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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검찰총장은 인권 당부, 수사팀은 밤샘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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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11-09 12:47:34  |  수정 2017-11-09 15: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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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준모 기자 = 문무일 검찰총장을 설명하는 수식어가 있다. 파격이다. 취임식부터 그랬다. 그는 행사장에 '파워포인트'(PPT)를 동원했다. 정책 비전을 쉽게 설명할 목적이었다. 검찰 역사상 최초였다.

 그는 취임 후 경찰청을 찾아 이철성 청장을 만나기도 했다. 현직 검찰총장으론 처음이었다. 국회를 찾아 정치권과 소통하는 이례적 모습도 보였고, 취임 첫 기자간담회는 생중계됐다.
 
 파격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8일에도 있었다. 전례없는 총장 지시가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수사팀을 향해서였다. 그는 국정원 사건 관계인들 수사에서 인권을 철저히 보장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시는 특별했다. 변창훈 검사가 검찰 수사 중 자살한 상황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국정원 수사팀을 질책했다. 

 그런데 잠시 뒤 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국정원 수사팀이 문 총장 지시에 입장을 낸 것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아무리 사안이 중하더라도 대상자에 대해 따뜻하게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겠다'고 했다.

 이 모습에 설왕설래가 있었다. 항명으로 보는 해석도 나왔다. 국정원 수사팀이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즉각 반발했던 것과 닮았다는 점에서 그랬다.

 더구나 수사팀이 '아무리 사안이 중하더라도 따뜻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한 수사(修辭)는 묘했다. 수사팀이 실제 마음과 동떨어진 반어법을 썼다는 분석도 있었다. 

 우연이었을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남재준 전 원장을 불러 19시간에 걸쳐 조사를 했다. 문 총장이 '국정원 사건 관계자 인권'을 강조한 날 공교롭게 다른 부서에서 밤샘 조사가 이뤄진 것이다.

 남 전 원장의 밤샘 조사는 본인이 자청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이 있는 서초동 기온이 영상 8도를 가리키던 쌀쌀한 시간을 택해 나간 개인 사정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검찰 조직의 수장이 초유의 검사 자살 사태를 맞아 '인권 철저 보장'을 각별히 강조한 바로 그날 19시간 조사를 강행하고 아침 8시가 다 돼 73세 노인을 내보내는 모습을 굳이 보여야 했을까. 그러면 문 총장 지시가 대외에 어떻게 비쳐질지 수사팀은 좀 더 세심하게 고려했어야 했다. 남 전 원장 재소환 계획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검찰총장에게 여러 방법으로 항명을 하고 있다곤 보지 않는다. 우연이 여러번 겹쳤을 뿐일 것이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과거 검찰 항명 파동의 주역이었다는 이유로 매사를 그렇게 해석하는 것도 옳지 않다. 그렇게 믿고 싶다.


 j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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