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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자금을 만들었다" 前 건설사 현장 직원의 고백

등록 2017.10.2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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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자금을 만들었다" 前 건설사 현장 직원의 고백

안전 아닌 '뇌물·접대' 목적으로 쓰이는 산업안전관리비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지난 26일 울산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윤 모씨는 "과거 건설사 현장에서 근무하며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털어놨다.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 때 회사와 현장소장의 사법 처벌을 무마하기 위해 사고 관련 유관기관 직원들에게 뇌물을 주거나 접대를 하는데 썼다"고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당시에는 어리석게도 그런 행동이 근로자 안전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연이어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며 "과거 비자금으로 처벌을 무마하지 않고 제대로 처벌을 받았다면 올해 또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가 있었을지 죄책감이 든다. 산업현장에 계신 근로자들의 안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는 속죄의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비자금을 사고 책임을 회피하는 데 쓰지 않고, 그래서 사고에 책임이 있는 자가 제대로 처벌을 받고, 그리고 건설 현장 전반에 안전 의식이 바로잡혔다면,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일종의 속죄의 반성문인 셈이다. 

산업안전관리비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산업재해와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을 위해 일정 비율 이상을 도급 금액에 반영해 안전시설물 설치 등에 사용해야 하는 비용이다.
 
산업안전관리비는 안전 관리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실제 현장에선 안전 관리 이외에 뇌물이나 접대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실제 윤 씨는 지난 2014년 타워크레인 사고가 있었던 광교 현장에서 공사지원 업무를 하면서 1억원 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안전점검이나 산업안전보건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고용노동부 감독관 접대나 뇌물을 주는 데 사용했다고 털어놨다.

또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가 발생 했을 때 건설사와 현장소장 사법 처벌을 무마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 경찰 쪽에 뇌물을 주는데도 사용했다.

이날 국감에서 공개된 건설사의 광교 사고 당시 보고서에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A씨, 안전보건공단 지도원 B씨, 수원 남부경찰서 경찰관 C씨 등을 접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자금 사용내역을 보면 경조사비, 비정규직 직원 급여, 민원인 대응, 시청 인사 전별금, 시청 관계자 휴가비, 골프 비용 등에 썼다.

윤 씨는 "타워크레인 사고가 난 이후 타워크레인 임대사로부터 1000만원을 받고, 별도로 400만원을 얹어서 총 14000만원을 고용노동부 감독관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당시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는 운전자 과실로 결론나고 건설사 측은 무혐의로 최종 처리됐다. 윤 씨는 그가 전달한 뇌물이 건설사와 현장소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는 데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했다.

그는 "가장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조사하는 국과수는 타워크레인 조정관과 브레이크 장치의 심각한 결함이 있어서 붕괴 사고의 중요한 원인으로 장비 결함을 지적했지만 노동부나 안전보건공단, 경찰은 객관적인 근거 없이 근로자 과실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후 해당 고용노동부 감독관은 타워크레인 사고 처벌 무마 명목 1000만원과 평소 점검 무마 명목 1400만원 등 총 2400만원을 뇌물로 수수한 혐의로 사법처리 됐다. 

특히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목적 외에 사용하는 문제는 특정 건설사, 특정 현장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라 대부분의 건설현장 전반에 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안전관리비로 비자금을 만들지 않은 현장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사업주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애꿎은 근로자만 억울하게 돌아가신 것"이라며 "산업안전보건관리비가 이렇게 허투루 쓰지지 않고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쓰일 수 있도록 노동부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산업안전관리비와 관련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건설현장에서 일어났고, 책임자가 처벌을 받는 과정에 있다"며 "고용부는 감독 뿐 아니라 제도 개선 방안도 연구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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