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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렌트푸어' 대학생에게 기숙사는 그저 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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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12/15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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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5만원짜리 방에서 자취하고 있는데 비싸고 안좋아도 뭐라고 할 수 없어요. 집주인이 무조건 2년 계약해야 한데요."

 지난 5일 밤 기숙사 신축 심의를 요구하며 서울시청 앞에서 밤을 새던 한양대학교 1학년 김능회군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이같이 설명했다.

 얘기를 듣는 순간 대학가 인근에서 자취중인 기자는 자신의 집을 떠올렸다. 5평 남짓 좁은 공간과 이달내야 할 월세 45만원이 머리를 스쳤다.

 김군의 방은 곧 서울지역 월세 세입자들의 방이다. 부동산 앱 '다방'이 지난 8월 한양대 등 서울소재 대학 10곳의 매물을 분석했더니 평균 보증금은 1378만원, 월세는 49만원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월세 정돈 충분히 버는 것 아니냐고 넘겨짚을 수 있지만 이는 오산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올 6월 대학생 1061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학생들은 주당 18.6시간을 일했다. 올 최저임금 6470원으로 계산하면 월 48만1368원이 최대치다. 버는 돈 전부를 쏟아 부어야 겨우 월세를 낼까 말까다.

 대학생들은 학교를 다니며 빚을 내 전세살이하는 '렌트푸어'나 집을 사도 이자 부담에 시달리는 '하우스푸어'를 예습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월세 걱정을 해결할 실마리가 기숙사다. 월 25만7000원(한양대 2인실 기준)짜리 기숙사에 들어가면 월세를 내도 20만원 넘게 남는다. 아르바이트 시간을 줄이고 공부에 집중할 수도 있다.

 그런데 기숙사가 별로 없다는 게 문제다. 한양대 재학생 2만119명중 기숙사 '혜택'은 고작 12.5%인 2524명에게만 돌아간다. 서울지역 대학들로 범위를 넓혀도 기숙사 수용률은 16.1% 수준이다.

 학생들의 요구는 매주 18시간 아르바이트에 쫓기지 않도록 기숙사라는 숨 쉴 공간을 만들어 달란 것이다. 한양대 학생들은 일단 800여명 공간이라도 짓자고 서울시청앞 바닥에서 추위를 견뎠다.

 이 같은 호소가 담긴 기사에 누리꾼들은 응원과 지지를 보냈다.(본지 12월10일자 2년 기다린 기숙사…"추위보다 무서운건 월세")

 "대학생이 이기적인 게 아니다", "공부만 해도 모자랄 시간에 저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다니" 등 공감과 걱정이 줄을 이었다.

 물론 임대업자들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기숙사가 들어서면 임대업자들은 생계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해당 지역구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도 청년 렌트푸어보다 임대업자들의 손을 들어줬다고 한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오른 월세를 깎아주지도 않으면서 대학생들의 형편은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영하 4도 추위 속에 밤을 새운 건 학생들이지만 기숙사 신축 결정은 결국 어른들 손에 달렸다. 교통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 등 사전절차를 거쳐 성동구청의 인허가가 필요하다.

 이제 어른들이 고민할때다. 청춘을 아프게 하고 랜트푸어의 설움을 계속적으로 느끼게 할 건지, 아니면 기자회견에 함께한 서현 한양대 건축학과 교수 말처럼 "새롭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끝없이 같이 갈" 것인지.


 lim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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