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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경찰이 만약 '어금니 아빠' 집을 바로 찾아갔다면···

등록 2017.10.12 18:4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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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경찰이 만약 '어금니 아빠' 집을 바로 찾아갔다면···

【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 2007년 성탄절에 예배를 마치고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 2명이 실종됐다. 다음날인 26일 새벽 두 아이의 부모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31일까지 수사를 공개하지 않고 범인의 협박전화와 목격자를 기다렸다. 소득이 없던 경찰은 결국 7일만에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탐문수사에 나섰지만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결국 범인은 해를 넘겨 사건발생 82일만인 2008년 3월16일 붙잡혔다. 두 아이는 각각 야산과 하천가에서 토막난 채 암매장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범인은 두 아이를 자기 집으로 유괴해 성폭행하려다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2009년 2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일명 '안양 어린이 실종 사건'이다.

 경찰은 사건 발생 후 3일이 지나서야 수사본부를 차렸으며, 탐문수사에 나서기까지 7일이나 걸렸다. 이 때문에  '초동수사 미흡'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는 경찰의 실종 수사와 관련한 각종 후속 조치들을 내놨지만 두 아이를 잃은 부모의 참담한 슬픔을 달랠 수는 없었다. '만약에···'라는 미련이 남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났다.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살인 유기 사건이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A양에 대한 최초 실종 신고가 접수된 시점은 지난달 30일 오후 11시께이며 A양이 사망한 시점은 1일 낮 12시 전후다.

 '만약에 신고가 접수된 다음 날이라도 경찰이 이영학의 집을 찾아갔다면' 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A양이 신고 후에도 최소 12시간은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신고를 접수하고 적극적으로 나서 A양을 찾았다면 이씨의 살인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달 30일 이씨 딸 이양이 A양 어머니와의 통화에서 "A양과 헤어졌다"고 했다는 말만 믿고 이씨 자택을 수색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A양과 같이 있던 사람이 이양이었음에도 말이다. 심지어 경찰은 A양이 전과 18범인 이씨의 집으로 갔다는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곧바로 집을 찾지 않았다.

 이후 이틀이 지난 2일에서야 밤중에 불이 켜진 이씨의 자택을 보고, 사다리차를 통해 밖에서 집안을 들여다 본 것이다. 그 이후 4일에서야 합동수사가 시작됐다. 이미 A양은 세상을 떠난 후다.

 전문가들은 아동 실종 후 '골든타임' 48시간이 지나면 사실상 찾을 확률이 크게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안양 어린이 실종 사건도 그랬고, 어금니 아빠 사건도 사건 발생 48시간만에 실종 아동이 사망했다.

 그러나 아동 실종 수사는 초동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는 것 같다. 경찰이 아이들의 실종 또는 납치 사건에 대한 제보를 위해 '앰버 경보', 코트 아담' 제도 등을 도입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높지 않다. 하다못해 A양이 실종됐을 때도 이같은 제도는 작동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만약에' 라는 미련이 남는 이유는 우리 경찰에 실종자 수색을 위한 특별한 제도나 수사 기법이 없어서가 아니다. '안양 아이들을 그날 바로 찾아봤다면', 'A양이 마지막으로 머물렀다는 이씨의 집을 한 번 찾아가봤다면···'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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