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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킹스맨' 배우들의 매너가 의미했던 것

등록 2017.09.22 16: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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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킹스맨' 배우들의 매너가 의미했던 것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콜린 퍼스·태런 에저튼·마크 스트롱, 영화 '킹스맨:골든 서클'의 배우들은 내한 행사에서 최고의 매너를 보여줬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는 이 시리즈의 명대사를 새삼 떠올리게 했다.

 '킹스맨:골든 서클'은 2015년 612만명을 불러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의 후속작이다. 영화는 북미를 제외한 전 세계에서 매출액 2억86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인 돈이 두 번째로 많은 4690만 달러(전체 약 16%)였다(1위 중국 7470만 달러). 당시 퍼스는 "속편이 제작된다면 꼭 한국을 찾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다.

 세 배우는 1박2일 동안 5개의 홍보 일정을 소화했다. 포털사이트가 진행하는 인터뷰에 세 차례 응했고, 한국 언론과의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했으며, 한국 팬에게 인사하는 자리인 레드카펫 행사에도 모습을 보였다. 온갖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며 기자회견과 레드카펫에만 참석하던 다른 외국배우들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이들은 한국 관객의 열광적인 지지에 반복해서 고마움을 표했다. 에저튼은 "'킹스맨'이 한국에서 성공했기 때문에 나도 아직까지는 배우로서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이런 '매너'는 이 영화 한국 배급을 맡은 20세기폭스코리아의 과도한 영화 홍보 욕심에 흠집이 났다.

 '킹스맨' 배우들의 홍보 일정이 공개됐을 때, 영화계에서 나온 이야기는 '일정이 너무 빡빡한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런 일정을 받아들인 배우들이 대단하다"고까지 했다.

 결국 문제가 생겼다. 20일 오후 세 배우들은 레드카펫 행사를 마친 뒤 시사회를 찾은 한국 관객에게 무대인사를 하기로 돼 있었지만, 이 행사는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주최측은 '무대인사가 취소됐다. 바로 영화를 시작하겠다'며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세계적인 스타들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에 시사회 티켓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암표 거래까지 이뤄졌다. 그만큼 팬들은 세 배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사회 후 온라인상에 무대인사 취소에 대한 불만이 폭주하자 20세기폭스코리아는 그제서야 사과했다. 행사 관계자들 간 소통에 문제가 있었고, 실수로 배우들을 숙소로 돌려보냈다는 해명이었다. 사과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최고의 매너를 보여준 배우들, 최악의 매너를 보여준 20세기폭스코리아' '영화를 보지 않겠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결국 오상호 20세기폭스코리아 대표가 다음 날 기자 회견장에 나와 고개를 숙였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어떤 행사든 실수는 나오기 마련이다. 실수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일정이 너무 많아 행사 담당자에게도 과부하가 걸린 것 같다. 결국 과도한 홍보 욕심이 문제였다고 본다. 단순 해프닝으로만 보면 안 된다"고 했다.

 최고의 매너를 갖춘 세 명의 신사는 영국으로 돌아갔다.  퍼스와 에저튼, 스트롱이 한국 관객에게 반복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한 건 관객이 있어야 영화도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였다. '킹스맨:골든 서클'은 27일 개봉한다. 결국 남은 건 20세기폭스코리아다. 오 대표는 "후속 조치 진행에 팬들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들이 관객에게 어떤 매너를 보여줄지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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