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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수능 만점자에 2000만원 준다"···도넘은 입시업체 마케팅

등록 2017.12.11 16: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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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수능 만점자에 2000만원 준다"···도넘은 입시업체 마케팅


스카이에듀, 마케팅 독점 계약 등으로 총 2000만원 지원
메가스터디는 계약시 1500만원, 이투스는 한 학기 등록금
인터뷰 영상과 수기 등 홍보 활용…학생은 경제적 이익
"학생들 성적순 계급화···국가 표준화 시험 부작용" 비판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수능 만점자들을 광고에 활용하기 위한 입시업체들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독점 계약을 위해 거액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마케팅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학원가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가채점 결과 10명 안팎의 만점자가 나왔다. 12일 성적표가 발부돼야 수능 만점자가 정확히 몇명인지 추산되지만 대표적인 인터넷 동영상 강의 입시업체(인강업체)들은 이미 발 빠르게 '예비 수능 만점자'에게 구애 작전을 펼치고 있다.

 스카이에듀, 메가스터디, 이투스 등은 자사 강의를 들은 수능 만점자들에게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 이상의 돈을 장학금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다. 수능 만점자가 고득점 수기와 영상 인터뷰 등을 이들 입시업체의 마케팅에 활용해도 된다는 동의서에 사인하는 조건이다.

 하지만 최근 입시업체 사이에서는 학생 독점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들 입시업체 2~3군데서 강의를 들은 수능 만점자가 다른 입시업체와는 계약을 하지 않는 대신 장학금에 웃돈을 챙겨 주는 것이다.

 학원 업계 관계자는 "수능 만점자들에게 돈을 주고 마케팅에 활용하는 건 공공연하게 이뤄져 왔지만 지난해부터 인강 업체들이 수능 만점자와 독점 계약을 맺으려고 하는 등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스카이에듀 홈페이지에 올라온 수능 만점자 및 고득점자 장학생 전형

【서울=뉴시스】 스카이에듀 홈페이지에 올라온 수능 만점자 및 고득점자 장학생 전형


 스카이에듀는 최근 가채점 만점자 A씨에게 접촉해 마케팅 독점 채널 계약을 맺었다. A씨는 스카이에듀와의 계약으로 종전 수업을 들었던 다른 인강업체에 연락해 자신의 이름을 마케팅에 이용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스카이에듀는 A씨에게 2000만원을 지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스카이에듀는 수능 전 홈페이지에 수능 만점자가 수기와 인터뷰를 제공할 시 1500만원을 지급한다고 공지를 올렸다. 또 국어·영어·수학·사회탐구·과학탐구 등 과목별로 만점을 받은 학생에게 각 20만원씩을 준다고 알렸다. 즉 A씨가 받을 수 있는 돈은 1600만원이었다. 여기에 인터뷰 영상과 만점 수기 등을 스카이에듀에만 독점할 수 있게 한다는 조건으로 40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스카이에듀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만점자에게 찾아가 마케팅 노출 채널 독점 제의를 한 것은 맞다"며 "의사를 물어보고 동의를 받은 것이지 강압에 의한 건 아니다. 학생에게 우리 수업만 들었다고 거짓말을 시키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른 가채점 만점자 B씨에게도 메가스터디와 스카이에듀에서 독점 계약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B씨는 이투스에서 이미 한 학기 장학금(500만~7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개인 정보 활용 동의를 마친 상태였다.

 이투스 관계자는 "우리가 제일 먼저 만점자에게 마케팅 동의를 제시했다. 독점 계약 체결은 아니다"라면서 "만점자가 추가로 다른 업체에서도 마케팅 활용을 하겠다고 밝혀 독점으로 계약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메가스터디는 수능 만점자가 마케팅에 개인 정보 활용 동의를 할 경우에만 장학금 1500만원을 지급한다. 수능 만점자가 복수의 입시업체에서 수강했을 경우 메가스터디와만 계약해야만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만점자가 거절 의사를 밝히면 메가스터디는 자사 수강생 만점자를 이니셜로 공개한다.

 메가스터디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데 만점자가 동의해야만 장학금을 지급한다"며 "다른 입시업체도 함께 수강한 만점자가 우리와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하면 고득점 수기와 영상 인터뷰 등을 독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입시업체의 만점자 명단에 (우리와 계약한 만점자) 이름이 들어가는 건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이튿날인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고에서 학생이 수능 가채점을 하고 있다. 2017.11.24.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이튿날인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고에서 학생이 수능 가채점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입시업체에서는 수능 만점자를 마케팅에 활용하면 장학금을 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고 평가한다.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업체들의 마케팅 과열이 또 다른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구본창 정책연구소 국장은 "수능 고득점자를 사교육 기관이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자금으로 매수하면서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계급화하고 있다"며 "국가 표준화 시험인 수능이 대학 입시에 변별 요소로 강력하게 작용하는 상황에 대한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gogogir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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