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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 진경산수 걸작, 무더기로 보물된다

등록 2017.10.27 10: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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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선 필 해악전신첩

【서울=뉴시스】 정선 필 해악전신첩

【서울=뉴시스】 신동립 기자 = 국가지정문화재(보물) 11건이 탄생한다. 예고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문화재청이 지정한다.

‘정선 필 해악전신첩(鄭敾 筆 海嶽傳神帖)’은 1747년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謙齋) 정선(1676~1759)이 금강산 경치를 21폭에 그린 화첩이다. 보물 제1875호인 정선의 ‘풍악도첩’과 더불어 18세기 금강산 그림을 대표할 만한 학술·예술적 가치가 크다. ‘해악전신’은 산천 지형을 뛰어난 필치로 구현했다는 의미다.
 
‘정선 필 경교명승첩(鄭敾 筆 京郊名勝帖)’은 1741년 그리기 시작해 사망한 1759년께 완성했으리라고 추정되는 화첩이다. 서울 인근과 한강변 명승을 담은 진경산수화다. 정선이 교류한 조선후기 시인 이병연(1671~1751)의 글이 함께 실렸다. 색감이 산뜻하고 분위기는 차분하다. 청록채색법을 적용한 정선의 대표작이다.
 
【서울=뉴시스】 정선 필 경교명승첩

【서울=뉴시스】 정선 필 경교명승첩

‘정선 필 풍악내산총람도(鄭敾 筆 楓嶽內山總覽圖)’는 노년의 정선이 1740년대 그렸다. 가을 금강산의 절경을 1폭으로 표현했다. 짜임새 있는 구도와 사물을 선명하게 묘사한 꼼꼼한 필치, 능숙한 필선 등 만년 정선의 무르익은 솜씨를 보여준다. 녹색, 황색, 적색 등 다양한 채색으로 가을의 내금강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다른 금강산도와 차별된다. 국보 제217호인 정선의 ‘금강전도’와 비교해도 예술적 가치에 손색이 없다는 평이다.

‘정선 필 청풍계도(鄭敾 筆 淸風溪圖)’는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대표하는 또 다른 그림으로 2m에 가까운 대작이다. 1739년 당시 64세 정선이 안동김씨와 친분으로 서울 백악산 청풍계에 있던 김상용(1561~1637)의 고택을 그렸다. 개성적인 화풍과 대가의 기량이 발휘된 작품이다. 역동적인 구성과 조형 감각, 자신감 있는 필묵 구사 등 정선 진경산수화를 대표할 만하다.

 ‘정선 필 여산초당도(廬山草堂圖)’는 그동안 알려진 정선의 고사인물도 가운데 규모와 표현이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손꼽힌다. 여산은 중국 강서성의 명산인데, 여산에 초가를 짓고 은거한 백거이(772~846)의 고사를 주제로 그렸다. 우리나라의 실물이 아닌 관념 속 산수임에도 정선이 진경산수화에서 즐겨 다룬 개성적인 필묵과 남종화풍을 절충, 조선 후기 산수화의 또 다른 경지를 드러낸다. 주로 수묵을 즐겨 쓰는 화법과 다른 짙은 채색화라는 점에서 희소성이 높다.
 
【서울=뉴시스】 청자 음각환문 병

【서울=뉴시스】 청자 음각환문 병

‘청자 음각환문 병(靑磁 陰刻環文 甁)’과 ‘청자 양각도철문 정형향로(靑磁 陽刻饕餮文 鼎形香爐)’는 고려 시대 주된 도자기 생산지인 전라남도 강진에서 12~13세기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자다. 보존상태가 좋을뿐 아니라 제작기법이 매우 정교하며 고려청자 특유의 푸른색을 띠는 유색(釉色)도 단아하다. 이처럼 고려청자 중 몸체에 두 귀를 달고 주변으로 고리모양을 새긴 형체와 청동기 문양의 일종인 도철문(饕餮紋)을 새긴 경우는 드물다. 금속기의 형상을 청자로 번안한 대표적인 사례이자 유약과 바탕흙 모두 절정기의 수작으로 평가된다.

이상 7건은 문화재청과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국가지정문화재 지정확대를 통해 재단 소장품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 공개하려고 지난달 협약한 성과다.

사찰에서 도난당했다가 다시 찾은 불화 3건, 15세기 고서적 1건도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청도 용천사 영산회상도(靑道 湧泉寺 靈山會上圖)’는 영조 25년(1749) 조성된 불화다. 2000년 5월30일께 용천사에서 도난됐다가 2014년 8월 회수됐다. 짜임새 있는 화면 구성과 단정한 인물묘사, 섬세한 문양 표현, 채도가 낮은 적색과 녹색 위주의 차분한 색감 등이 17세기 중엽 기림사, 통도사, 석남사 등 경상도에서 활동한 임한(任閑) 화파의 특징을 보여준다. 조성시기가 명확해 18세기 불화연구의 기준작이 된다. 웅장한 영산회상 장면을 치밀한 구도와 세련된 필치로 수준 높게 구현했다.
【서울=뉴시스】 법계성범 수륙승회수재 의궤

【서울=뉴시스】 법계성범 수륙승회수재 의궤


‘청도 대비사 영산회상도(靑道 大悲寺 靈山會上圖)’는 숙종 12년(1686) 조성됐다. 1988년 12월24일 대비사에서 도둑맞았다가 2014년 8월 되찾은 불화다. 가로와 세로 길이가 3m가 넘는 대형이며 보존상태가 양호하다. 화기(畵記)를 통해 해웅(海熊), 의균(義均), 호선(顥瑄) 등 당대 화승들이 합작했음을 알 수 있다. 17세기 후반 영산회상도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수화승(首畵僧) 해웅의 작품 양식이 18세기 경북 팔공산 일대에서 활동한 의균(義均) 화파로 전승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불화다.

‘예천 보문사 삼장보살도(醴泉 普門寺 三藏菩薩圖)’는 영조 43년(1767)에 조성된 것이다. 1989년 6월5일 보문사에서 도난당했다가 2014년 8월 회수했다. 보존상태가 양호하며 도상(圖像)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돼 있다. 한 화면에 천장(天藏), 지지(持地), 지장(地藏) 보살로 구성된 삼장보살과 시왕도(十王圖)가 결합한 독특한 도상이다. 이러한 도상은 현재까지 유일한 사례다. 삼장보살의 비중이 커진 18세기 불교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창의적이고 탁월한 구성력과 함께 뛰어난 묘사력을 보여주고 있어 조선 후기 불화 연구에 중요한 작품이다.

‘법계성범수륙승회수재의궤(法界聖凡水陸勝會修齋儀軌)’는 불교의식 일종인 수륙무차평등재(水陸無遮平等齋)의 기원과 의식, 절차 등을 모은 불교 의례서다. 성종 1년(1470) 왕실이 주도해 편찬한 책이다. 1470년 간행된 수륙재 의례서는 3건만 알려져 있다. 이번 서책은 조선왕실이 주관, 간행한 수륙재의 기본서이자 ‘법계성범수륙승회수재의궤’의 가장 오래된 판본에 해당한다. 조선 중기 불교학과 목판인쇄사 규명의 중요 자료다.

【서울=뉴시스】 예천 보문사 삼장보살도

【서울=뉴시스】 예천 보문사 삼장보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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