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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빗나간 ‘유탄’...'도비탄'은 군(軍)이었다

등록 2017.10.16 10: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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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김태겸 본부장

【뉴시스】 김태겸 본부장

【강원=뉴시스】 김태겸 본부장 = 이 또한 ‘갑질’이다. 역대 유례가 없을 정도로 사건의 발단부터 중간발표까지 석연치 않았던 '철원 총기사고'는 대통령도 특별수사를 지시했을 정도다. 그만큼 군의 사고처리 과정은 미덥지 못했다.

 ‘도대체 어떻게 보행로에서 총알을 맞을 수 있나?’

 국방부 특별조사본부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철원군 금학산에서 진지 공사를 마치고 돌아오던 이 상병(일병에서 추서로 진급)은 26명의 대열 맨 후미에서 부소대장과 함께 걸었다.

 사격장 뒤편인 보행로를 걷던 중 이 상병은 갑작스럽게 맥없이 쓰러졌고, 당시 시각은 대략 오후 4시 10분경, 두부의 총상으로 보이는 열상을 발견한 소대장은 숨이 멎은 것을 확인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며 바로 군 헬기를 부른다.

 헬기가 뜨고 30여 분 만에 국군수도통합병원으로 긴급히 후송되지만, 일병은 오후 5시 22분 최종 사망 처리됐다.

그리고 군의 ‘도비탄(跳飛彈·어디로 튈지 모르는 총탄)에 의한 사망’ 중간수사 발표.  


  ‘도비탄’이라는 성급한 군의 발표는 사고 의혹만 증폭시켰다. 언론들은 앞다투어 의혹들을 내놓았다. ‘유탄에 의한 사고는 아닌지’, ‘조준 사격은 아닌지’, ‘사고 장소가 사격장에서 유사거리인지’, ‘도비탄이 날아갈 수 있는 거리인지’, ‘사격장보다 높은지 또는 낮은지’, ‘왜 단독군장(방탄모를)을 하지 않았는지’ 등 각종 의혹은 꼬리를 물었지만 풀리지 않았다.

 여론이 격해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특별조사’ 지시를 내렸다.

 국방부 특별조사본부는 "가스작용식 소총의 특성상 총구가 2.39도만 위를 향해도 탄이 사고 장소까지 직격탄으로 날아갈 수 있는 데다 그 중간지점인 방호벽 위를 향했다면 사고지점까지 다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부검결과 총알이 1차 충격에 대한 변형이 없었다는 점과 사고지점 주변에 70여 개의 피탄 흔적이 발견됨에 따라 유탄(流彈)에 의한 사고가 가장 유력하다고 했다.  

 이어 논란이 됐던 ‘도비탄’에 대해서도 사고 당시 일병의 머리에서 회수한 탄두 4조각에 대해서는 K2소총용 5.56m 탄두의 파편으로 확인됐지만, 도비탄을 고려했을 때 부딪힌 흔적이 없는 데다 상병의 우측 광대 부위의 사입구(射入口·총알이 들어간 곳)가 원형을 유지하고 있고 이물질도 없어 탄환이 직접 일병의 두부에 맞았다며 유탄으로 결론지었다.

 복수의 현역 군 관계자들은 도무지 이 사고 상황은 납득할 수 없는 사고라며, 결국 사격장과 군 인솔자인 간부들의 ‘안전불감증’이 부른 참사이자, ‘인재’라며 꼬집었다. 군의 잦은 사고와 현장이 '블라인드(blind)'인 속성상 그때마다 내놓은 군의 석연치 않던 결론에 그동안 우리 국민은 익숙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껏 우리 사회가 폐쇄적인 군에 대한 방치와 방관이 결국 이번 ‘철원 총기사고’를 만든 원인이 된 셈이다.

국방부는 지난 10일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자들인 부대 중대장(대위), 소대장(중위), 부소대장(중사)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군 법원은 지난 12일 증거인멸이 없고 일부 혐의에 대해 소명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중대장과 부소대장의 영장을 기각하고, 사고 당시 부대 인솔자로서 사격 총성이 있었음에도 우회하지 않고 병력이동을 강행한 사고의 책임이 높다 하여 소대장을 구속했다.

 해당 사격장을 즉시 폐쇄조치 하고, 전국의 유사 사고가 예상되는 군 사격장 50여 곳에 대해 사용중지 조처를 내렸다.

 이번 사고에서 급급히 퇴로를 만들었을 군의 모습을 생각하니 씁쓸할 뿐이다. 정작 어디로 튈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던 '도비탄(跳飛彈)'은 군이 아니었나 조심히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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