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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까지 나선 강남 재건축, '클린 수주' 가능할까

등록 2017.10.17 16:26:41수정 2017.10.17 17:4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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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까지 나선 강남 재건축, '클린 수주' 가능할까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강남 재건축 수주전에 결국 경찰까지 나서면서 고질적인 재건축 금품·향응 비리가 척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재건축 비리의 증거를 잡기가 쉽지 않고, 불법 행위가 드러나더라도 직원 개인 처벌에 그치거나 하청업체 책임으로 떠넘기는 경우가 많아 처벌 실효성에 의문이 크다.

 이에 전문가들은 위법 행위 적발 시 입찰을 배제하거나 시공사 선정권을 박탈하는 등 고강도 처벌 규정을 만들지 않는다면 재건축 비리를 없애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초경찰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 경찰청 범죄정보과 등이 대형 건설사들의 재건축 수주전 금품 살포 행위를 내사 중이다.

 이미 일부 현장의 경우 관련 증거를 수집해 혐의를 포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 내사 단계라 수사 방향과 규모, 담당부서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국정감사 이후 내부적으로 상황이 정리되면 본격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수사인력을 투입해 TF(태스크포스) 조직을 꾸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청와대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역시 과열된 부동산 경기를 안정화 시키고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재건축 비리가 사라져야한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어 대규모 수사로 이뤄질 수도 있다.

 국토부 국정감사에서도 재건축 복마전이 도마에 올랐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잠실 등 일부 재건축 사업장에서 조합원을 상대로 과도한 금품수수가 이뤄졌다"며 "철저히 단속해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도 "강남재건축 시공사 금품 제안과 조합원 돈 봉투 살포 등 부패에 대해 도정법(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위반과 뇌물 수수 등 혐의에 대해 검찰 수사가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현금에 백화점 상품권, 고급 리조트 이용권까지 '돈 잔치'

 재건축 수주전에서 건설사들이 금품·향응을 제공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해외 수주가 줄고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먹거리가 줄자 수주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 강도가 더 세졌다.

경찰까지 나선 강남 재건축, '클린 수주' 가능할까

신호탄은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 수주전이었다. 건국 이후 최대 규모의 재건축 사업이라는 이 단지에 GS건설과 현대건설이 맞붙으면서 피 튀기는 경쟁이 벌어졌다.

 특급 호텔 식사 접대, 고가 선물 등 음성적인 금품·향응 제공 이외에도 공개적으로 현대건설은 총 1600억원 대의 이사비 무상 지급, GS건설은 미분양 시 회사가 전량 인수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영업에 쏟아 부은 돈이 300~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국토부와 지자체인 서울시, 서초구청이 나서서 과열된 수주전에 제동을 걸었다. 현대건설과 GS건설도 손을 들고 '클린 수주'를 약속하면서 재건축 수주전이 조용해지는 듯 싶었다.

 하지만 그 이후 잠실 미성크로바, 한신 4지구 시공사 선정 때 또 다시 롯데건설의 과잉 영업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GS건설이 롯데건설의 금품 살포를 통한 매수 행위까지 공개하면서 경찰 수사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실제 GS건설은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롯데건설이 부정한 방법으로 조합원을 매수했다고 발표했다. 현금 제공 4건을 포함해 현금과 청소기 1건, 현금과 숙박권 1건, 상품권 4건, 상품권과 화장품 1건, 명품가방 1건 등 20여건의 사례를 공개했다.

 롯데건설 측은 "불법행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명예휘손 등 법적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시공권 박탈 등 강력 조치 수반돼야 실효성 있어

 업계에서는 경찰이 수사에 나서고 최근 GS건설이 한신4지구에서 '클린 수주'를 선언한 뒤 수주전에서 승리한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재건축 수주전이 투명하게 이뤄지길 바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 등을 위한 2017년 임시총회(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에서 조합원들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투표를 하고 있다. 2017.09.27.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 등을 위한 2017년 임시총회(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에서 조합원들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투표를 하고 있다. 2017.09.27. [email protected]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도 수주전이 치열해지면 그만큼 영업·홍보 비용으로 수백억원을 쏟아 붓게 돼 사업의 수익성이 나빠진다"면서 "조합원들은 당장 현금을 받아 기분은 좋겠지만 나중에 상품의 질 저하, 분양가 상승, 사업비 증가 등으로 되돌아오게 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도 "건설사들도 이제는 금품 살포를 통한 매수로 수주전을 이기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브랜드와 상품력으로 경쟁해야할 때"라면서 "건설사들도 잘못된 줄 알지만 금품·향응 제공이 가장 효과가 크기에 유혹을 떨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 수사만으로는 재건축 비리를 척결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건설사들이 'OS(outsourcing·아웃소싱) 업체'와 계약을 맺고 금품과 상품 등을 뿌리기 때문에 경찰 수사가 들어오더라도 증거를 없애고 발뺌하면 그만이다.

 또 수사 결과 불법을 저지른 게 밝혀지더라도 건설사 법인, 건설사나 용역업체 직원은 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것에 그치다보니 일단 수주전에서 승리하고 보자는 식의 불법 영업이 만연하고 있다.

 국토부 역시 수사권이 없다보니 건설사들에게 경고 이외에 딱히 손쓸 방법이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위법 행위 적발시 입찰을 배제하거나 시공사 선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된 도시정비법 등 관련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시행 시기가 내년 2월이라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개정안을 만들어야한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감시가 상대적으로 소홀해 건설사들이 불법 매수 행위를 할 수 있는 부재자 투표에 대한 재 검토와 기준 강화 등도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토부와 지자체가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법을 비롯한 제도 개선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며 "건설사들이 비리를 저지르면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들 정도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의원은 "1000억원대 비리가 발생해도 5000만원 벌금과 징역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과중처벌 조항을 만들고 재입찰을 금지하는 등 입법 조치를 강구 하겠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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