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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학, 딸 친구 유인부터 유기까지···"수면제 8정 이상 먹여"

등록 2017.10.13 15: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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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아빠' 이영학 씨가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2017.10.1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아빠' 이영학 씨가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2017.10.13. [email protected]

"엄마 필요하지 않느냐···A양 착하니까 데리고 와라"
딸, 아빠에 맹목적 믿음···가치 판단 없이 범행 가담
A양, 이씨집에서 수면제 다량 섭취···저항하다 피살
"아내 죽음에 성관계 대상 소멸···계획 틀어져 살인"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어금니아빠' 이영학(35)씨가 중학생 딸의 친구를 살해한 배경에는 '성적 욕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지난달 6일 아내 최모(32)씨가 투신자살하자 아내를 대신해 성적 욕구를 풀 수 있는 여성을 찾다가 그 마수가 미성년자인 A(14)양에게까지 미치게 된 것이다.

 13일 서울 중랑경찰서의 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이씨는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초등학교 때 집에 놀러 왔던 딸의 친구인 A양에게 범죄를 저지르기로 마음을 먹었다. 처음에는 성인 여성을 노렸지만, 만나는 게 쉽지 않자 자기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고 접촉이 용이한 딸의 친구로 범행 대상을 바꿨다.

 이씨는 딸 이양에게 "엄마가 죽었으니 엄마 역할도 필요하지 않겠느냐"면서 "A양이 착하고 예쁘니까 데리고 와라"라고 부추겼다. 범행 대상을 이미 A양으로 결정한 상태였기 때문에 추석 연휴 시점에 딸을 통해 자연스럽게 접근할 의도였다.

 이양은 지난달 30일 낮 12시20분께 A양에게 전화를 걸어 영화를 보고 놀자며 집으로 유인했다. 이양은 평소 '아버지가 세상의 전부'라고 여기며 이씨에게 맹목적인 믿음이 있었다. 아버지의 계획에 따라 옳고 그름의 가치 판단 없이 맹목적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이다.

 이씨는 A양이 집에 오기 전날 이양과 함께 수면제를 담은 음료수 2병을 냉장고에 준비했다. 큰 병에는 수면제로 추정되는 약 3정을 넣고 작은병에는 2정을 넣었다. 이어 딸에게 A양이 집으로 오면 두 병 중 한 병을 건네라고 지시했다. A양은 이중 큰 병의 음료수를 다 마셨다. 이양도 실수로 작은 병에 든 음료수의 절반을 마셨다.

 이씨가 처음 딸에게 준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하지만 이양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감기 기운이 있다던 A양에게 감기약이라고 하면서 수면제 2정을 더 먹였다. 이양은 수면제가 평소 아빠가 잠이 오지 않을 때 먹는 약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양은 "영양제니깐 같이 먹으면 좋다"며 먹다 남긴 수면제 성분이 든 음료수 반병도 추가로 건넸다.

 수면제를 먹은 A양이 잠이 들자 이씨는 딸을 외출하도록 내보냈다. A양을 성추행하기 위해서였다. 이때 이씨는 A양이 혹시 깰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수면제 3정을 물에 희석해 입에다가 넣었다. 이씨는 이양이 A양에게 수면제를 더 먹인 사실은 몰랐다고 한다. A양이 살해당하기 전 이씨 집에서 먹은 수면제의 양은 최소 8정 이상이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여중생 딸 친구 살해·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 '어금니 아빠' 이모씨의 딸 이모양이 12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을 나서고 있다. 2017.10.12.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여중생 딸 친구 살해·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 '어금니 아빠' 이모씨의 딸 이모양이 12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을 나서고 있다. 2017.10.12. [email protected]


 이튿날인 1일에도 이양은 오전 11시53분께 혼자 외출해 오후 1시44분께 집으로 돌아왔다. 이날 낮 12시30분께 잠에서 깬 A양이 소리를 지르며 반항하자 이씨는 수건과 넥타이로 A양의 목을 졸라 우발적으로 살해했다. A양이 신고할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A양이 사망하자 이씨는 같은 날 오후 9시30분께 딸과 함께 사체를 가방에 넣어 차량 트렁크에 싣고 강원도 영월군 야산으로 이동했다. A양 시신을 유기하기 위해서였다. 차량 트렁크에서는 A양의 DNA가 확인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영학을 상대로 심리면담을 진행한 결과 아내 최씨의 부재로 인한 성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목적으로 범행이 쉬운 딸 친구를 범행 대상으로 선정해 유인했다"며 "범행 계획이 의도대로 되지 않자 은폐를 위해 우발적 살인 후 유기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신체장애를 인식했고 성장 과정에서 신체 장애로 놀림과 따돌림을 받기도 했다"며 "아내 죽음으로 성관계 대상이 소멸된 데 따른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A양을 이용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강제추행살인 및 추행유인·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이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이양의 경우 범행 전후의 행적, A양의 혈흔에서 수면제 성분이 확인된 점 등으로 범죄사실이 입증돼 추행 유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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