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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주사위 던지기 前···공론화 참여 시민들이 유념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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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10-13 20:54:01  |  수정 2017-10-13 20: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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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박상영 기자 =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는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위험의 고리를 끊는 시작이다."(환경단체)
 "현재의 에너지정책은 원전 없이는 불가능하며, 일방적 탈핵정책은 안된다."(건설 주장 지역주민단체)

 신고리 5.6호기 원전의 계속 건설과 중단 여부를 판단할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의 2박3일 종합 토론회가 찬반단체들의 여론몰이 속에 13일 오후 충남 천안의 계성원에서 시작됐다.

 시민참여단은 15일 오후까지 합숙하며 안정성 환경성 전력수급 등의 주요 쟁점을 토대로 신고리 5· 6호기 원전의 건설 재개 또는 중단을 놓고 4차례 집중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이어 일반 시민이 참여했던 1차 설문조사부터 최종 4차까지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일 최종 권고안을 정부에 내놓게 된다.

 신고리 5.6호기의 운명, 나아가 문재인 정부 탈핵 정책의 향방이 마지막 토론회에 참여하는 시민 471명의  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사안 자체가 경제적 합리성을 따지는 영역을 넘어 원전을 바라보는 이념적 입장 및 환경적 철학적 담론까지 포함하고 있어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공론화위 출범 때부터 첨예한 갈등과 논란은 예고됐다. 깨어 있는 시민의 건전한 상식에 기대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전례 없는 방식이라는 입장과, 비전문가에 전문적인 사항을 맡기는 무책임한 행태라는 지적이 충돌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문가와 관료가 아닌 시민들의 건강한 상식으로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는 숙의민주주의의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신고리 5·6호기를 중단해도 되는데 반대편의 의견도 고려해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가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의 팔을 비틀어 법적 근거도 없는 공론화라는 괴물을 탄생시켰다고 비판도 제기됐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었던 만큼 공사 중단을 결정하는 한수원 이사회도 여러 차례 법적 자문을 의뢰하기도 했다.

 지난 4개월간 지속된 이같은 입장차에도 불구하고 토론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이제 남은 이틀간 숙고를 거듭해 주사위를 던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유념해야 할 부분 몇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적어도 두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우선, 신고리 5.6호기 논란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건설 중'인 원전이라는 점이다. 아직 짓기 전이라면, 또 완공된 것이라면 지금처럼 고민스럽지도 않았을 것이다. 물론 외국의 경우 80%나 지어진 것도 중단된 사례가 있다지만 우리의 경우 경제적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 이렇게 말하니 건설 지속을 두둔하려는 논리라고 지레 짐작할 필요는 없다. 열린 마음으로 우리가 처한 상황을 직시해 보자는 취지다.

 2014년 3월 착공된 신고리 5.6호기는 공정률이 28%에 불과하다지만 공사가 중단되면 이미 공사에 투입된 2조6000억원은 물론, 계약 체결한 것까지 합해 손실액은 4조원으로 불어난다. 금액으로 따지기 어려운, 안전 문제의 중요성을 비용의 문제로 치환해서는 안된다는 반론도 있지만 28%라는 숫자에 현혹되면 안되는 것 또한 현실이다. 

다시 말해 현재 상태는 이미 기초공사가 마무리돼 틀이 다 잡힌 상태이며, 건물을 올리고 장비를 넣으면 완공은 시간문제라고 봐야 한다. 실제 나머지 공사에 필요한 기자재에 대한 하청업체 발주도 모두 끝난 상태라고 한다.  한 하청업체 관계자는 "지난 4개월간 공사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중도에 매몰시킨다면 우리 같은 작은 회사는 부도가 불가피하다"며 "탈원전도 좋지만 당장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니냐"고 하소연 한다.
 
 또 다른 하청업체 관계자는 "탈원전은 임박한 위험은 아니지 않느냐. 그러나 공사 중단은 기업으로선 생사의 문제"라며 "돈도 많이 투입된 만큼 환경기준 등 안전 장치를 대폭 강화하는 조건으로, 건설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제3의 길도 있을 텐데, 왜 중단이냐 건설이냐 일도양단, 흑백논리로만 접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업계나 원자력업계의 절박한 사연을 앞세워 이해관계를 대변하려거나, 짓던 것이니 마저 완공해야 경제적이라는 논리를 앞세우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공론화 위원회 참여 시민들이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그 부분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을 따름이다.
  
 실제 공사 중단시 4조원이 넘는 막대한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책임 문제가 벌써부터 불거지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법적으로 책임질 것인지를 두고 질타가 이어졌다.

 또 하나, 유념해야 할 문제는 원전수출과 탈원전을 뒤섞고 있는데, 이것은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수한 원전기술로 만든 장비를 해외에 수출해야 하는데, 탈원전으로 국익이 손실되게 됐다는 반대 논리가 과연 합당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야당과 원자력 업계에서는 신고리 5·6호기를 안전 문제로 중단하면서 원전 수출을 할 수 있느냐고 주장한다. 신고리 공사 중단으로 촉발될 탈원전 흐름이 우리나라가 축적한 원전기술을 사장시킨다는 우려가 그 것이다.

 그러나 신규 원전 건설 중단은 원전 설비에 대한 안전성이 아니라 원전 운영에 대한 안정성 때문이었다. 원전이 밀집된 경주 일대 지역은 지진 위험성이 크고 한 곳에 여러 원전을 동시에 건설 하는 다수호기 문제도 위험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탈원전과 원전수출은 반드시 상충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원전을 줄이고 있는 프랑스도 해외 원전 수출에는 더 없이 열심이지 않은가.

 결론적으로 이번 신고리 공론화위원회의 논란에도 탈원전 기조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공약이 탈원전이었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여부와는 별도로 다른 신규 원전 건설 중단은 사실상 결정됐다. 따라서 결론이 어떻게 나도 탈원전이라는 큰 기조는 적어도 현정부 5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기자의 판단이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얻는 방식으로 정책이 집행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려면 정책 당국도 유연해야 하고, 시민들도 이상을 추구하되 현실도 감안하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신고리 공론화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에 권하고 싶다. 탈원전의 높은 이상으로 가는 길에, 지금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이냐 중단이냐'는 길만 있는 것인지, 시민들의 탈원전 동참을 이끌 다른 묘안은 없는 것인지, 그리고 탈원전이 원전수출 노력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인지, 2박3일간 치열하게 따져보시길.
 
 sypar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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