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폭행·성매매' 어른 뺨치는 앙팡 테리블 급증···처벌은 솜방망이

등록 2017.10.13 06:3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수원=뉴시스】이준석 기자 =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을 시작으로 강릉, 아산, 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믿기 힘든 청소년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앳된 얼굴들의 10대 청소년들이 친구나 선후배를 대상으로 폭행, 감금, 공갈, 상해, 협박을 서슴지 않는가 하면 스마트폰을 이용해 상습적 성매매에 나서는 등 어른들의 일탈행위를 뺨칠 정도다.
 
문제는 이런 '앙팡 테리블(enfant terrible)'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을 바른 길로 이끌기 위한 사회적 여건이나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비하다는 점이다. 특히 비행 청소년 대부분이 봉사활동 및 기소유예로 풀려나면서 이들의 처벌 수위를 놓고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폭행, 성매매 등 도 넘은 청소년들의 일탈 행위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에서 여중생들이 또래 여학생 피투성이가 되도록 폭행한 사건과 관련, 가해 학생 2명이 2개월 전에도 피해 학생을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사진은 지난 1일 부산 사상구의 한 골목에서 또래 여학생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폭행하는 모습. 2017.09.04. (사진=CCTV 캡처)yulnet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부산에서 여중생들이 또래 여학생 피투성이가 되도록 폭행한 사건과 관련, 가해 학생 2명이 2개월 전에도 피해 학생을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사진은 지난 1일 부산 사상구의 한 골목에서 또래 여학생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폭행하는 모습. 2017.09.04. (사진=CCTV 캡처)[email protected]


 지난 6월 29일 오후 2시께 부산시 사하구에 있는 한 공원에서 A(14)양 등 여중생 4명이 B(14)양의 뺨을 3~4차례 때리고 인근 노래방으로 끌고가 마이크 등으로 얼굴 등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B양의 가족들이 A양 등을 경찰에 고소하자 앙심을 품은 A양 일행은 지난 9월 1일 오후 9시 10분께 부산시 사상구의 한 공장 인근 골목에서 B양을 둔기 등으로 1시간 30분여 동안 마구 폭행하며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다.

 이보다 앞선 지난 4월 26일에는 "함께 놀자"는 제안을 거절한 C(17)양을 D(14)양 등 여중생 3명이 4시간여 동안 경기 수원역 일대를 끌고다니며 마구 폭행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D양 등은 평소 알고 지내던 남고생 3명을 불러 C양이 저항하지 못하도록 겁을 주기도 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30~40대 남성과 성매매를 한 10대 청소년이 에이즈(AIDS·후천성 면역결핍증)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일도 벌어졌다.

 E(16)양은 중학생 3학년이던 지난해 8월 말 지인을 통해 알게 된 A(20)씨의 소개를 받고 30~40대 남성 10여명으로부터 돈을 받은 뒤 용인 일대 모텔에서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E양은 산부인과에서 비뇨기과 치료를 받다 올해 5월 혈액검사를 통해 자신이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알게 됐다.

 ◇범죄에 노출된 청소년, 청소년 범죄 해마다 증가

  속칭 '조건만남'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보면 닉네임, 나이, 성별만 설정하면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었다.

 나이는 20세부터 설정할 수 있지만 성인인증 절차가 없어 나이를 속이기도 쉬웠다.
 
 사용자들이 올린 글을 보니 조건만남을 구하는 남성들의 글에서부터 자신을 여고생이라고 소개하며 조건만남을 원한다는 글까지 다양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경기남부지역에서 발생한 채팅앱 성매매 사건은 총 59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발생한 사건 461건 보다 29% 증가한 수치다.

 마찬가지로 경기남부지역에서 소년범이 저지른 폭력범죄(폭행, 감금, 공갈, 상해, 협박 등)도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3년여 간 1만여건 이상 발생했다.

 연도별로 2015년 3859건, 2016년 4188건, 올해 3052건으로 해마다 청소년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청소년 범죄는 늘었지만 솜방망이 처벌은 여전

 이처럼 청소년 범죄는 계속 늘고 있지만 대부분의 가해 청소년들은 기소유예 등의 가벼운 처벌만 받고 풀려나고 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2017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1심 재판에 넘겨진 3242명의 소년범 중 소년부 송치 처분은 1721건으로 가장 높은 비중(53.1%)을 차지했다.

 소년부 송치는 소년법상 '보호처분'의 하나로, 형사법원 판사가 가정법원 소년부 판사에게 사건을 이송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소년부 판사는 감호 위탁,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사회봉사·수강 명령 등의 처분을 내리게 된다.

 사실상 처벌의 목적이 아니라 교화 수단인 셈이다.

 형기 상·하한을 정해 탄력적으로 형을 집행토록 하는 '부정기형'을 제외하고 형기가 확정된 실형을 선고 받은 소년범은 단 1명뿐이었다.

 피해 여고생을 4시간 동안 폭행한 D양도 소년부 송치 처분을 받았다.

 ◇청소년 범죄 해결책에 대한 의견 엇갈려

 청소년 범죄 대책을 놓고 '교화'와 '처벌 강화'의 상반된 의견이 엇갈린다.
 
 수원지검은 선도대상 소년범을 대상으로 '게릴라 가드닝'을 시행했다. 기소유예 처분의 일환으로 소년범들로 하여금 우범지대의 버려진 공간에 화단을 조성·유지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소년범을 교화하기 위해 마련된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검찰 관계자는 "소년범 스스로가 일탈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우범 지역을 개선함으로써 성취감과 함께 자발적 재범억제 효과를 느낄 수 있게끔 '게릴라가드닝'을 시작하게 됐다"며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엄단하기 보다는 교화의 기회를 제공해 새로운 삶을 살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관점이 청소년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을 갱생시킨다고 기소유예 등의 소극적인 처분을 내리면 바늘도둑을 소도둑으로 만드는 꼴이 된다"며 "완전한 인격이 형성되지 않아 합리적 사고가 어려운 청소년들을 갱생시키기 위해서는 비행을 저지를 수 밖에 없는 환경으로부터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보면 24시간 아이들을 통제해 대학에 진학시키고 취직시키는 소년원은 검증된 교화시설이라 할 수 있다"며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소년원에 보내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만 아이들을 통제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교화이다"라고 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