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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한심한 기상청"···여야, 인공지진·기상관측 미흡 질타

등록 2017.10.17 18: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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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남재철 기상청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7.10.17.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남재철 기상청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7.10.17.  [email protected]


"매뉴얼 따랐다"···한국당 "국민안전 맡길 수 있나"
"죄송하다"···청장·지자연 원장, 일어서서 고개 숙여
지난 5년간 강수적중률 46%···"두번 중 한번 틀려"
예보관들 3무(無)···예보 능력 떨어질 수밖에 없어
"예보 강화 핑계로 선배 자리 만들어···가관이다"

 【서울=뉴시스】박영주 김지은 기자 =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북한 6차 핵실험으로 발생한 인공지진 대응을 놓고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논란이 된 수치예보 모델 정확성 문제는 올해도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근무 과중으로 인한 예보관들의 역량 부족도 지적됐다.

 ◇기상청장·지자연 원장 "인공지진 대응 미흡···죄송하다" 사과

 기상청은 지난달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인해 규모 5.7의 인공지진 발생 후 8분30초 뒤 규모 4.4의 '함몰지진'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이틀 뒤에 발표해 논란이 됐다. 또 기상청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자연)으로부터 함몰지진 감지 사실을 통보받고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은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인한 인공지진 통보 과정에서 기상청과 관계기관이 보여준 모습은 가관이었다"면서 "기관들의 역할 다툼 탓에 국민이 피해를 볼 거라는 우려가 들었다"고 지적했다.

 남재철 기상청장과 신중호 지자연 원장을 향해 "인공지진과 관련한 정보를 누가 담당할 거냐. 협의한다고 말은 하지만 항상 진척이 없다"고 꼬집었다.

 신 의원은 또 "행정안전부(행안부) 재난안전상황실은 핵실험에 초동 대응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인공지진) 자료 제출을 신속히 요청한다는 공문을 기상청과 지자연에 보냈다. 하지만 기상청은 이를 묵살했다"고 비판했다.

 남 청장이 "핵실험의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랐다"고 답하자 신 의원은 "매뉴얼에 없으니 통보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적절하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신 의원은 "매뉴얼 상 없는 언론에는 통보했다. 그러면서 재난안전상황실에는 통보를 안 하냐"고 했다.

 같은 당 임이자 의원도 "(행안부에)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게 맞냐"고 반문하면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유관기관인데 왜 자료를 거부했냐. 국민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임 의원은 "지자연은 약 8분 후에 (함몰지진을) 알았다고 얘기했다"면서 "지자연과 기상청이 병행해서 지진을 탐지·분석하고 전파하지 않느냐. 이 부분에 혼선이 있는 건 심각한 문제다. 기상청에 국민의 안전을 맡길 수 있느냐"고 쏘아붙였다.
 
 그는 신 원장을 향해서도 "함몰지진 보고를 이메일로 하시고 난 후 전화는 한 통도 안 했냐. 이것을 어떻게 공유라고 할 수 있느냐"고 몰아세웠다.

 신 의원과 임 의원은 "경고로 끝날 게 아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두 기관장 모두 정중하게 대국민 사과를 해라"고 요구했다.

 신 원장은 "앞으로 혼선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일어서서 고개를 숙였다. 남 청장 역시 "인공 지진과 관련해 국민의 신뢰를 잃은 건 정말 죄송하다고 생각하다"며 "앞으로 지자연과 원활하게 협력해서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남재철 기상청장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17.10.17.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남재철 기상청장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17.10.17.  [email protected]


 ◇수치예보모델 정확성 떨어져···"국민에게 부끄럽지 않냐" 질타

 여야 의원들은 이번 국감에서도 기상청의 낮은 예보 적중률을 반복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기상청이 2008년 영국 수치예보모델 도입을 결정하고 슈퍼컴퓨터도 도입했다"면서 "지난 5년간 기상청의 강수 유무 적중률은 46%에 불과하다. 두 번 중 한 번은 틀리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한 의원은 "영국 수치예보모델을 그냥 사용하는 게 아니라 매년 2억3000만원씩 사용비를 준다"면서 "그럼에도 영국 모델이 안 된다고 2019년까지 947억원을 들여서 한국형 독자 수치예보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모델을 도입할지 독자모델 도입할지 선택 기로에 섰을 때 제대로 판단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했다"며 "기상청이 (예보 정확성을 위해)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라"고 지적했다.

 남 청장은 "현재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이 정상적으로 잘 개발되고 있다. 개발을 마무리하고 시험 운영 중"이라며 "현업에서 운영하는 모델의 90% 정도로 성능을 끌어 올리는 것을 1차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이 세계 최고급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홍영표(더불어민주당) 환노위원장은 "비 오는 거 절반만 맞히고 장비 사고, 조직 늘리는 게 일방적인 기상청의 주 업무인가"라면서 "국민에게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사과 좀 하라"고 반성을 촉구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수치예보모델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동관측장비를 잘 활용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자동기상관측장비는 1446개인데 수치 모델에 활용되는 곳은 16.8%인 745개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신중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이 선서를 하고 있다. 2017.10.17.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신중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이 선서를 하고 있다. 2017.10.17.  [email protected]


 ◇예보관 업무 과중 지적···"기상청, 답변 기상천외"

 기상청 예보관이 무휴일, 무휴가, 무교육의 3무(無) 노동에 시달리고 있어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예보관들이 휴가도 없고 교육도 못 받고 쉬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분들에게 좋은 예보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강 의원은 "예보는 수치 모델로 40%, 위성관측으로 20~30% 얻는다. 나머지 30~40%는 예보관의 능력"이라면서 "아무리 최첨단 장비가 구비돼 있더라도 몸과 마음이 건강한 예보관이 준비돼 있지 않으면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남 청장은 "지적하신 대로 근무스케줄을 여유 있게 해서 휴식과 주간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예보관 성과 평가에 따른 인센티브도 고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정미 의원도 국가태풍센터 예보관의 업무 과중으로 태풍진로 예측 오차가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2011년부터 태풍 강도 예측 오차가 감소하다가 2013년부터 다시 예측이 어긋나기 시작하고 있다"며 "예보관의 문제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미국의 태풍경보센터 예보관은 20명인데 우리나라는 6명"이라며 "2015년부터는 동남아에서 태풍센터로 교육을 받으러 오는 거로 안다. 6명이 일상적으로 담당해야 할 업무도 벅찬데 교육까지 하느라 업무가 가중되는 상황을 파악은 하고 계시냐"고 비판했다. 

 기상예보 정확도 향상 대책으로 내놓은 '퇴직 예보자문관' 제도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기상청은 지난해 8월 퇴직 기상인 중 예보경력이 20년 이상이고 예보능력이 탁월한 사람을 예보자문관으로 위촉하는 '퇴직 예보자문관'을 도입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의원은 "올해 계약을 체결한 자문관 11명 중 7명은 기상청이 처음 제시한 예보 경력 20년에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활동도 지자체 파견과 브리핑 등이다. 예보 능력과 적합한 일을 하고 있지 않다"고 목청을 높였다.

 홍 위원장은 "기상청이 기상천외한 답변을 많이 한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면서 "예보를 강화하겠다고 해놓고 선배들 자리를 만들어줬다. 기상 예보나 제대로 잘 하라"고 비꼬았다. 그는 "기상청은 이 상태로 안 될 것 같다"며 "정말 이런 기관은 처음"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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