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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에 경비원 수난시대…'감원 칼바람'

등록 2017.11.15 10:5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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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에 경비원 수난시대…'감원 칼바람'


'이왕 임금 오른다면 젊은 사람 뽑자' 대체
'내 아파트 단지, 감원 예정 없다' 41% 불과
심한 노동강도, 열악한 근무환경 더욱 악화

 【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 #1. 서울 은평구 내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A씨는 3개월마다 계약서를 써왔다. 퇴직금 지급을 피하기 위한 이른바 '3개월 쪼개기 계약'이지만 아쉬운 처지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야간 휴식 시간엔 의자에 앉아 취침하다가도 주민이 부르면 달려가야 했다. 무급의 휴게 시간은 말이 휴게 시간이지 사실상 대기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 일자리마저도 잃을 위기다. 이 아파트 단지는 최저임금 인상이 발표된 이후 연말까지 현 경비원을 모두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임금 상승을 감수해야 한다면 좀 더 젊은 인력으로 대체하겠다는 결정이다.

 #2. 경비원 B씨는 휴게 시간이 늘었다고 통보받았지만 달갑지가 않다. 하루 8~9시간이 휴게 시간으로 주어져도 경비실에서 대기하기 때문에 결국 근무 시간과 다를 바 없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무급 휴게 시간을 연장해 임금 인상분을 상쇄하겠다는 꼼수다.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된 이후 A씨처럼 해고 위기에 놓이거나 B씨와 같이 처우가 더욱 열악해진 경비원들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인권 사각지대로 몰려났던 경비원들의 노동 환경이 더욱 나빠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서울지역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처우개선 추진위원회(추진위)에 따르면 서울 내 경비원의 5.9%가 해고가 확정됐거나 해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아직 아파트 단지 내 경비원 감원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중이 46%인 점을 고려하면 해고 칼바람을 맞은 경비원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추진위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추진위는 2~10일 동안 강서·강남·노원·도봉·송파·양천·은평구 등 서울 7개 구의 338개 아파트 단지에 소속된 경비원 5310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감원 실태를 조사했다. 서울 내 전체 경비원은 3만5000명에 달한다.

 조사 결과 41%(2196명)는 자신이 일하는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 감원 예정이 없다고 답했다. 반면 5.9%(139명)는 감원이 확정됐거나 예상된다고 응답했다. 46%(2418명)는 미정이라고 답했다.

 추진위는 "마땅한 노령 일자리가 없고, 노인빈곤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 노인 자살률 1위인 대한민국 사회에서 경비 노동자에 대한 대규모 감원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일자리를 유지 중인 경비원의 처우 개선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미 감원될 데까지 된 단지들은 13~14개 동을 경비 노동자 1명이 관리하고 청소 및 분리수거 업무, 나무 가지치기 등 온갖 일을 하며 심한 노동 강도에 시달린다"며 "비좁은 경비실에 간이 침대 하나 놓을 자리가 없어 고령의 노동자가 의자에 지탱해 밤을 지새운다"고 토로했다.

 이어 "급여가 적어 '투 잡'을 하고 있다는 경비원, 아직껏 120만원의 임금을 받으며 최저임금 인상은 먼 나라 이야기로 아는 경비원들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편법 해고 집중 점검 ▲장기적인 고용안정 대책 마련 ▲일자리 안정 자금 지원액 향상 ▲입주자대표회의의 경비원 직접고용 ▲입주민 갑질 근절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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