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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1년' 달라진 학교들···"음료수·도시락 안돼요"

등록 2017.09.24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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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스승의날인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신초등학교에서 학생 회장이 선생님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스승의 날 일반학생이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선물할 수 없으며 학생대표만 카네이션을 선물 할 수있다. 2017.05.15.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스승의날인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신초등학교에서 학생 회장이 선생님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스승의 날 일반학생이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선물할 수 없으며 학생대표만 카네이션을 선물 할 수있다. 2017.05.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A씨는 아버지 장례식장을 찾아 온 졸업생 제자 B군을 만났다. 당시 A교사는 B군으로부터 부조금으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에 위배되지 않는 5만원을 받았으나 이를 돌려줬다. B군의 동생이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어 '직접 직무관련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시행 1년째를 맞는 청탁금지법이 학교 현장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교사들은 관행처럼 여겨 온 행위가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에 해당하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학교에선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예방에 나서고 있다.

 ◇학부모가 먹다 남긴 음료수도 돌려줘

 24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난해 9월28일부터 올해 8월31일까지 법 위반 행위는 총 13건이 신고·처리됐다. 이 가운데 설립자의 증손자를 입학시키려 정원을 늘린 사립초등학교 한 곳과 기간제 교사의 정교사 채용 과정에 부정청탁이 있었던 사립고등학교 한 곳 등 2건을 제외한 11건이 공직자의 자진신고로 자체 종결됐다.

 지난해 청탁금지법 시행에 맞춰 교육청이 발간한 ''청탁금지법 대응 통합매뉴얼'에 따르면 교육청 소속 공·사립 모든 교직원은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 사실을 확인한 즉시 교감 등 청탁방지 담당관에게 즉시 자진신고토록 하고 있다.

 특히 교육청은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 등 직접적인 직무관련자로부턴 청탁금지법 기준(음식 3만원·선물 5만원·경조사비 10만원)과 상관없이 어떤 것도 받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앞서 교사가 재학생의 가족으로부터 받은 부조금 5만원을 돌려준 까닭도 이런 규정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학교를 찾을 때 관행처럼 들고 가는 음료수도 금지 대상이다. 자진신고 11건 중 4건이 음료수와 관련됐다. 상담 방문 때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때 학부모들이 놓고 간 음료수는 물론 학부모들이 마신 음료수마저 교사들은 발견 즉시 청탁방지 담당관에게 신고하고 학부모에게 돌려줬다.

 현장체험학습 당일 학부모로부터 받은 도시락과 '고향에서 수확했다'며 학부모가 보낸 10㎏ 감 한 상자, 교사가 교실을 비운 사이 전달된 꽃바구니, 반 학생들이 선물로 준 팔찌 등 4건의 경우에도 교사들은 청탁금지법 위반 대상으로 여기고 이를 신고 후 반환 조치했다.

 현금 등엔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졸업생 학부모가 편지와 함께 2만원 문화상품권을 건네자 해당 교사는 이를 즉시 돌려줬다. 한 사립고등학교 행정실장은 모친상에 거래업체 4명이 청탁금지법 기준을 초과한 20만~30만원의 부조금을 낸 것을 장례식이 끝난 후 확인하고 이를 4명의 계좌로 반환했다.

 ◇부정사례 원천 차단 나선 학교들

 청탁금지법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인 학교들이 있다.

 인헌중학교는 각종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소통을 통한 교육공동체 모두의 청렴문화 정착'에 나섰다. 스승의 날 학생들의 선물을 금지하는 한편 학생자치회의 논의를 통해 감사장을 만들어 모든 교사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체육행사 때마다 반입되는 먹을거리로 학급 임원들 간 위화감이 조성되지 않도록 먹을거리의 반입을 차단하고 음료수는 학교 예산으로 제공한다.

 영등포초등학교 교직원 사이에선 '각자 내기(더치페이·Dutch pay)로 청탁 제로 만들기' 운동이 한창이다. '한 턱 내는 게 미덕'이라는 전통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장회의와 동학년 협의회 때 처음 각자 내기를 논의했다. 여름방학 때 점심 식사비를 시작으로 근무시간은 물론 근무시간 이외 회식비로 각자 내기를 확대했다.

 '오빈가마'. '오실 때는 빈손으로 가실 때는 마음 가득'이라는 말의 줄임말로 전곡초등학교가 청탁금지법 시행 전부터 전개해 온 운동의 이름이다. 이를위해 전곡초는 학부모 상담주간 운영 직전 학부모들에게 연수와 가정통신문, 모바일 문자 등을 통해 불법 찬조금품과 촌지 없는 문화 정착을 위한 협조를 구하고 있다. 교사를 대상으로도 ▲청탁금지법 ▲공무원행동강령 ▲선물마감 운동 ▲전화 친절도 등의 맞춤형 원격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1년간 '청탁금지법 대응 통합 매뉴얼' 제작·배포, 청탁방지 담당관 대상 연수, 홍보 콘텐츠 개발 및 홍보 활동, 5대 청렴교육문화 캠페인, 청렴캠페인 콘텐츠 공모 등을 통해 청렴 문화의 정착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추진했다"며 "가장 명시적인 성과로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촌지 및 불법찬조금 신고·처리 건수가 0건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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