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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폐광 뒤의 '검은 커넥션'...강원랜드

등록 2017.09.25 15:02:03수정 2017.09.25 15: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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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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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뉴시스】 김태겸 강원취재본부장 = 아들, 딸, 조카, 사위, 외조카, 처남, 배우자, 조카 처에 심지어 국회의원 보좌관 아들까지.

 총리실 공직기강팀이 지난 2013년 적발한 ‘강원랜드 인사비위 의혹 명단’ 속 관계자 내역이다. 당시 총리실은 산업통상자원부 감사실에 강원랜드 인사비리 의혹 리스트(69명)를 전달,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

  규모도 규모지만 내용은 더 가관. 신규 채용 직원 중 상당수가 사외이사·지역인사 및 협력업체의 친인척 들로 구성됐을 정도로 지역 토호세력 모두가 등장한 인사비리의 최종판이었다.

  인사비리가 기승을 부렸던 최흥집 전 사장 시절인 2013년 1월~4월 연습생 518명의 면접을 봤던 권 모 팀장은 총리실 공직기강팀에게 "사외이사 및 지역 단체들의 청탁을 거절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귀띔했다.

  이 정도면 지역사회에선 누구나 알 수 있는 전횡이었을텐데 지난 4년간 강원랜드 인사비리가 수면 위로 불거지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비쳐질 정도다.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이 내부감사를 단행하고 나서야 전체 518명 중 95%인 493명이 청탁 때문에 합격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청탁받은 지원자들을 합격시키기 위해 인사팀장이 점수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면접일정을 짧게 잡거나 갑자기 바꾸기도 했고 인·적성 검사 등 필기시험 점수를 조작하기도 했다.
  
  공기업 사장과 지역 유지들의 검은 커넥션. 이를 처리하는 과정은 더 한심했다.

  총리실은 산자부에 비위사실을 통보하고, 산자부는 강원랜드 감사실로 공문 한 장을 보내는 것으로 끝냈다.

  강원랜드는?

  채용방식을 일부 변경시키고, 인사담당자를 직위해제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강원랜드 인사비리는 ‘지역우선채용’ 제도가 얼마나 악용될 수 있는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비리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지역기반 토호들, 여기에 지역기반의 선출직 등을 염두에 둔 공기업 사장의 적극적인 호감 표명.
 
  폐광 뒤에 숨은 검은 커넥션. 강원랜드 채용비리는 이제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5년 전에 벌어진 '무형의 거래'에 검찰의 칼날이 얼마나 예리하게 작동할지 지켜볼 뿐이지만 비리의 수혜대상만큼, 아니 그 이상의 피해대상이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주길 기대한다.

  나아가 지역 토호세력에 의한 '권력과 공기업의 유착'이라는 구조적인 비리의 근본에도 주목해줄 것을 당부한다.

 덧붙여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어김없이 벌어진 낙하산 인사의 결과물에 대해 우리 사회가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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