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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짜고 시어머니 일가족 살해한 30대女 구속기소

등록 2017.11.29 13: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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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뉴시스】이정선 기자 = 존속살해 공모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인 일가족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 씨(35)의 아내 정모 씨(32)가 4일 오후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수원지방법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17.11.04.  ppljs@newsis.com

【용인=뉴시스】이정선 기자 = 존속살해 공모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인 일가족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 씨(35)의 아내 정모 씨(32)가 4일 오후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수원지방법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17.11.04. [email protected]

【수원=뉴시스】김도란 기자 = 남편과 공모해 시어머니 일가족 3명을 살해한 혐의로 30대 여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박세현)는 존속살해 등의 혐의로 정모(32)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정씨는 지난 10월 남편 김모(35)씨와 공모해 시어머니(55) 일가 3명을 살해하고, 시신이 있는 차량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지난 10월21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한 아파트에서 친모(55)와 이부(異父)동생(14)을 살해하고, 이어 같은 날 강원 평창군의 한 국도 졸음쉼터에서 계부(57)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 부부는 범행 이틀 뒤인 지난달 23일 딸들(2세·7개월)을 데리고 뉴질랜드로 달아났다. 뉴질랜드는 과거 김씨가 영주권을 획득하고 거주했던 곳이다.

 정씨는 그러나 김씨가 뉴질랜드에 도착한 지 1주일만에 과거에 저지른 절도 범죄로 현지 경찰에 체포돼자 딸들을 데리고 자진 귀국해 경찰에 붙잡혔다.

 ◇공모 관계

 검찰은 정씨가 살해 현장에 있진 않았지만, 실제 흉기를 휘두른 김씨와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살해 방법과 시신 처리 방법 등을 의논한 것으로 미뤄 공모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 수사결과, 정씨는 김씨가 친모 일가족을 살해하는 동안 딸들(2세·7개월)을 데리고 있으면서 밀린 빨래를 하고, 짐을 싸는 등 해외 도피 준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자신의 어머니와 동생을 살해한 뒤 정씨에게 전화를 걸어 "두 마리 잡았다"고 말했으며, 김씨가 범행 후 옷이 더러워졌다고 하자 정씨가 갈아입을 옷을 준비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그러나 정씨는 수사기관에서 "남편의 범행을 알고는 있었지만 공모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산 문제 관련해선 남편에게 속았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는 부인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나 통화내용 등을 보면 정씨가 단순히 범행을 알고 말리지 않은데 그쳤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범행 동기

 검찰은 정씨 부부가 시어머니 일가족을 살해한 배경에는 금전적인 문제가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 전 정씨에겐 1500만원 상당의 카드대출 부채가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처가와 금융기관에 수천만원의 빚을 지고, 빚독촉에 시달리고 있었다. 일부 채권자로부턴 형사 고소도 당한 상태였다.

 정씨 부부는 일정한 수입없이 친척 집과 숙박업소를 전전했으며, 휴대전화 요금도 내지 못해 끊길 정도였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김씨가 범행 전 피해자인 자신의 모친에게 수차례 만나달라고 요청했지만, 모친은 '돈이 없어 미안하다'고 답하고 만남을 피한 기록도 있어 가족들과 경제적인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씨가 범행한 후 모친의 계좌에서 1억1800여만원을 빼낸 뒤 10만 뉴질랜드 달러(한화 7700만원 상당)를 환전해 출국한 점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김씨 부부는 뉴질랜드로 출국하기 전 면세점에서 명품가방 등을 구입하는 등 쇼핑을 했으며, 현지에 도착해선 고급 벤츠 SUV 차량을 구입하는 등 호화 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검찰은 정씨의 경우 직접적으로 피해자들의 돈을 뺏은 정황이 확인되지 않아 형량이 더 높은 강도살인 혐의가 아닌 존속살해 등의 혐의만 적용했다.

 형법상 존속살해는 7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 사형에 처할수 있다. 강도살인은 무기징역 또는 사형에 처할 수 있어 강도살인 형량이 더 무겁다.

 검찰 관계자는 "객관적 정황상 피해자들의 돈을 뺏을 목적으로 정씨 부부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씨가 범행을 극구 부인하고 있고 김씨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아 일단 존속살해 등 혐의만 적용했다"면서 "추후 김씨를 송환해 조사한 뒤 또는 재판과정에서 정씨에게 적용한 혐의를 변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편 김씨의 송환은?
 
 검찰은 주범인 남편 김씨를 하루 빨리 한국으로 송환해 범행 경위와 동기를 조사한다는 방침히다.
 
 남편 김씨는 현재 한국측의 요청으로 뉴질랜드 사법당국에 의해 긴급 인도 구속된 상태다. 뉴질랜드 사법당국은 다음 달 1일 김씨의 절도 혐의와 범죄인 인도에 관련된 심리를 열 예정이다.
 
 검찰과 법무부는 지난 23일 정식으로 뉴질랜드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으며, 뉴질랜드에서 김씨에 대한 재판 결과가 확정되면 협의·승인을 거쳐 김씨를 한국으로 송환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와 김씨의 공모 정도와 범행 동기 등에 대해선 남편 김씨를 조사해야 좀 더 명확하게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 소환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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