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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령의 BOOK소리] "책 외면하면, 기생충이 인간 지배할 날 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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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11-09 13:46:47  |  수정 2017-11-14 11: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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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민 독서'의 저자 서민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과 교수. 2017.11.09. (사진=서민 교수 제공) photo@newsis.com
■기생충학 교수 서민, '서민 독서' 출간
"한시간 독서, 삶을 다른 차원으로 이끌것"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스마트폰이 없었으면 어쩔뻔 했나.

어딜 가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기생충 박사'로 유명한 서민(50)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인간은 위기를 맞고 있다"며 "스마트폰을 통해 나누는 것은 지식이 아니다. 그저 아는 사람과의 만담, 자극적인 사진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인간이 지배적 지위를 위협받을 수 있다"며 "지금처럼 계속 책을 외면한다면, 장담하건대 앞으로 100년 안에 다시 기생충이 인간을 지배할 날이 올 것"이라며 스마트폰 중독 현상에 우려를 나타냈다.

서 교수는 최근 낸 '서민 독서'(을유문화사)에서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명쾌하게 내려줬다.

"요즘 젊은이들은 정보를 인터넷에서 많이 얻죠. 인터넷의 편리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인터넷의 정보들은 참과 거짓이 섞여 있어서 어느 게 참인지 일반인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제대로 된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 책을 읽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안아키라고, 약도 안쓰고 백신도 반대하는 단체가 있잖아요. 책을 안 읽으면 그런 것에 속아서 자신을, 그리고 자신의 아이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어요."

독서를 개인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문제로 보면서 그만의 독특한 색깔로 유쾌하게 풀어냈다. 책을 읽으면 어떤 점이 좋은지 '책 읽기의 효과'과 함께 책을 언제, 어떻게, 어떤 걸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담았다.

"빨리 빨리를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이 사회에서 독서는 인내심을 기르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무슨 책이냐에 따라 또 읽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책 한 권을 읽으려면 대략 여덟 시간 내외가 필요하다. 우리는 책을 읽을 때 글자에 집중하며 그 의미를 이해하려 한다. 이해가 가지 않으면 해당 부분을 다시 읽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맥주를 마시면서 봐도 스토리 이해에 별 지장없는 영화와 달리, 책은 나름대로 집중이 필요한 장르다. 책을 읽는 데 인내심이 필요한 건 이 때문이다."(2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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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어느덧 삶의 필수품이 되어버렸고, 인터넷이 세상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인터넷에 정보가 이렇게 널려 있는 마당에 책을 왜 읽어야 하느냐고 항변하기도 한다.

그는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간이 지구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던 건 유일하게 책을 읽는 종이었기 때문입니다. 책을 통해 우리는 오래 전에 살았던 조상들과 소통하고, 지구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지식을 습득합니다. 그 과정에서 문명의 진보가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일하는 시간,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진 않다"며 선을 그었다.

"TV 시청시간을 줄일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스마트폰 사용시간 중 하루 1시간 정도만 할애해 달라. 이게 무리한 요구는 아니지 않습니까. 하루 세시간, 네시간 스마트폰 해봤자 남는 거 없습니다. 하지만 하루 한시간의 독서는 삶을 전혀 다른 차원으로 이끌어 줄 겁니다."

그는 책을 낸 이유에 대해 자신이 독서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책으로 인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독서의 기쁨을 깨닫고 책의 세계로 들어오길 바란다는 소망도 전했다.

"강의 때마다 책을 읽자는 얘기를 해왔습니다. 저 자신이 책을 읽고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 경우라 이 기쁨을 다른 이에게도 나눠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를 향한 말은 공허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듣는 분들의 표정으로 볼 때 제 강의를 읽고 책을 읽겠다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었지요. 어쩌면 책의 위대함을 말하기에 강의에 할애된 1시간여의 시간이 짧은 탓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책 생각을 했습니다. 강의 때 못다한 말들을 책으로 쓰면, 최소한 제 책을 읽은 사람들은 독서를 할 것이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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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과정은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전업작가가 아니라 할 일을 하면서 글을 쓰는 것이라, 늘 밤 11시쯤 귀가해서 그때부터 글을 썼다"고 했다.

"책이라면 적어도 300쪽은 돼야 하는데,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를 주제로 그 많은 페이지를 채울 수 있을까 심난하더라고요. 제가 책을 안읽어서 망신당했던 경험부터 시작해 책과 연관이 있는 거라면 뭐든지 집어넣었어요. 다행히 제 취미 중 하나가 인터넷에서 기사에 달린 댓글을 캡쳐해서 보관하는 겁니다. 댓글이라는 게 일부의 의견일 수는 있지만, 어쨌든 우리 사회 여론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게 바로 댓글 아니겠어요. 그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기생충학자로 널리 알려진 서 교수는 서울대 의대 출신이다. 의대 방송반 시절 기생충학 강의를 듣다가 '킬리만자로의 회충'이란 대본을 쓰고, 이를 계기로 기생충학을 전공하게 된다. 이후 서울대 대학원에서 기생충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바꾼 책으로 1996년 10월 첫 권을 낸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월간 '인물과 사상'을 꼽았다. 책에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막힘없이 풀어놓았다. 뛰어난 필력과 특유의 유머로 독자를 금세 몰입시킨다.

"제 책을 보면 인터넷에서 따온 내용들이 꽤 많잖아요. 그런 자료는 그때그때 모아야지, 갑자기 모으려면 안됩니다. 나중에 출판사에서 교정본을 받아보고 놀랐습니다. 책의 분량이 무려 460쪽에 달했거든요. 결국 60페이지를 덜어내고 400페이지로 나갔는데, 제가 정말 대견했어요. 그때 제가 스스로에게 했던 말, '민아, 너 어떻게 저런 엄청난 분량을 써냈니? 너 혹시 천재 아니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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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점차 책에서 손을 놓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치열한 입시 경쟁에 시달린 것과 무관치 않다.

2015년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때는 1년 평균 70여 권의 책을 읽는다. 그러던 것이 중학생이 되면 19권으로 줄어들고, 고등학생은 9권에 못 미친다. 이 독서량은 그대로 성인에게 이어져,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독서량은 9.1권, 월 평균 0.7권에 불과하다.

서 교수는 "중학생이 되면 독서에 할애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줄어든다"며 "중학생 때 급격하게 독서량이 줄어드는 건 본격적인 입시 경쟁이 시작되는 시기가 중학교 때부터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에게 초중고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자녀교육을 해야 되는지 묻자 간명한 대답이 돌아왔다.

"일단 초등학교 때 너무 책을 많이 읽히지 않아야 합니다. 사람이란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서 너무 강요하면 거꾸로 나가기 십상인데, 어린 시절부터 책을 읽어야 한다는 압력을 은연중에 받다보면 나중에 책에 학을 떼게 됩니다. 한달에 2~3권 정도가 적당한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애들을 위해 쓰여진 책 위주로 1달에 2권 정도 읽게 하고, 그 이상은 '중학생이 된 뒤에 읽어라'고 하면 좋겠어요. 그래야 애들이 '빨리 중학생이 돼서 책을 원없이 읽겠다'는 목표를 갖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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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막연하게 어렵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 '고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고전 읽기가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유에 대해 묻자 철학적인 답이 돌아왔다.

"책, 특히 소설은 인간의 삶이라는 어려운 문제에 대해 저자가 나름대로 내린 정답입니다. 그 정답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그게 베스트셀러가 되는 거죠. 고전은 수백년 동안 살아온 사람들이 '그래, 저 정도면 정답에 가깝다'라고 공감한 책이죠. 이런 정답을 가지고 인생을 살면 어려움을 만나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어요. 게다가 고전을 읽으면 좀 더 품격있는 사회가 될 수 있어요. 말싸움을 할 때 막말을 하면서 싸우는 것보다 고전을 인용하면서 싸우면 얼마나 멋있겠어요?
갑: 달보다 6펜스를 택할 인간아!
을: 뭐라고? 내가 너한테 그렇게 잘해줬는데 은촛대를 훔쳐?
병: 갑을 편들 것인가, 을을 편들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서 교수는 "앞으로 초중고 아이들한테 일기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을 낼 생각"이라고 전했다.

"우리가 일기쓰기를 싫어하는 이유가 왜 써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잖아요. 그리고 의학의 역사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의학의 역사가 좀 어렵다보니 쉽고 재미있게 써보고 싶어요. 참, 초등학생을 위한 과학 이야기도 쓰고 싶어요. 아이들이 박사와 함께 과학사의 결정적 순간을 찾아가서 도움을 주는 이야기인데, 한 20% 정도 썼어요. 이거 말고도 개 기르는 문화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안그래도 개에 대해 지탄의 여론이 많은데 개를 잘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개 다섯 마리의 아빠로서 이야기해보려고요. 그러고보니 쓸 얘기가 참 많네요. 이것도 다 책 덕분입니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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