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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명박 시장 시절이 좋았지"

등록 2017.10.18 16:38:07수정 2017.10.23 09: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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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업무 과중을 토로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가 등장하자 서울시 공무원들이 동요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일을 너무 많이 시켜서' 이를 감당 못한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얘기가 시청 곳곳에서 나온다.

 지난 17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와 연계해 박원순 서울시장의 리더십을 질타하는 야당 국회의원들이 적지 않았다.

 박원순 시장이 '공무원 사이에서 역대 시장 중 가장 인기가 없다'는 소문이 떠돈다. 여론조사 같은 팩트에 근거한 것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구전된다. 한 전직 국회의원은 아예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소문을 기정사실처럼 말했다. 진위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공무원들한테 한번 물어보라'고 했다.

  시장 리더십이 이슈가 되면서 시 공무원 사이에서 부쩍 오르내리는 이름은 서울시장을 거쳐간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기업가 출신으로서 '컴퓨터를 장착한 불도저'란 말을 듣기는 했지만 당시의 이명박 시장은 관료사회에 우호적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청계천 복원사업이나 버스중앙차로가 추진되던 시절을 서울시 관료사회의 최전성기로 회상한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든 이 두 개의 핵심 사업을 추동한 힘을 서울시 관료사회의 힘과 동일시한다. 

 이명박 시장 시절은 서울시 관료들의 '리즈시절'이었을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 서울시 공무원중 상당수는 한자리씩 꿰차 국정을 좌지우지했다. 출세한 이들이 꽤 있다.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도 그중 한명이다. 방송에서 공무원들에게 박 시장이 인기가 없다고 단언한 이 역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정두언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다.
 
 이명박 정부는 공과가 분명하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시절의 실정 가운데 상당부분이 중앙정부로 넘어가 '관료인생 2모작'을 한 서울시 출신 공무원들에게 있다는 것을 말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이명박-오세훈 시절 추진됐다가 우리사회에 상채기만 남긴 채 좌초한 뉴타운 사업에 대한 책임을 얘기하는 이 역시 드물다. 이들에게 책임을 물으려 하면 '공무원에게는 영혼이 없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서울시 관료사회 안에서 박원순 시장 리더십의 위기가 야기된 것은 어쩌면 관료사회를 감시하던 시민사회 출신에, 역대 최장수 서울시장 밑에서 일한 피로감과 무관치는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그 피로감이 이명박 시장 시절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어지는 것은 불편하다.
 '박원순 제압'의 기획이 꼭 국정원 같은 외부세력에서만 나오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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