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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 디자인, 특허출원 등록 거절 잇단 소송으로 패소···대책마련 시급

등록 2017.10.1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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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시스】김양수 기자 = 특허청이 입주해 있는 정부대전청사 전경.2017.10.11

【대전=뉴시스】김양수 기자 = 특허청이 입주해 있는 정부대전청사 전경.2017.10.11

특허 무효심판 인용률 50% 육박, 지재권 법적 안정성 하락 초래
심사·심판기간 단축 위주에서 고품질 심사정책으로 전환돼야

【대전=뉴시스】김양수 기자 = 특허청 특허심판원의 판단이 최근 잇따라 법원에서 뒤집히고 있어 특허청의 효율적· 과학적 심사정책 마련이 요구된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심사·심판업무의 질적 성장은 부실심사를 막아 지재권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혼란방지는 물론 법적 다툼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어 고품질 심사는 4차 혁명시대의 제1과제 중 하나다.

하지만 특허청은 심사인력 부족을 탓하며 심사속도에만 메달리고 있어 세계 선진 5개 특허청(IP5)의 하나인 우리나라의 지재권 심사품질향상을 위한 특허청의 정책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허법원, 잇따라 특허심판원 심결 뒤집어

 특허법원 제3부(재판장 박형준)는 최근 A사가 특허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디자인출원 거절결정 취소소송에서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취소하라며 A사의 손을 들어줬다.

A사는 멀티미디어 단말기에 적용되는 부분디자인에 대해 특허청에 디자인출원을 접수했으나, '선행디자인들로부터 통상의 디자이너가 용이하게 창작할수 있어 보호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연이어 특허청 심사관과 특허심판원으로부터 출원을 거절당했다.

이에 해당 회사는 소송을 진행했고, 특허법원은 지난 9월15일 "디자인의 심미감과 곡면이 연속적으로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변형을 시도할 아무런 디자인적 동기가 (선행디자인에)없는 상태에서 실제 디자인으로 구현하는 것이 통상의 디자이너에게 용이하다고 할 수 없다"며 특허청의 심결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또 출원발명 과정에서 특허청의 '진보성' 판단이 잘못됐다는 판결도 나왔다.

모 국립대 산학협력단인 B기관은 초고성능 콘크리트의 제조방법에 대한 출원발명 등록요청이 선행발명에 따른 '진보성' 부족을 이유로 특허청으로부터 거절당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지난 8월 승소했다.

특허법원 제1부(재판장 김환수)는 B기관이 특허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거절결정 취소소송에서 "출원발명의 진보성 판단은 진보성 부정의 근거로 제시하는 선행발명들과 비교해 구성의 곤란성이나 효과의 현저성을 판단하는 것"이라며 "선행발명으로부터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우면 진보성은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시, 진보성에 대한 광범위한 해석을 경계했다.

특허청에 의해 무효로 결정됐던 등록디자인이 법원에서 살아 난 사례도 있다.

싱크대용 물막이 제품에 대해 등록디자인을 보유하던 C사는 지난 2015년 동종업계 D사가 유사한 제품을 출시해 특허청에 출원, 등록디자인으로 인정받자 특허심판원을 상대로 등록디자인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심리에 착수한 특허심판원은 지난해 10월 선행디자인과 유사해 구(舊) 디지안보호법에 따라 등록이 무효돼야 한다며 등록디자인 무효심결을 내렸다.

이에 D사가 특허법원에 등록무효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특허법원은 지난 8월 "이 사건의 등록디자인보다 먼저 출원된 선행디자인들과 이 디자인은 동일·유사하지 않을뿐 아니라 선행디자인의 일부와도 동일·유사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특히 특허법원은 "특허심판원은 심결때 舊 디자인보호법을 적용했으나 이 사건의 다툼에서는 새로운 디자인보호법을 적용했어야 한다"고 특허심판원의 법적용 오류도 지적했다.

◇지재권의 예측가능성 높여야 ···심사속도 줄이기에 앞서 고품질 심사가 먼저

 특허청의 심결이 법원에서 번복되는 것은 특허와 상표, 디자인 등 지식재산권의 예측가능성을 떨어트리고 사회·경제적 비용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특히 지재권의 안정성과 권리강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요 의제라는 점에서 특허청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특허무효인용률은 48.2%에 이른다. 특허청의 심결에 대해 당사자들이 법원에 판결을 구할 경우 2건 중 1건 가까이 결과가 뒤집어 진다는 의미다.

연도별로는 2013년이 49.2%, 2014년 53.2%, 2015년 45%. 지난해 49.1%로 나타났으며, 올해 9월 현재도 44.5%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세계 선진 5개 특허청(IP5)에 속하는 미국은 26%대이다. 일본은 18%대를 기록하고 있어 이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특허심사품질이 상당히 뒤쳐지는 상황이다.

이런한 낮은 심사품질 성적표에 대해 특허청은 인력부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실제로 2015년 기준 특허심사관 1인당 처리 건수의 경우 한국은 191개, 일본은 110개, 미국은 73개, 중국은 67개, 유럽은 57개로 IP5 국가 중 가장 많은 특허를 처리하고 있다.

반면 같은 해 기준특허 1건 당 평균 심사시간이 한국은 9시간으로 미국의 27.4시간, 유럽의 35.0시간에 비해 최대 4배 더 짧다. 심사관들의 업무량이  특허심사 부실로 이어지고 있는 구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특허청이 지난 2015년 실시한 조사에서도 부실특허로 인한 피해를 봤다는 기업이 1127개 기업 중 22개로 22.1%나 차지했다.

특허청도 심사속도보다 품질향상에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심사속도와 심사·심판품질 향상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품질 전략을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최동규 전 특허청장은 재임시절 "처리속도면에서 국민들이 만족하고 있고 이 보다 더 잘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심사처리속도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심사와 심판업무의 질적 향상에 몰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연초 업무구상에서 "특허 10개월, 상표·디자인 5개월의 심사속도는 유지하고 이제는 더욱 정확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라며 "빠른 심사를 위해 특허의 질이 저해된다면 이 것이 심사의 속도를 떨어뜨리고 결국 심사자체의 수준하락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도읍 의원은 "특허청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고품질의 특허심사서비스 제공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라며 특허품질의 향상을 위해 심사인력 증원 요청에 앞서 심사관들이 본연의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인력 운영의 효율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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