 폭행사건'과 '된장 국물녀'과 비교되고 있다. 인터넷에 사실관계가 불확실한 글이 올라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며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음식점 채선당에서 종업원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임신부의 글이 인터넷에 올라와 일파만파 확산됐다. 식당 종업원은 온갖 인신공격을 받는 등 곤욕을 치렀고 채선당도 막대한 매출 감소를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결과 폭행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화상을 입은 아이의 부모는 "한 여성이 국물을 들고 서 있다가 아이와 충돌해 얼굴에 뜨거운 국물을 쏟고 달아났다"는 글을 올렸다. 누리꾼들은 가해자의 신상 파악에 나서는 등 맹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CCTV 확인결과 피해 어린이가 뛰어오다가 충돌한 장면과 부딪힌 여성이 주방에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이 녹화돼 사건은 일단락 됐다. 

 이번 240번 시내버스 사건의 경우는 문제의 글을 아이 어머니가 올린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익명의 제보자가 올린 글의 사실 관계가 드러나자 아이 엄마는 '맘충'(자기 자식만 지나치게 아끼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엄마들을 일컫는 신조어)이라는 누리꾼들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이처럼 온라인상에 잘못된 글이 올라와 피해를 입는 사례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신고된 사이버명예훼손·모욕 범죄는 1만5043건으로 전년(8800건) 대비 70%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1만4908건이 신고됐다. 

 ◇"반복되는 마녀사냥, '1인 미디어 시대' 책임감 가져야"

 시민들은 적극적인 문제 제기 창구로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이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글을 퍼나르고 있고 편향된 의견을 개진하면서 온라인상 마녀사냥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김윤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SNS에 올리는 개인 글도 미디어 효과가 있는 시대다. 일반 시민도 '기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라며 "하지만 시민들은 언론을 통해 자기 글이 확산될 수 있다는 의식이 부족해 결과적으로 가짜 뉴스가 생산된다"고 진단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처음 글을 올린 사람은 본인 시야가 한정돼 그렇게 볼 수있지만 동조하는 사람들로부터 문제가 커진다"며 "사회가 불안하면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생각을 하기 어려워져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 글에 동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합리적 토론이 이뤄져야 하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근거가 불분명한 글이 인터넷을 달궈도 이를 걸러내야 할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실 관계를 검증하고 공론화 여부를 판단해야 할 언론이 단지 '이슈'라는 이유로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속보 경쟁에 치우친 언론이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고 일단 보도하고 보면서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대중들이 특정 장면만 보고 흥분해 글을 올리고 퍼나르면서 확산 속도도 빨라진다. 특히 어린아이가 관련된 사건은 사람들의 동정심이나 감정적인 분노를 사기 쉬워 여론이 갑자기 들끓을 수 있다"며 "이런 사건이 터지면 언론이 사실을 검증한 뒤 보도하는 것이 대중이 기대하는 바다"라고 강조했다.

 김윤태 교수도 "SNS 논란을 기사화할 때 기자들의 윤리 보도 기준이 엄격할 필요가 있다. 일반인이 대상이라면 사실인 뉴스라도 공익 침해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며 "사회적 합의나 기준 마련을 신속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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