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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굴욕 외교? 한쪽 면만 부각한 편협한 평가

등록 2017.12.19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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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두고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굴욕외교' 공세가 거세다. 문 대통령 영접을 차관보급인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아주담당 부장조리가 나온 점, 10끼 가운데 8끼를 '혼밥'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찬밥 신세를 당했다"는 게 비판의 주요 요지다.

 게다가 문 대통령 수행 기자들이 중국 측 경호원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는 불상사까지 벌어졌으니 일견 이같은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국빈 방문치고는 어딘가 의전이 초라해 보이긴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올해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 측이 경제적 보복에 나서자 우리 경제는 적잖은 충격에 휩싸였다. 일거에 수출 길이 막혔고, 중국인 관광객은 일제히 한국 발길을 끊었다. 중국 공연이 예약돼 있던 한류의 주역들도 줄줄이 취소 통보를 받아야 했다.

 이처럼 양국 경제 협력에 차질을 빚으면서 우리 뿐 아니라 중국 측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 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와는 분명 차원이 다르다. 우리가 중병을 앓는 수준이 됐다면, 중국은 기침 한두번 한 정도다. 양국 경색관계가 지속될수록 어느 쪽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지는 굳이 따질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 회복이란 성과물을 연내에 서둘러 만들기 위해 방문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고도 한다. 그런 점이 이번 방중에 따른 논란의 한 원인일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의 경제 피해를 생각하면 그건 지엽적인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 문 대통령은 방중기간에 시진핑 수석과 리커창 총리를 잇달아 만나면서 양국 경제교류의 물꼬를 다시 트는 계기를 마련했다. 벌써 일부 수출 기업에서는 긍정적 시그널이 중국 측으로부터 전해지고 있다고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경제 피해가 확산될 가능성을 상당 부분 조기에 제어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방중 일정이 청와대 발표대로 극진한 예우의 연속이라고는 보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야권의 주장대로 굴욕으로 평가하는 것은 그야말로 한쪽 면만 부각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외교는 분명 상대국이 있는 게임이다. 약소국 입장에서는 외교 관계에 있어서 다소 설움이 생길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국민을 위한 길을 좇아야 하는 게 정답이다. 그게 진짜 외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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