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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핫이슈] 막 올린 사우디 '왕좌의 게임'…부패척결vs정적숙청

등록 2017.11.1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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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야드 ( 사우디 아라비아) = AP/뉴시스】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영통신사가 배포한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사진. 그는 사우디 국내 개혁과 정적에 대한 숙청을 감행하면서 예멘, 시리아, 레바논 등 중동 지역의 여러 주변국에서 이란에 대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2017.11.08 

【리야드 ( 사우디 아라비아) = AP/뉴시스】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영통신사가 배포한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사진.  그는 사우디 국내 개혁과 정적에 대한 숙청을 감행하면서 예멘, 시리아, 레바논 등 중동 지역의 여러 주변국에서 이란에 대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2017.11.08  

【서울=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로 꼽히는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부패한 왕족과 정치인, 기업가들을 향해 칼을 빼 들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출범한 반(反)부패위원회를 통해서다. 왕위 계승에 앞선 권력 공고화 작업으로 해석된다.

 알자지라는 사우디의 상황을 두고 미국의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에 빗대 '토브(아랍 전통의상)의 게임(Game of Thobes)'이라고 표현했다.

 살만 국왕의 칙령으로 설립한 반부패위원회는 출범과 동시에 가동돼 왕자 11명과 전현직 장관 등 유력 정치인, 기업가 수백명을 구금하고 이들의 은행 계좌를 전면 동결했다. 돈세탁, 뇌물 수수 등에 연루됐다는 혐의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 수십년 간 왕국의 발전을 저애한 지속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반부패 운동을 적극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반부패위원회는 수사, 체포, 여행금지, 자산동결 등의 권한을 갖는다.

 검찰에 따르면 1000억달러(약 111조 8000억원)에 달하는 부패 조사와 관련해 9일까지 최소 201명이 체포되고 1700여개의 계좌가 동결됐다. 혐의가 밝혀지면 연관된 돈은 모두 사우디 재무부로 상환된다.

 특히 이 가운데 세계 최대 부호 알왈리드 빈탈랄 왕자도 포함돼 이목이 집중됐다. 살만 국왕의 사촌인 빈탈랄 왕자는 디즈니, 21세기 폭스, 애플, GM 등 글로벌 기업의 지분을 보유한 킹덤홀딩스의 95%를 소유한 소유주다. 사우디 최대 건설기업 사우디 빈라덴 그룹의 바크르 빈라덴 회장도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왕세자의 이번 대거 구금 조치가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수단인 동시에 재계에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라는 해석이 힘을 받는 대목이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익명의 소식통은 "빈 탈랄 왕자가 사우디 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모금을 거부했기 때문에 체포된 것"이라고 전했다.

 재계 유력 인사들의 재산을 압류해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개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장기간의 저유가로 사우디 외환보유액이 최고치였던 2014년 7300억달러에서 지난 8월 4876억달러로 절반 가까이 감소하는 등 개혁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메카=알에크바리야·AP/뉴시스】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21일(현지시간) 모하메드 빈 살만 새 왕세자(왼쪽)가 사촌형이자 전 왕세자인 모하메드 빈 나예프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 있다. 이날 살만 국왕은 조카인 빈 나예프 왕세자를 폐위하고 아들 빈 살만 부왕세자를 왕세자로 삼는다고 발표했다. 2017.06.22

【메카=알에크바리야·AP/뉴시스】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21일(현지시간) 모하메드 빈 살만 새 왕세자(왼쪽)가 사촌형이자 전 왕세자인 모하메드 빈 나예프의 손등에 입을 맞추고 있다. 이날 살만 국왕은 조카인 빈 나예프 왕세자를 폐위하고 아들 빈 살만 부왕세자를 왕세자로 삼는다고 발표했다. 2017.06.22

이 외에도 체포자 목록에는 아델 빈 파키흐 경제기획부 장관, 미테브 빈 압둘라 국가수비대 사령관, 빈 술탄 빈 모하메드 알-술탄 해군 사령관 등 유력 인사가 포함됐다. 경제와 군사를 모두 손아귀에 넣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 6월 사촌형인 모하메드 빈 나예프 전 왕세자를 몰아내고 왕위계승서열 1위 자리에 오른 빈 살만 왕세자가 임박한 왕위계승에 앞서 반대파 척결의 효과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빈 나예프 전 왕세자와 그 직계 가족의 은행계좌도 동결된 것이 드러났다.

 지난 6일에는 사우디 정보기관 총책임자를 지낸 만수르 빈 무르킨 왕자가 갑작스러운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해 의혹이 일었다. 추락 원인은 불명이다. 이에 지난 6월 축출된 이후 가택연금설이 돌 정도로 모습을 감췄던 빈나예프 전 왕세자가 7일 열린 만수르 왕자의 장례식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보수적인 왕정국가 사우디의 급격한 변화에 외국인 투자자들도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CNBC는 사우디의 불안정성이 투자자들에게는 큰 위험성으로 간주돼 더 높은 수익성이 요구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최대 산유국으로서 향후 국제 원유시장의 최대 변수로 작용하며 세계 유가에 미치는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역사적으로 사우디 정국이 혼란해 질 때마다 국제유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이번에도 사우디에서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면 국제유가는 한 달 안에 2.7% 급등할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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