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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백만원 빌렸더니 1억5천만원 내라?"…연이율 3256% 불법대부업 일당 적발

등록 2017.10.31 1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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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등록업체를 가장한 불법대부업 광고. 2017.10.31. (사진 = 서울시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등록업체를 가장한 불법대부업 광고. 2017.10.31. (사진 = 서울시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자영업자 A씨는 길거리에 뿌려진 명함 전단을 보고 대부업체로부터 500만원을 빌렸다. 그러나 공증료와 선이자를 공제하고 이자가 가산되면서 A씨는 하루 8만원씩 75일에 걸쳐 총 600만원을 갚아야 했다. 연 이자율은 법정 이자율의 10배에 가까운 259%에 달했다.

 가게 사정이 나빠져 대출금 상환이 지체되자 사채업자들은 기존 대출에 추가로 금액을 빌려 연체 이자를 갚는 이른바 '꺾기'를 권유했다. A씨는 처음 대출받을 때처럼 고리로 돈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500만원이 필요했던 A씨가 갚아야 할 돈은 어느새 1억5400만원으로 불어났다.

 서울시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등록대부업체를 가장하고 법정 이자율(27.9%)의 100배가 넘는 최대 연 3256%의 살인적인 이자율을 적용해 77억원을 불법 대부한 일당을 적발했다고 31일 밝혔다. 주범인 이모씨를 구속하고 일당 8명은 불구속했다.

 이들은 2013년 11월께부터 서울 및 경기지역 일대에 등록대부업체를 가장한 불법광고전단지를 무차별적으로 배포했다. 영세자영업자와 저신용자 등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서민층 263명을 대상으로 총 1241회에 걸쳐 77억원을 불법 대부했다.

 77억원을 빌려주면서 수수료 명목으로 2억6800만원, 선이자 명목으로 4억4400만원 등을 공제해 상환해야 하는 금액을 부풀렸다. 동시에 최저 연 132.6%에서 최대 연 3256.4%까지 이자율을 적용했다.

 이들은 원리금 상환을 못할 땐 한밤중에 전화하는 등 불법추심을 일삼고 '꺾기'를 요구하는 등 반복적인 불법 대출을 강요해 채무액을 불려나가기도 했다.

 대출상환의 편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대출 신청자의 체크카드를 요구해 소지하면서 이를 대출금 회수에 사용하고, 금융기관의 추적을 피하려 피의자들의 계좌 등 총22개의 금융계좌를 불법대부업영업에 사용하는 등 금융거래 질서행위를 어지럽힌 사실도 확인됐다고 특사경은 전했다.

 주범인 피의자 이모씨는 대부업법 위반 처분을 4차례나 받은 전력이 있어 자신 명의로 대부업등록이 불가능하자, 불구속 입건된 김모씨 등 5명에게 대부업등록을 하게 해 불법 대부영업을 했다. 적법성을 가장하기 위해 실제 불법대부에 사용한 사무실과 다른 이른바 '총알받이' 사무실을 차리고 단속에 대비했다.

 이 과정에서 총 4회의 이자율 위반 및 불법채권추심으로 처벌받게 되면 자신 대신 대부업 명의자 엄모씨를 앞세우는 등 꼬리 자르기 식으로 법망을 피해왔다.

 한편 특사경은 지난 2015년부터 2년간 불법대부업자 112명을 입건한 바 있다. 무등록업자가 불법 행위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등록업자가 법 규정 위반했을 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특사경은 급전이 필요해 대부업체를 이용할 때는 반드시 등록업체 여부를 확인하고 피해 발생 시 즉시 특사경 누리집 내 '신고제보센터'에 신고할 것을 시민에게 부탁했다. 등록업체 여부는 '눈물그만(economy.seoul.go.kr/tearstop)' 한국대부금융협회(www.clfa.or.kr)'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민생사법경찰단에선 불법행위 신고 포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강필영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경기침체 장기화와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경제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고금리 대부업체의 불법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대출을 받는 과정에 서 체크카드 제출을 요구하거나, 대부업 계약서를 배부하지 않고 대부업 계약서 작성 시 대부금액·이율·상환기간 등을 자필로 작성토록 하지 않는 업소는 불법 대부업소일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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