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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상호 유감' 이 불러온 현대차 파업

등록 2017.11.28 17:31:21수정 2017.11.28 18: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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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상호 유감' 이 불러온 현대차 파업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맨아워(인력의 1인당 작업시간) 협의가 한 달째 지지부진했고, 회사측은 12라인에 코나를 올렸어요. 노조는 협의 중간에 회사가 일방적으로 라인을 가동한 것을 비난하며 사과를 요구했죠. 회사는 처음에는 사과를 할 듯 하다가 '상호' 유감이라는 문구를 넣겠다고 했어요. 서로가 잘못했다는 거죠."(현대차 노조 관계자)

 "회사는 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코나의 12라인 투입을 위한 협의에 성실히 임했지만 일부 대의원의 협의와 무관한 전제조건 요구와 협의 해태를 통해 협의권을 남용했습니다. 회사는 지난 24일 라인운영 정상화를 위해 코나를 투입할 수 밖에 없었고, 대의원회가 물리력을 앞세워 막아서면서 충돌이 빚어졌습니다.(윤갑한 사장 담화문)

 올해 수출 목표 4만1000대. 노조측에 따르면 지난 8월 유럽 수출에 이어 12월 미국 수출을 앞두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의 울산1공장 생산라인을 멈춰세운 건 다름 아닌 '상호' 한 글자였다.

 코나는 현대차 울산1공장 11라인에서 생산돼 왔고, 12라인은 엑센트를 단독 생산하는 라인이었다. 회사 측은 12라인에서도 코나를 생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노조 측은 혼류생산이 되면 생산 공간이 좁아지고, 작업자들의 업무 강도가 커지는 만큼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회사는 지난 24일 오전 9시 코나를 12라인에 투입했다. 조합원들이 이를 막으려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고, 일부 조합원과 회사 관계자는 부상을 입었다.

 취재과정에서 들은 노사의 입장은 하나하나가 다 달랐다. 회사는 "충돌과정에서 관리자가 부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갔다"고 했고, 노조는 "조합원이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회사는 "노조가 소방법에 위배되는 생산라인 창문설치를 요구한다"고 했고, 노조는 "2층 휴게실에 창문이 없어 힘드니 창문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소방법과 관계가 없다"고 했다.

 현대차 윤갑한 사장은 28일 담화문을 내고 "최악의 판매 부진으로 대부분의 공장이 물량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 그나마 수요가 있음에도 노사문제로 생산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을 과연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노조 관계자는 "경영, 산업적 측면에서 추가 생산을 하는 것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사가 정한 기준이나 단협 절차를 위반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강제 투입, 파업 유도, 언론플레이를 할 것이 아니라 단협파기에 대한 사과와 협의를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사측은 이번 사태를 불법파업으로 규정짓고,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사측이 임단협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파업을 유도하고, 언론플레이에 나섰다"고 반발하며, 현대차의 불법·탈법경영을 고발하는 기자회견 준비에 나섰다.

 사태는 점점 꼬여가고 있고, 현대차는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 현대차라는 거대한 '한 배'에 올라탄 경영진과 노동자들이 '상호' 한 단어로 인한 다툼으로, 라인을 세운 것은 비단 현대차만의 일이 아니다. 노사가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 양보하지 못하면 대한민국호의 라인도 멈춰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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