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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 '청춘을 돌려다오'…11년만의 콘서트 기쁨과 눈물 범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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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11-03 22:49:36  |  수정 2017-11-03 23: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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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나훈아, 가수. 2017.09.05. (사진 = 예스24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오빠아아아~!"

 아이돌 콘서트장도 아닌데, 흥분과 설렘이 뒤섞인 비명이 우레처럼 쏟아졌다. 가수 나훈아(70·최홍기)가 등장하자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은 삽시간에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3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11년만에 무대에 선 나훈아의 단독 콘서트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 가왕의 귀환이었다.

낭창낭창, 리드미컬한 목소리는 일흔살이라는 나이를 무색케 했다. 능수능란하게 고음을 넘나들며 객석의 귀를 빨아들였다. 쇼맨십은 아이돌은 저리가라였다. 관객의 마음까지 쥐락펴락하는 그의 마법같은 무대는 소문대로 절대 고수 '쇼꾼'의 면모였다.

 우리나라 첫 창작동요인 윤극영의 '반달'로 시작된 이날 공연은 초반부터 눈길을 사로잡았다. 메인 무대뿐만 아니라 무대의 양 옆 벽면 가득 촘촘히 박힌 수백개의 전구가 불을 밝히자, 마치 환상 속 나라로 초대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훈아는 이후 40분 간 말 없이 내리 10곡을 불렀다. 그리고 자막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담은 곡이라며 '예끼 이 사람아'를 불렀다.

 '어딜 갔다 이제 왔니'라는 노랫말로 시작하는 이 곡은 11년 간 나훈아를 기다린 팬들의 마음을 투영한 듯했다. 1절에는 '여러분이 질책하는 마음', 2절에는 '내 마음을 담았다'고 나훈아는 이 곡에 대해 소개했다.
 
나훈아는 "얼굴 찡그리고 살기에는 인생이 짧죠. 확실히 제가 뭘 잘못했는지는 몰라요. 근데 미안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해요"라고 11년 간 침묵의 끝을 마침내 깼다.

나훈아는 그간 야쿠자 관련 루머와 전 아내와의 이혼 소송 등 심적으로 힘든 일들을 겪었다. 하지만 나훈아는 신비주의를 벗고 평범한 삶에 대한 소중함과 그것에 대한 애절함을 노래한 새 앨범 '드림 어게인(Dream again)'을 지난 7월 발매한 이후, 아픈 과거와 훌훌 털어버리려는 듯했다.

이날도 그는 "미안한 마음을 담고 공연을 하기에는 짧다"면서 "여러분이 괜찮다고 하시면 미안한 마음은 구석에 쳐박아 놓고, 얼굴을 두껍게 하고 공연하겠다"고 했다.

이어 "노래를 11년 동안 굶었다면서 "여러분이 계속 하고자 하면 밤새도록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인트로격이었던 '반달'을 제외하고 8번째 곡이었던 '영영'을 부를 때 드디어 대형 스크린에 그의 얼굴이 제대로 비춰졌는데, 백발의 주름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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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나훈아, 가수. 2017.07.11. (사진 = 나예소리 제공) photo@newsis.com
공백기 동안 지구를 다섯 바퀴 돌았다며 미국에서 겪은 일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현지에서 차를 빌려 운전하다 라디오를 켰는데 한국 관련 채널에서 자신의 노래가 나와 펑펑 울었던 일화를 털어놓았다. 그 곡은 본인이 작사, 작곡한 ‘사나이 눈물’이었다. 나훈아는 이후 이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무엇보다 이날 공연은 나훈아의 11년 만에 컴백 이슈를 제쳐놓고서라도 구성 면에서도 수준급이었다. '트로트 가수의 공연이 이렇게 역동적이고, 이야기가 넘치는 흥미로운 무대였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했다.

공연 중간에는 올해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 당한 북한의 김정남의 얼굴이 스크린에 등장했다. 당시 김정남이 평소 나훈아의 '고향으로 가는 배'를 즐겨 불렀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나훈아는 이 사실을 언급하며 "나는 노래밖에 알지 못한다. 정치는 전혀 모른다. 근데 이 사람이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라며 '고향으로 가는 배'를 불렀다.

관객과 '밀당'도 대단했다. 한복 차림으로 부채를 든 채 '공'을 부를 때는 '안 늙는 비결'은 죽는 것 밖에 없고, 세월은 어차피 흐르니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격언 등을 곁들였다. 하지만 진지해질 때쯤 "띠리 띠리띠리띠리 띠 띠리 띠리"라는 후렴구를 병행하는 등 위트를 더했다.

로비에 "음반은 팔지만 꼭 살 필요는 없다. 근데 시중보다 15%가 싸더라. 이미 샀는데 친구에게 선물해준다고 사지 마라"라고 눙치기도 했다.

소규모의 오케스트라를 포함해 15인조 밴드 사운드는 탄탄했다. 각설이 타령을 편곡해서 들려줄 때는 하드록을 방불 했고, '옥경이' 등을 부를 때는 어쿠스틱 기타 2대로만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새 앨범 '드림 어게인' 수록곡 '모래세계'를 부를 때에는 댄서와 코러스 10여명이 시계 모형을 단 분장을 하고 나오기도 했다.
 
대표곡 '청춘을 돌려다오'가 절정이었다. 독일에는 일흔세살에 산모가 된 여성이 있다며 열정을 내뿜은 그는 하얀 민소매와 색색으로 물든 청바지를 입고 무대 위를 뛰어다녔다. 이 열기에 공연장에 모인 3000명의 중장년층은 '고향역'과 '건배'를 떼창했다.

이날 오후 7시에 정확히 시작한 공연은 나훈아가 앙코르로 '드림 어게인'에 실린 '내 청춘'을 끝냈을 때 시계바늘이 가리킨 오후 9시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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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나훈아 콘서트 로비 현장. 2017.11.03. photo@newsis.com
공연장에 하얀 종이 가루가 흩날리고, 나훈아는 무대 한 가운데 오랫동안 무릎을 꿇고 앉자 객석을 바라봤다. 오랜 공백에도 열렬한 환호를 보내준 팬들의 모습에 먹먹해했다. 그의 눈가가 다시 촉촉해졌다.

이날 공연을 비롯해 나훈아의 이번 컴백 콘서트 투어 규모는 총 3만명으로 앞서 지난 9월 예매 시작 약 10분 만에 전석 매진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온라인으로만 예매가 가능해 중장년층의 자녀나 옆집 자녀들이 예매를 해줬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온라인에서 암표는 정가보다 몇배 비싼 수십만원에 팔렸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훈아 콘서트 티켓을 구매하려다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 액수가 1000여만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공연장에는 중장년층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나훈아 사진이 박힌 포토월에서 사진 촬영을 다정히 하는 노부부도 눈에 띄었다.

강원 철원에서 올라왔다는 장모(60) 씨는 "예전에도 나훈아 씨 콘서트에 여러번 갔는데 오늘 공연에서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면서 "굴러가는 목소리가 여전히 매력적이다. 옆집 딸이 예매를 해줘서 올 수 있었다"고 했다. 최근에 남편과 사별했다는 중년의 여성은 노래가 위로가 됐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나훈아가 콘서트를 연 건 2006년 12월 데뷔 40주년 공연 이후 처음이다. 그는 2007년 3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예정됐던 콘서트를 취소하고 그간 칩거해왔다.

이날부터 5일까지 올림픽홀, 같은 달 24~26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 12월 15~17일 대구 엑스코 컨벤션홀에서 '드림 어게인'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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