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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아빠' 초동수사 미흡···전문가들 "경찰, 실종사건 회피"

등록 2017.10.15 18: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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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씨가 조사를 받기 위해 15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검찰은 범행 동기와 경찰 수사 결과 확인 등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2017.10.15.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씨가 조사를 받기 위해 15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검찰은 범행 동기와 경찰 수사 결과 확인 등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2017.10.15. [email protected]


美, 엠버시스템 적극 활용···비상경보, 실시간 보도 등
캐나다, 실종아동소 운영···경찰 교육 프로그램 제공
"실종 수사 전문성 크게 떨어져···정확한 판단력 부족"
"엠버경보 공격적으로 활용해야···범인에 위기감 조성"

【서울=뉴시스】박영주 김지은 기자 =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씨가 중학생 딸 친구 A(14)양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나라 경찰이 통상 실종수사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3일 서울 중랑경찰서의 수사결과 발표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30일 딸 이모(14)양의 친구 A양을 서울 중랑구 망우동 집으로 불러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먹이고 성추행했다. 이튿날 A양이 깨어나 소리를 지르며 반항하자 이씨는 A양을 우발적으로 살해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30일 오후 11시30분께 A양 어머니로부터 최초 신고를 받은 경찰이 A양의 실종신고를 대강 넘기려고 하는 등 수동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A양이 이씨 집으로 간 이후 12시간 이상이 지나서야 살해됐다는 점을 봤을 때 경찰이 능동적으로 수사에 나섰다면 A양을 살릴 수 있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아빠' 이영학 씨가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2017.10.14.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아빠' 이영학 씨가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2017.10.14. [email protected]


 ◇구멍 드러낸 초동수사···처음부터 '가출'로 판단

 서울 중랑경찰서에 따르면 A양에 대한 최초 실종 신고가 접수된 시점은 지난달 30일 오후 11시20분께다. 이어 A양은 이씨에 의해 이튿날인 1일 낮 12시30분께 살해당했다. A양이 신고 이후에도 최소 12시간 이상은 살아있었던 것이다.

 A양의 실종 신고 직후 중랑경찰서 망우지구대는 1일 새벽까지 A양의 핸드폰 위치 정보가 마지막으로 수신된 망우사거리 일대를 수색했다. 이씨의 집 주변도 수색했지만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망우지구대로부터 A양 실종사건을 넘겨받은 중랑서 여성청소년과는 같은 날 오후 4시께부터 A양과 주변인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검색해 다시 망우사거리 인근 수색에 나섰다. 하지만 이 시간은 이미 A양이 이씨로부터 살해당한 이후였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9시가 돼서야 A양 어머니와의 통화에서 "딸이 (이영학의 딸인) 이양과 만났다가 헤어졌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양의 어머니는 지난 13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에게 이양과 통화한 사실을 말했지만 귀담아듣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30일 실종 신고를 하면서 이양의 이름을 경찰에 알렸다는 것이다. 또 A양 어머니는 경찰이 이 사건을 처음부터 '실종'으로 보지 않고 '가출'로 다뤘다고 경찰을 원망했다.

 조희련 중랑경찰서장은 A양의 실종사건을 4일 오전이 돼서야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총책임자인 서장이 A양이 실종된 지 나흘만에야 강력사건을 인지한 것이다.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친구 좀 만나러 가서 자고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해 단순 가출 사건 정도로 판단했다"며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경찰이 수사를 더 잘했으면 구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일찍 대처했으면 구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경찰의 초동대처 미흡 등 부실수사 논란에 대한 내부 감찰에 착수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아빠' 이영학 씨가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사죄 인사하고 있다. 2017.10.1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아빠' 이영학 씨가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사죄 인사하고 있다. 2017.10.13. [email protected]


 ◇"선진국 실종아동 사건 수사 체계 안정적"

 선진국의 경우 실종아동을 수사하기 위한 수사전담반을 꾸리는가 하면 일부 국가는 엠버시스템(Amber Alert System)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엠버시스템은 어린이 유괴·납치사건에 대한 비상경보 체제를 말한다.

 경찰이 경보를 발령하면 해당 지역의 TV, 라디오 등 모든 전파 매체는 정규방송을 모두 중단하고 납치 사실을 즉각적으로 실시간 보도한다. 또 유괴된 아이의 이름과 특징, 납치범의 특징, 납치범 차량 번호 등을 알리게 된다.

 치안정책연구소 생활안전대책연구실 김학신 선임연구관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실종아동에 대한 신고 접수 및 처리는 경찰이 하고 있으며 주(州)별로 실종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처리함을 원칙으로 한다.

 특히 18세 미만의 아동이 실종됐을 경우에는 '잠재적인 유괴범죄'로 간주해 경찰과 FBI가 즉시 수사에 가담한다. 지역경찰은 담당관에게 엠버경보를 요청하게 된다. 미국의 비영리 민간단체기관인 '국가 실종 및 착취 아동센터'는 법무부, FBI, 재무부, 국방부 등 정부기관과 연계해 실종아동 찾기 일을 수행한다.

 캐나다는 1986년부터 실종 아동 관련 정보를 종합하는 '실종아동소'를 운영 중이다. 모든 캐나다 경찰, 관련기관, 미국 경찰 등과 연계돼 실종아동 정보수집·분석·통계를 일선 경찰기관에 신속히 전달한다. 또 실종 아동 정보에 대한 모니터링과 전단 제작·배포·실종아동 민간단체와의 정보 교환, 경찰관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 중이다.

 벨기에는 전 유럽에 걸쳐 단일 연결망을 통해 국제적인 아동복지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실종된 아동을 찾고 성적 착취를 예방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연결망은 '실종 및 성적 착취 아동을 위한 유럽 센터'와 연결된다. 11명의 직원이 24시간 동안 응급 전화를 받으며 실종아동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씨가 조사를 받기 위해 15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검찰은 범행 동기와 경찰 수사 결과 확인 등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2017.10.15.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씨가 조사를 받기 위해 15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검찰은 범행 동기와 경찰 수사 결과 확인 등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2017.10.15. [email protected]


 ◇"실종 수사 전문성 부족···경찰, 회피·책임지기 싫어해"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실종 수사에 대한 시스템이나 전문성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실종 수사를 주로 전담하는 여성청소년팀의 업무가 가중되다보니 신고가 접수돼도 경찰들이 심각한 사건으로 잘 인지하지 않는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초동 단계부터 실종신고를 접수하는 경찰관들이 심각한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빠르게 정황을 파악한 후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의 경우도 경찰의 판단력이 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경찰들은 실종수사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신고가 들어와도 세밀하게 들여다볼 능력이 부족하다"면서 "지구대나 파출소 경찰들도 실종 사례를 좀 더 치밀하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종아동 담당 경찰관은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자의 성향과 특성에 대한 전문지식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영국의 경우는 경찰청에 실종 전문가만 100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엠버경보시스템의 활성화도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부모가 동의해야 실종 경보를 발령할 수 있다. 하지만 하루 빨리 아이를 찾기 위해 엠버경보 발령 매뉴얼을 자세히 제작하고 경보 시에는 즉각 방송 매체 등을 집중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적학과 교수는 "엠버경보를 발동하고 즉각적으로 경찰이나 보호기관에서 아동 찾기 운동을 하면 수월할 것"이라며 "범인에게도 잡힐 수 있다는 위기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공중파 방송, 라디오뿐 아니라 교통신호 표지판과 문자를 통해서도 공격적으로 엠버 경보를 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선제적으로 실종 아동을 대하는 경찰의 안일한 의식부터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이 경찰인권위원회 구성과 국정감사 대응에는 신속하지만 막상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건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실종 사건을 해봤자 부담으로만 여긴다. 당장 목전에 승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문화가 경찰 내에 자리 잡아 회피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경찰 인사평가 시스템의 평가 기준이 국민 안전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경찰 활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지금은 담당 경찰관이 책임만 지는 시스템이니 실종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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