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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령의 BOOK소리]서용구 교수 "韓기업 성공 방정식 다시 써야한다"

등록 2017.11.02 14:22:18수정 2017.11.14 11: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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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불황에 더 잘 나가는 불사조기업' 저자 숙명여대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행파교수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1.02. stoweon@newsis.com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불황에 더 잘 나가는 불사조기업' 저자 숙명여대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행파교수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1.02. [email protected]

■'불황에 더 잘나가는 불사조기업' 출간
지속성장한 52개 日기업 성공 DNA 분석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불황'. 이제는 듣기 지겨울 정도로 너무 친숙해진 단어다.

많은 학자들은 한국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본의 경제·사회 현상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에서 재현되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의 경제 시차는 15년"이라고 진단했다.

그 근거로 고령화 가속화, 인구 통계를 들었다.

"한국 소비 시장은 30~54세에 해당하는 소비자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 연령대의 인구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했어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표준, '뉴노멀'(New Normal)'에 진입한 것이죠."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불황에 더 잘 나가는 불사조기업' 저자 숙명여대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행파교수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1.02. stoweon@newsis.com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불황에 더 잘 나가는 불사조기업' 저자 숙명여대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행파교수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1.02. [email protected]

'뉴노멀'. 아직은 생소한 단어지만, 이미 우리 안에 들어와있다. 한마디로 '저성장'을 뜻한다.

절대적인 소비자수가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기존 일자리와 비즈니스가 와해되는 등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 교수는 "한국은 주력 소비자 수 감소에 이어 16~64세에 해당하는 경제활동인구의 절대 숫자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 추이가 앞으로 1~2년 후면 뚜렷이 감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수가 감소하는 경제에서 저성장은 불가피하다"며 "설상가상으로 고객 1명이 소비하는 평균 금액인 객단가 역시 1인 가구 증가와 기대수명 증가로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어떻게 해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서 교수는 경제 혹한기에서도 잘 나가는 기업들, 특히 우리와 비슷한 경제 환경을 보이는 일본의 시행착오를 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효령의 BOOK소리]서용구 교수 "韓기업 성공 방정식 다시 써야한다"

그는 "일본은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으며, 저성장이 표준인 '뉴노멀 시대'를 살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블 붕괴 후 잃어버린 20년이라는 혹한기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특히 장기 불황 속에서도 매출이 연 10% 이상 지속 성장한 '불사조 기업'에서 그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서 교수는 최근 '불황에 더 잘나가는 불사조기업'(더퀘스트)을 냈다. 김창주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경영학부 부교수와 의기투합해 불황기 성장 전략을 낱낱이 파헤쳤다.

두 교수는 성공한 일본 기업이 어떤 요소로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를 시도했는지 분석했다. 장기 불황에서도 매출이 지속적으로 개선된 총 52개 기업을 일명 '불사조 기업'으로 선정했다.

52개 기업을 선정하는 데는 몇 가지 까다로운 기준이 있었다. 먼저 장기 불황이 시작된 1991년부터 2015년(기업에 따라서는 2014년)까지 매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한 기업을 추렸다.

24년이라는 긴 시간을 감안, 전년 대비 매출이 줄어든 경우가 2번 이내인 경우도 포함시켰다. 여기에 더해 1991년 이후에 설립됐거나 재무제표를 공표한 기업의 경우 2015년까지 10년 연속 성장한 기업들을 추가했다.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불황에 더 잘 나가는 불사조기업' 저자 숙명여대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행파교수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1.02. stoweon@newsis.com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불황에 더 잘 나가는 불사조기업' 저자 숙명여대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행파교수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1.02. [email protected]

서 교수는 "52개 불사조 기업들은 모두 끊임없이 가치 혁신에 몰두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전했다.

"고객 친화적인 영업력,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전문성, 높은 수준의 직원 결속력, 사회적 친화력, 틀을 깨는 창의적 역발상, 이렇게 5가지 성장 DNA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52개 기업 중에서 소매업이 31개사가 포함돼 있었어요. 놀라운 것은 지방에 있는 기업들이 많았어요. 52개사 중 28개사는 일본의 3대 도시(도쿄·오사카·나고야)가 아닌 지방에 본사를 두고 있었습니다."

책에는 일본의 대표적인 가구전문점 니토리홀딩스, 슈퍼마켓 체인 야오코, 디스카운트스토어 돈키호테홀딩스 등 총 52개의 불사조 기업 스토리가 담겼다. 각 회사의 창립과 성장 과정은 웃음·감동·교훈을 준다.

"2014년 4월, 키치리는 오사카 시내에 신입사원 9명만으로 구성한 이자카야 점포를 오픈했다. 키치리는 1년여의 시간동안 점포의 콘셉트는 물론, 메뉴와 가격 등 점포 운영에 관한 모든 사항들은 신입 사원들의 판단으로 이끌어가게 했다. 그들이 저마다 현장을 경험하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하고, 작으나마 자신의 노력으로 인한 성공 경험을 쌓게 하며, 나아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일하는 능력을 키우게 하기 위함이었다. 놀랍게도, 이전에는 점장의 지시에 따라서만 일하던 사원들이 일하던 방법이 바뀌자 엄청난 변신을 했다. 이들 신입사원 중 이직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입사 후 3개월째에 대형점의 점장을 배출하는 놀라운 전설을 만들었다."(230~231쪽, 주식회사 키치리: 신입사원들로만 구성된 점포)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불황에 더 잘 나가는 불사조기업' 저자 숙명여대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행파교수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1.02. stoweon@newsis.com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불황에 더 잘 나가는 불사조기업' 저자 숙명여대 경영학과 서용구 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행파교수회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1.02. [email protected]

"'1133명(2015년 6월) 종업원의 풀 네임을 하루 빨리 다 외우는 게 나의 최대 목표다.' 한즈만의 사장 오조노 씨가 인터뷰에서 비장한 각오로 한 말이다. 그는 '종업원의 능력에 매출이 좌우되기 때문에 회사의 실적이 늘고 있는 것은 당연히 종업원 덕분이다'라고 잘라 말한다. 오조노 사장은 종업원에게 '한즈만에서 근무하는 것이 만족스럽다'는 말을 듣는 것이 사장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그는 직원 모두의 성을 외우고 절반이 넘는 700명 정도의 풀 네임을 외우고 있다고 자랑한다."(201쪽, 주식회사 한즈만: 전직원의 이름을 외운다)

"시마무라의 우수한 인재 영업 및 개발에는 남다른 구석이 있는데, 바로 'M사원' 제도다. M사원이란 능력은 있지만 전일제로 근무하기 어려운 주부층을 기본 대상으로 한 것으로, 직장생활과 가사를 양립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간제 근로자를 말한다. 일본에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주부들이 하루에 3~4시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상당히 흔한 일이다. 기업의 노동력 부족 측면에서 보면, 이들의 일손은 특히나 소매업에서는 구세주나 다름없다."(203쪽, 주식회사 시마무라: 'M사원 제도'로 인재육성)

서 교수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이 안 오면 좋겠지만, 지금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며 "일본 사례를 참고해 기업도 개인 모두가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 불사조 마인드로 최악의 상황에 걸맞는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5년만 참으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빠르면 2025년에 아시아 대호황이 올 것입니다.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이 잘 살게 되면 한국으로 관광도 올 것입니다. 지금 경제 파워는 아시아로 넘어오고 있는데, 그 전에 우리가 죽어버리면 다 소용없습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의 성공 방정식이 다시 쓰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성공한 기업을 보면 종업원, 내부 고객의 만족도가 외부 고객의 만족도보다 같거나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한국 기업은 창의성이 결여됐고 획일화되어 있습니다. 세상이 완전히 바뀐 만큼 과거에 성공했던 방정식을 버려야 합니다. 소비력이 왕성한 충성고객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저성장시대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 경제주체가 기대수익을 낮추고, 옷깃을 다시 한 번 여며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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