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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지 "'피트의 눈물'…日애니 '헌터x헌터'에서 영감"

등록 2017.12.12 16: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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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상지, 반도네온 연주자. 2017.12.12. (사진 = 프라이빗커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상지, 반도네온 연주자. 2017.12.12. (사진 = 프라이빗커브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반도네오니스트 겸 작곡가 고상지(34)가 1년여 만에 세 번째 정규앨범 '피트의 눈물'(Tears of Pitou)'을 12일 발표했다.

   '피트의 눈물'은 고상지의 내면과 음악적 공력(功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일본 만화가 도가시 요시히로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헌터x헌터'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만화 또는 애니메이션을 전혀 몰라도 듣는 이들을 의기양양하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레드와 블루 버전으로 각곡 편곡돼 앨범에 담긴 '어드벤처(Adventure)'는 일본 애니메이션 '정통파 용사물'을 향한 고상지의 마음을 축약한 곡이다.

  "어딘가로 향할 때 이 음악을 들으면 마치 자신이 모험을 떠나는 용사가 된 것 같다"는 고상지는 '애니메이션 오타쿠'로도 알려졌다.
 
 "일본 만화를 몰라도상관없어요. 제가 훌륭한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을 '노동요'로 들어준다면 바랄 것이 없죠"

 고상지가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은 작곡 앨범을 내놓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2014년에 '에반게리온' 극장판 등에서 모티브를 얻은 첫 번째 정규 앨범 '마이크그레(maycgre) 1.0'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고상지, 반도네온 연주자. 2017.12.12. (사진 = 프라이빗커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상지, 반도네온 연주자. 2017.12.12. (사진 = 프라이빗커브 제공) [email protected]


 "'피트의 눈물'은 '마이크그레'보다 사운드가 강해졌어요. '마이크그레'가 클래시컬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로킹해졌죠"

 고상지는 이번 앨범에는 "일렉 기타,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들어갔고 그런 사운드가 없어도 자체로 센 곡들"이라고 말했다.

 고상지는 스스로 오타쿠를 자처한다. 초기에는 부정적 뜻으로 쓰였으나 이제 마니아를 넘어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쓰이는 단어다.

이번 앨범의 수록곡 중 '마지막 만담'이 이런 부분을 가장 대변한다. 기모노를 입은 만담가가 방석에 앉아 부채나 수건을 사용해 세상 이야기를 해학적으로 들려주는 일본의 라쿠고(落語)를 다룬 일본 애니메이션 '쇼와 겐로쿠 라쿠고 심중'에서 영감을 얻은 곡이다. 이 분야를 업으로 삼은 예능인을 라쿠고가(落語家)라고 하는데,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일종의 만담가다.

고상지는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수련과 연마를 하는 만담가들의 삶과 연주자들의 삶이 비슷하게 느껴졌다"면서 "라쿠고가들이 무대에서 실수할 때 더 웃고 과장된 모습을 보이는데, 그 점이 비슷하게 느껴져 아픔으로 다가왔다"고 털어놓았다.

【서울=뉴시스】 고상지, 반도네온 연주자. 2017.12.12. (사진 = 프라이빗커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상지, 반도네온 연주자. 2017.12.12. (사진 = 프라이빗커브 제공) [email protected]

이번 앨범의 주요 모티브인 헌터x헌터는 헌터인 아버지인 '진 프릭스'를 찾기 위한 곤의 모험을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특히 앨범에서 주요하게 삼은 캐릭터들인 피트, 유피, 푸흐는 키메라앤트 즉 인간을 업신여기는 개미군단 캐릭터들이다. '키메라앤트 모음곡'(Chimera Ant Suite) 등을 통해 고상지의 애정이 표현됐다.

고상지는 자신의 주군을 위해 하찮은 인간 소녀를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그 과정에 눈물까지 흘리는 피트를 특히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고상지는 "헌터x헌터는 거대한 세계관으로 형성된 애니메이션"이라면서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지브리나 신카이 마코토 작품 외에는 애니메이션을 홀대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떤 문학작품과 비교해도 흠 잡을 수 없는 하나의 장르"라고 여겼다.

앨범에는 균형감을 맞추기 위해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지 않은 곡들도 실었다. 수명이 인간에 비해 짧은 반려동물을 보며 죽음에 관해 생각한 단상을 담은 '14 이어스 애프터(years after)', 빵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제빵사의 아침', 뮤지션 이적 등과 함께 낮술을 마시며 알파고와 바둑기사 이세돌과 대결을 지켜봤던 기억을 담은 '낮술' 등이다.

【서울=뉴시스】 고상지 정규 3집 '피트의 눈물' 커버. 2017.12.12. (사진 = 프라이빗커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상지 정규 3집 '피트의 눈물' 커버. 2017.12.12. (사진 = 프라이빗커브 제공) [email protected]

반도네온은 국내에서는 아직도 낯선 악기다. 고상지가 반도네온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악기 자체보다 탱고와 작곡에서 연유됐다. 탱고를 깊숙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끌렸다. 탱고 음악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도 독특하다. 게임 음악의 OST에 매료된 것이 출발이다.

하지만 순수한 탱고 음악 자체의 뿌리도 지킨다. 지난해 바이올리니스트 윤종수, 재즈피아니스트 최문석과 함께 내놓은 두 번째 정규 앨범 '아타케 델 탱고'는 피아졸라와 가르델의 탱고를 커버한, 연주자로서의 앨범이었다.

고상지는 "커버곡이 중요한 것이 내가 편곡을 해서 색깔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작곡자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면서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은 작곡 작업은 내 색깔이 더 드러난다. 이런 작업들을 병행하고 싶다"고 바랐다.

 내년 1월6일 오후 7시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어드벤처 2018'라는 제목으로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연다. 고상지가 연주 하는 동안 탱고 댄서 공중곡예사 에어리얼리스트가 묘기를 보여준다. 고상지는 "탱고와 서커스는 아슬아슬한 점이 닮았다. 그건 삶과도 연결된다. 공연에서 그런 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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