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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1 아티스타④] 빛이 다가와 추상을 선물했다…은유영 작가

등록 2017.11.09 11: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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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은유영, Universe(宇宙), 2017, Mixed media on canvas, 40.9x53㎝

【서울=뉴시스】은유영, Universe(宇宙), 2017, Mixed media on canvas, 40.9x53㎝


【서울=뉴시스】강렬한 대비가 두드러지는 어두운 바탕을 배경으로 그려진 크고 작은 점과 면의 형태들은 마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행성들을 표현한 SF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만 같다.

일상에서 흔히 보는 풍경이 아닌, 과학책에서나 볼 법한 낯선 우주적 형상 안에 무엇을 담아내고 싶었던 걸까.

“저의 작품은 빛에서 시작합니다. 시공간의 상대성으로 모든 것이 다르게 인식되고 변화되는 과정에 있지만, 빛은 우주의 역사를 지닌 불변하는 존재입니다.”

 빛을 주제로 삼아 시공간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은유영 작가(36)는 다소 복잡하고 난해한 물리학 이론을 연구하며 미술과 공통된 요소를 찾게 되었다. 특히 과학자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중, 복잡하게 얽혀있는 세계 저변에 깔린 단순성을 파악해내는 능력을 보며 상당한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서울=뉴시스】은유영, Island Universe1, 2014, Mixed media on paper, 42x56㎝

【서울=뉴시스】은유영, Island Universe1, 2014, Mixed media on paper, 42x56㎝


“대상을 분해해보면 원자에까지 환원되고, 물질적 존재의 형상들은 단지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인간의 몸은 시공간상의 점들의 인과적 집합체인 셈이죠.”
 
 물리학의 질서가 원자라는 작은 구조에서 출발했듯이, 그는 회화의 기본적인 조형 요소인 점, 선, 면을 통해 복합적 시공간의 우주적 질서를 그림으로 풀어낸다. 작은 물질들이 모여 공간을 생성하고 시간적 질서를 만드는 것처럼, 기본 조형요소인 점, 선, 면이 모여 시각적인 공간을 구성하고 해체하는 것이다.

드로잉을 통해 시각적 형상들을 인위적으로 해체시키고 재조합 하는 과정은 그가 주목하는 빛의 특성과도 유사하다.

“빛을 모두 모으면 무색이 됩니다. 그러나 그것을 다시 파편화시키면 모든 색이 됩니다. 아무것도 아니면서도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빛을 캔버스에 표현하는 과정에서 ‘모든 존재로서의 빛’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시각적 형상의 가장 기본이 되는 점, 선, 면을 통해 발전한 기하학적 집합체는 빛과 어둠, 절대적인 것과 상대적인 것, 가시적 세계와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 세계라는 상반되는 개념을 한 화면에 담으면서 세상의 모든 서사구조를 담은 시공간을 재현한다.
 
【서울=뉴시스】은유영, Levels of Life, 2015, Mixed media on canvas, 60x60㎝

【서울=뉴시스】은유영, Levels of Life, 2015, Mixed media on canvas, 60x60㎝


보이지 않는 물리학적 세계관을 화면에 은유적으로 담아내게 된 계기에는 그가 보내왔던 자아 성찰의 시간이 있었다.

“별도 달도 없는 암흑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내가 가고 있는지 정지했는지 알 수 없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멀리서 ‘빛’ 하나가 저에게 다가왔으며, 저에게 새로운 시공간을 선물했습니다.”

흘러가는 우주의 기나긴 시간과 변하는 공간 속에서도 절대적인 존재와도 같았던 빛이라는 소재는 자아를 찾는 계기를 마련해주었고, 그 빛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소재를 캔버스에 가져오기 위해 그는 색 반전이라는 자신만의 특별한 표현 방식을 고안해냈다.

먼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빛을 캔버스 전면에 그린 뒤, 검붉은 어두운 색감으로 화면을 뒤덮는다. 이후 도구나 펜촉으로 긁어내는 드로잉 기법을 통해 어둠이 깔린 화면에 빛을 가지고 오는데, 어두움을 긁어낸 자리에 있는 점과 선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된 ‘빛의 스펙트럼’이 된다.

앞서 설명한 표현 방식이 빛을 발굴해내면서 세계를 그려낸다면, 두 번째 방식은 화면 전체에 따스한 빛을 머금은 여러 가지 색들을 유기적으로 조합하는 드로잉과정을 거친다. 빛과 어둠, 색채를 머금은 화면은 하나의 시간과 공간을 생성하며 빛의 기하학을 담은 추상화가 되는 것이다.

화면의 구성, 색과 물성이 조화롭게 나타날 때까지 인고의 시간을 보내지만, 그림을 그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는 작품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보는 시각까지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매일 보던 세계도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다”는 그는 작품이 “세계와 존재에 대한 긍정의 언어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글 아트1 전시팀

 
【서울=뉴시스】은유영 작가

【서울=뉴시스】은유영 작가


작가 은유영=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동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개인전 3회를 열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하며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아트1(http://art1.com) 플랫폼 작가로, 작품은 '아트1'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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