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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령의 BOOK소리]"죽음, 인생 더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삶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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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11-23 13:3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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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우리는 영원하지 않아서'의 저자 이낙원 호흡기 내과의. 2017.11.23. (사진=이낙원씨 제공) photo@newsis.com
■호흡기 내과의 이낙원, '우리는 영원하지 않아서' 출간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세상'을 두고 '공평하다'는 말보다 '불공평하다'는 말에 공감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죽음만큼은 아주 공평하다. 사회적 지위나 재산·학벌·명성 등 그 어떤 외형적인 기준과 상관없이 죽음은 모든 인간이 반드시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고, 쉽게 입 밖으로 꺼내려 하지 않는다.

호흡기 내과의 이낙원씨는 "'죽음이 두렵다'는 일반적인 이해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죽음에 대한 생각을 바꿀 것을 강조했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우리의 삶 모든 것이 죽음이 없었으면 이뤄질 수 없었어요. 죽음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세균이나 이끼류에서 벗어나 크고 화려해질 수 있었죠. 생각할 줄 아는 중추신경계와 뜨거운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신경계가 탄생하기 전까지 죽음은 필요충분조건이었습니다. 죽음의 또 다른 의미는 생물학적 의미가 아니더라도 삶을 유한하게 만듦으로써 인생을 가치있게 만든다는 데 있습니다. 죽음은 인생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삶의 일부인 것이죠. 인간은 죽음이라는 끝이 있기 때문에 그 과정들이 소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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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최근 낸 '우리는 영원하지 않아서'(들녘)에서 환자들과 함께하는 병원에서의 삶을 통해 죽음을 논했다.

죽음을 다뤘지만, 역설적으로 하루하루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인간은 하나의 별과 같다. 별들이 서로 우주 안에서 관계 맺는 힘이 무게이듯 인간도 '중량감'이 있어야 궤도를 형성하고, 중량감이 만든 공간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별이 소실될 때 중력파를 남기듯 한 인간도 생을 마감할 때 파장을 남긴다. 누군가의 삶과 체취가 변형한 시공간에 익숙해진 주위 사람들의 세포가 고인의 죽음 앞에 오열하는 것이다. 그러나 별과 인간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인간은 무게감의 원천이 '유한함'에 있다는 것이다."(8쪽)

연세대 원주의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연세대 원주 세브란스병원에서 내과와 호흡기 분과를 거쳐 현재 인천 나은병원에서 호흡기내과 과장, 중환자실 실장으로 근무 중이다.

'우리는 영원하지 않아서'는 2015년 출간한 '몸 묵상'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그는 "글이 있었을 때와 없었을 때 의사로서 삶의 질이 매우 다르다"며 "글로 남겨놓은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과거가 풍성해진 것 같다. 첫 번째 책은 사람의 몸에 대해서 의학적이고 진화론적이고, 종교 철학적인 해석이 들어갔다. 이번 책은 환자들의 100% 실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응급의학과나 외과 의사들은 드라마틱한 케이스가 많습니다. 저는 준종합병원이고 호흡기내과이기 때문에 아주 드라마틱한 상황은 없습니다. 사실 우리 일상은 드라마틱한, 귀가 솔깃한 사건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삶은 소소하게 반복되는 이야기들이 대부분 시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시간을 병원에서 점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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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 내과는 특성상 고령 환자들이 많다. 또 호흡기 내과에는 죽음이 멀지 않은 환자들이 많다. 숨을 쉰다는 것이 생명 활동의 기본인 만큼 삶의 끝에 다다르면 호흡기에 이상이 감지돼서다.

죽음을 목전에 둔 환자와 그 가족들은 온갖 극한 감정을 느낀다. 이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이씨는 사람이 죽는 모습과 사는 모습이 서로 닮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바로 이 점이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이다.

"의사라는 직업이 존귀한 생명을 다루지만, 아픈 사람을 보는 것이 편한 일만은 아닙니다. 그 안에서 보람 있는 일을 겪는데, 그런 일들조차도 일상 속에 묻혀 지나가 버리는 일이 지속하다 보니 뭔가 적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015년 겨울부터 인상 깊은 일들을 적어나갔어요."

그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면서 일정한 패턴을 발견했다.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환자들이 죽음을 앞두고 평온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제게 긍정적인 의미를 줬던 환자들의 마지막 삶을 보면 죽음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랐던 것 같아요. 두려움과 불안감에 떠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였고, 의료진이나 자기 가족들에게 행복을 나눠줄 수 있는 여유가 있었어요. 만약 죽음이 없다면, 우리가 만년을 산다고 하면 굳이 노력하면서 살 필요가 없지요. 삶이 100년도 안 되기 때문에 우리가 아등바등 살아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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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그 날까지 밥해주면서 부담 주지 않고 조용히 인생을 접겠다는 할머니의 계획도 이제 마지막 단계에 이른 듯했다. 노래만 들어도 주르륵 빗물처럼 눈물이 쏟아졌던 건 본인 없이 살아가야 하는 모녀의 삶이 걱정되었기 때문일까. 가족과의 이별이 아팠던 것일까. 아니다, 그 순간만큼은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해 우셨을 것이다. 유행가 가사 같은 삶 한번 제대로 누려보지 못한 본인의 삶이 애처로운 것이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후 마지막 1년마저도 할머니는 딸과 손녀를 위해 치열하게 밥을 지어주다 가셨다. 역시 유행가는 그곳에 없었다."(154쪽)

"'사는 동안 고생만 하시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고생하신다'며 빨리 편하게 돌아가셨으면 좋겠다고 내 진료실에서 몇 번이나 하소연하던 아들이었다. 환자였던 아버지는 지난 일년 중 삼분의 일을 병원에서 지냈다. 입원과 퇴원을 지루하게 반복했고, 입원할 때마다 혈관 찾기가 힘들어서 주사 맞는 게 곤욕이었다. 결국 오늘, 아들이 원하던 대로 아버지가 더이상 아프지 않은 곳으로 가셨으니 그야말로 '호상'이다. (중략) 그는 마치 고인의 죽음이 뜻밖이라는 듯 오열했다. 아,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이던 건 그의 '정신'이고, 저리도 구슬피 우는 건 그의 '몸'인가. 아버지의 체취와 감촉을 기억하는 그의 세포들이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5~6쪽)

책에는 환자들의 애달픈 이야기가 담겼다. 때로는 예정된 결말에 눈물짓고 괴로워하지만, 그들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과 오늘 나눠야 할 이야기를 나누고 사랑하며 행복해한다.

인간의 희로애락이 깃든 '병원'이라는 공간 안에서 의사는 항상 냉철한 판단을 유지해야 한다.

이씨는 "의사는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들을 보고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지만, 의학적인 지식만큼이나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 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인간의 감정, 감수성 등은 이성보다 못한 것으로 알게 모르게 인식하고 교육받아 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 것이 상식이었는데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니 주변 사람과의 관계, 감정이 중요합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고 존중받고 싶어 하는 감정이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관계가 끊어졌을 때 그 환자는 병이 다 나아도 병에 걸린 것처럼 아파합니다. 지독하게 외로운 공간으로 들어가는 시간을 앞두고 다시 건강이 악화되는 환자들을 보면서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고 다룰 줄 아는 것이 의사들한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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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그는 "삶과 죽음을 잘 이해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질병에 걸리는 순간 삶 자체가 변합니다. 중증 환자, 만성 환자가 되면 궤도 자체가 틀어지고, 사람이 격정적으로 변합니다. 이런 감정과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의사입니다. 의학적인 데이터로 이성적인 판단, 정확한 치료 방향을 정하는 것도 중요한데 그 사람의 감정을 세심하게 어루만져주는 것이 의사의 숙명인 것 같습니다."

현대의학 발전과 함께 사람의 평균 수명이 늘어났다. 하지만 죽음은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가 겪게 되는 불가항력적인 일이다. 그의 책은 병원이 각종 질환을 치료받는 곳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죽음을 맞는 공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만든다.

"책에서도 썼듯 현대인에게 죽음은 생각하기 싫은 것이고, 꺼내고 싶지 않은 말입니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병원에 와서 죽을 일이 없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간 '각종 질환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의학적으로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덜 고민됐습니다. 이미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만큼 이제는 병원에서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것인가에 관해 준비가 필요합니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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