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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아빠 엽기적 '이중생활'…희귀병 부녀의 몰락

등록 2017.10.13 1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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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아빠' 이영학 씨가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17.10.1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아빠' 이영학 씨가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17.10.13. [email protected]


 희귀 난치병 앓는 '천사 아빠', 알고보니 '두 얼굴'
 사이코패스 성향 드러나···'어린시절 영향 미친 듯"
 아빠 말 복종 이씨 딸···전문가 "피해자적 가해자"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중학생 딸 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씨의 범행 동기가 밝혀지면서 이씨가 해온 이중생활의 면면이 드러났다.

 이씨는 희귀 난치병을 앓으면서 같은 병이 유전된 딸을 극진히 보살피는 모습을 보여 미담의 주인공이 된 인물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후원받은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해 호화생활을 하고 성적 집착을 보이는 이중성이 있었다.  이씨는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면서 '두 얼굴' 생활의 막을 내리게 됐다.

 ◇희귀 난치병 앓는 천사 아빠, 알고보니 '이중생활'

 '어금니 아빠'로 알려진 이씨는 9살 때 치아와 뼈를 연결하는 부위에 악성 종양이 계속 자라나는 '거대 백악종' 진단을 받았다. 이후 아내 최씨를 만나 2003년 딸을 낳았다.  딸도 같은 병을 앓기 시작했고, 이들 부녀의 사연이 2005년께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이씨는 이후 "딸의 수술비가 없다"며 거리 모금에 나서는 등 직접 모금 활동을 했다.  그는 인터넷 후원 홈페이지를 만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후원을 호소하는 글을 자주 올렸다. 후원 받은 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이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2014년 6월까지도 "딸의 수술비가 없다"며 치료비 모금 홈페이지 주소를 남겼다. (사진=이씨 트위터 캡쳐)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이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2014년 6월까지도 "딸의 수술비가 없다"며 치료비 모금 홈페이지 주소를 남겼다. (사진=이씨 트위터 캡쳐)


 그랬던 이씨가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면서 철저한 이중생활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씨는 곳곳에 왜곡된 성 인식의 흔적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지난해 '양아오빠'라는 이름으로 트위터 계정을 개설하고 "함께 할 동생 구함. 나이 14부터 20 아래까지 개인룸 샤워실 제공. 기본 스펙 착하고 타투 공부하고"라며 미성년자를 모집하는 글을 남겼다. 과거 퇴폐 마사지업소를 운영했고 죽은 아내에게조차 성매매를 강요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아내 최씨가 죽었음에도 동영상 유서를 남기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최씨는 지난달 5일 의붓 시아버지에게 성폭행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했다.

 이씨는 고급 외제차를 타는 등 풍족한 생활을 한 것으로 나타나 개인적으로 후원금을 유용했다는 의혹도 낳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본인 명의의 외제차 1대 등 고급차 3대를 번갈아 타고 다녔다. 혈통견을 고가에 분양받고, 그 개가 낳은 새끼들을 비싼 가격에 분양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이씨는 2007년 기초수급자가 되면서 지원금을 챙겨온 상태였다.

 이같은 이중생활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적 성향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에서 이씨는 40점 만점에 25점을 받았다"며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이코패스 성향 중에 남을 속이거나 남을 이용해 무엇을 얻는 성향이 있다"며 "매스컴을 통해 모금하는 과정에서 강화될 수는 있으나 모두 후천적인 것만은 아닌 듯 하다"고 설명했다.

 임준태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도 "남에게 과시적 성향을 보이고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며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행적으로 보면 사이코패스적 성향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9일 오후 서울 중랑구 중랑경찰서에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모(35)씨로부터 압수한 외제 차량이 놓여있다. 차량은 시신 유기에 사용됐으며 이 씨는 이날 오후 중랑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씨는 10여 년 전부터 딸과 함께 얼굴 전체에 종양이 자라는 '거대 백악종'을 앓아 언론에 소개됐다. 몇 차례의 얼굴 수술로 치아 중 어금니만 남아 '어금니 아빠'로 불렸다. 2017.10.09.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9일 오후 서울 중랑구 중랑경찰서에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모(35)씨로부터 압수한 외제 차량이 놓여있다. 차량은 시신 유기에 사용됐으며 이 씨는 이날 오후 중랑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2017.10.09.  [email protected]


 ◇이씨의 불우한 어린시절···사이코패스 성향에 영향 줬나

 이씨는 희귀병을 앓으며 놀림받고 왕따를 당하는 등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환경이 사이코패스적 성향에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이코패스 원인으로는 기질적 요소와 후천적 요소가 있는데 어린 시절 학대나 놀림, 모욕을 지속적으로 받다보면 우울적, 공격적 성향으로 나아간다"며 "이씨도 어린 시절 모욕, 학대로 사이코패스적 성향으로 확산되고 성장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도 "이씨는 신체적 장애로 어릴때부터 놀림받고 왕따를 당하며 친구들에 폭력적 대응을 많이 했다"면서 이런 과정이 사이코패스 성향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했다.

 유전병을 물려받은 이씨의 딸도 수술과 치료로 잦은 결석을 하게 되면서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고, 같은 병을 앓는 아버지에게 주로 고민 상담을 하면서 이씨에 대한 의존도가 커졌다. 또 이씨가 모금 활동으로 생계를 책임지면서 의존 관계가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경찰은 "딸은 이전부터 같은 유전병을 물려받았고 정보를 획득하는 통로가 오직 아버지라 심리적으로 계속 의존을 하고 있었다"며 "이양은 아버지가 없으면 본인이 죽는다고까지 생각한다. 아버지의 행위에 대해서 전혀 가치 판단이 안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여중생 딸 친구 살해· 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 '어금니 아빠' 이모씨에 대한 현장검증이 실시된 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사건현장에서 이씨가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2017.10.1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여중생 딸 친구 살해· 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 '어금니 아빠' 이모씨에 대한 현장검증이 실시된 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사건현장에서 이씨가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2017.10.11. [email protected]


 ◇이씨 부녀, 결국 범죄자로 전락

 경찰은 이날 이씨를 지난달 30일 딸 이양의 친구 A양을 중랑구 망우동 집으로 불러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먹이고  성추행한 뒤 살해한 혐의(강제추행살인 및 추행유인·사체유기)로 서울북부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아내가 죽으면서 생긴 성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목적으로 A양을 이용하려 했다. 그러나 범행 계획이 의도대로 되지 않자 은폐를 위해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이씨가 A양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은 쉽게 접촉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경찰은 "아내를 대신할 사람이 필요했는데 통제가 쉬운 청소년까지 생각이 미쳤다"며 "소아성애자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씨 딸도 '엄마가 죽었으니 엄마 역할을 할 사람으로 A양을 데려오라'는 아버지 지시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그대로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발 더 나아가 본인이 직접 A양에게 수면제 2알을 먹이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양은 이씨 말대로 A양에게 수면제를 섞은 음료수를 건넸을 뿐 아니라 수면제를 감기약이라고 속여서 먹였다. 

 이양은 경찰 진술에서 '왜 (이씨가) 시키지도 않은 일까지 했느냐'라는 질문에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씨를 향한 도덕적 비난에는 "아빠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공정식 교수는 "이씨는 지금까지 자기 과시적 성향을 보이며 치밀한 거짓말을 했고 이번 범죄에서도 딸 친구를 살인하고도 죄책감을 보이지 않는 정서적 둔감성으로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씨 딸은 이번 사건의 가해자기도 하지만, 피해자 성향도 있는 '피해자적 가해자'"라며 "이씨 딸은 아빠와 같은 질병을 가져 동질감이 강하게 형성된 상태로 아버지에게 더 의존했고 아버지의 이중적 생활도 무시해버렸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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