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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포럼] <上>아베노믹스 5년…日, 불황터널 탈출

등록 2017.12.1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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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AP/뉴시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3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중의원 선거 압승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 중 질문자를 지목하고 있다. 2017.10.23

【 도쿄=AP/뉴시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3일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중의원 선거 압승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 중 질문자를 지목하고 있다. 2017.10.23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가 2012년 12월 총선에서 승리해 이듬해 1월부터 본격 시행한  '아베노믹스(Abenomics)'가 5년을 맞는다. 이른바 '3개의 화살'을 근간으로 한 아베노믹스 덕분에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의 기나긴 터널을 서서히 빠져 나오고 있다. 물론 일본 경제가 본격 회복되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뉴시스는 일본 경제를 다시 살펴보는 '뉴시스 일본 포럼-경제 부흥의 비결'을 13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다.

 이에 앞서 11일 아베노믹스의 과정과 성과, 그리고 과제를 살펴보는 <상>'아베노믹스 5년-日,불황터널 탈출', <하>'아베노믹스 한계와 전망' 기획기사를 싣는다. 12일에는 포럼의 주제 발표자인 타카기 히로유키(高木裕之) 노무라 종합연구소 시니어 컨설턴트와 다케우치 (武內浩二) 미즈호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도쿄 현지 인터뷰를 통해 미리 만나본다. <편집자 주>

<상>아베노믹스 5년…日,불황터널 탈출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면접관이 본 회사에 합격하면 다른 기업에 더이상 입사지원을 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꽤 괜찮은 회사라 잠시 고민됐지만, 졸업까지 1년 가랑 남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더 좋은 회사에 지원하려고 입사하지 않겠다고 했다."

 "졸업하려면 한 학기 이상 남았는데 합격을 통보받았다. 회사 측에서는 2주 내로 졸업 후 입사 여부를 확실히 결정하고 타 기업에 구직활동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까지 쓰라고 했다. 너무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 같았다. 결국 그 회사를 선택하지 않았다." 

 내년 3월 졸업을 앞둔 일본의 평범한 대학생들의 행복한 고민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이 같이 대학 졸업 전에 어렵지 않게 취업이 되지만, 기업에서 취직을 약속하는 대신 더 이상 구직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상황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일본 청년들은 기업의 부당한 '괴롭힘'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일본 경제 주간지 도요게이자이(東洋経済)신문이 소개한 이 같은 일본 청년들의 취업시장 현황은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뜻하는 '오와하라(おわハラ)'라는 신조어까지 유행하고 있다. '오와하라'는 '끝내라'는 뜻의 일본어 ‘오와레(おわれ)’와 '괴롭힘'을 의미하는 영어 ‘하라스먼트(harassment)’의 합성어로, 기업이 인재확보를 위해 합격자들에게 구직활동을 '끝내라'고 강요하는 것을 구직자들이 '괴롭힘'으로 느낀다는 의미다. 

 한국에서는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에 이어 '사망년'(대학교 3학년부터 스펙 쌓느라 죽을 만큼 고생한다),  '대학5년생’(취업이 안돼 졸업을 미루는 이들)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꽁꽁 얼어붙은 취업 한파를 대변하는 신조어만 줄줄이 생겨나고 있지만, 일본의 상황은 정반대인 셈이다. 

 이처럼 일본 고용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는 것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한 탓에 구직자 수 자체가 크게 줄어든 데다, 과감한 돈 풀기(유동성 공급)를 핵심으로 하는 '아베노믹스'로 경기가 살아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베노믹스(Abenomics)란 '아베'와 '이코노믹스'의 합성어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지난 2012년 말 재집권 이후 일본 경제의  '부활'을 내걸고 야심차게 시작한 경제 정책이다.

 아베노믹스는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일본은행(BOJ)의 금융완화(양적완화) ▲구조개혁 등 이른바 '3개의 화살'을 핵심으로 한다. 골자는 양적완화(국채 등을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것)를 통해 엔화 약세를 유도함으로써 일본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으로,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액 규모는 연간 80조엔(약 800조원)이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가량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아베노믹스 5년의 성적표에 대해서는 일부 비판론도 있지만 수출 증가 및 고용 개선 등 상당히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장기 경기 침체기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는 평가도 있고, 이미 탈출했다는 지적도 있다. 

 '잃어버린 20년'이란 지난 1991년부터 20여 년간 이어진 일본의 장기 불황을 말한다. 일본은 1991년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며 경기 침체가 시작됐는데, 불황이 2001년까지 약 10년간 계속되며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렸다. 이후 일본 경제는 2000년대 중반 반등할 기미를 보였지만, 2008년 미국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인한 세계금융위기로 다시 침체에 빠져들며 아베 총리가 재집권한 2012년 12월 당시 '잃어버린 10년'이 '잃어버린 20'년으로 확대한 상황이었다. 당시 일본 경제는 이제 완전히 회복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쏟아졌지만,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일본에서는 경기 회복으로 인한 청신호가 곳곳에서 켜지고 있다.

[일본포럼] <上>아베노믹스 5년…日, 불황터널 탈출


 우선 고용시장을 살펴보자. 일본의 실업률은 2012년 12월 4.3%였으나 올 8월에는 2.8%로 23년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대졸자들의 취업 내정률도 증가했다. 지난 10월 1일 시점 일본 대졸 취업 내정률은 75.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 졸업 예정자 10명 중 7명이 취업을 이미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4%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해당 조사를 시작한 1996년 이후 최고치다. 일본의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기업이 신규채용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10월 유효구인배율도 전월보다 0.03포인트 높은 1.55로, 1974년 1월 1.64배 이후 4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직자 1명당 일자리가 1.55개라는 뜻이다.

 기업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경상이익은 2013년 60조엔(약 623조원)에서 2014년 65조엔(약 675조원), 2015년 68조엔(약 706조원)을 기록하는 등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올 1분기 일본 기업 경상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6.6% 급증했다. 2013년 4분기(26.6%) 이후 최대 규모의 증가폭이다.
 
 주식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 11월 2일 닛케이225지수는 2만2500선을 넘어서며 21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의 올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도 연율 기준 2.5% 증가해 7분기 연속 증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99년 2분기부터 2001년 1분기까지 8분기 연속 상승한 이래 가장 오랜 확장세다.
 
 다만 아베노믹스의 성패에 대한 분석에는 시각차가 존재한다. 총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올 10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0.8% 증가하며, 2년 7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사실상 이는 일본은행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에는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이에 아베노믹스는 엔화 약세를 통해 수출기업 배만 불릴 뿐, 실질적으로 임금인상을 통한 소비 진작에는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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