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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프로야구 FA규정 개선책, 정답은 '등급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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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12-22 08: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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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문성대 기자 = 국내 최고 타자로 손꼽히고 있는 김현수가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다. 몸값은 예상대로 100억원을 훌쩍 넘겼다. 보통사람들에게는 천문학적인 거액이다.

"FA 거품이다", "LG의 과잉 지출이다", 말도 많다. 그러나 LG는 진심으로 김현수를 원했다. 150㎞가 넘는 강속구를 누구보다 잘 때려내는 능력, 날카로운 변화구를 좌우로 보내는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재능을 샀다. 더 강한 전력을 구축하기 위해 출혈을 감수했다.

김현수뿐 아니다. 황재균(kt 위즈) 4년 88억원, 손아섭(롯데 자이언츠) 4년 98억원, 강민호(삼성 라이온즈)와 민병헌(롯데) 80억원 등 특급계약은 곧팀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특정선수의 가치가 매년 폭등한다는 증거다.

대형 FA 선수들이 이처럼 자유롭게 계약하는 반면, 중소형 FA 선수들이 보금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FA 선수를 데려가는 구단이 내줘야하는 보상금과 보상선수 규정 때문이다. 구단은 영입 선수의 전 시즌 연봉 300%를 지급하거나 연봉 200%에 보상선수를 내줘야한다. 각 구단이 A급이 아닌 선수들을 데려오는 데 선뜻 지갑을 열지 않는 이유다.

중소형급 선수들은 결국 원소속팀으로 되돌아가게 마련이다. 이종욱, 손시헌, 지석훈은 시장에 나왔다가 원 소속구단인 NC 다이노스와 계약했다. 보상 탓에 미아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몸값은 떨어지게 돼있다.

보상선수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채태인, 최준석, 이대형, 이우민의 원 소속구단은 보상선수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럼에도 이들에게 손짓하는 구단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FA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현 가능성이 높은 대안은 '등급제'다. A급 선수에게는 보상을 인정하고, 그 아래 등급 선수의 보류권은 풀어주는 등 보상을 덜어주자는 취지의 제도다. 일본프로야구가 시행 중이다.

프로야구 관계자는 "등급제를 실행해 보상 규약이 사라진다면 더 많은 FA 선수들이 원활한 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등급제가 선수들의 몸값을 낮추고,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는지는 물론 미지수다. 많은 보완이 필요하겠지만, 부자 구단의 선수 싹쓸이도 가능한 게 아닌가. 깊은 논의를 거쳐야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KBO 관계자는 "등급제는 여러 가지 FA 개선책 중 하나다. 실현 가능성은 50% 정도라고 본다. 각 구단의 입장차가 있기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가장 가능성이 높은 제도라고 본다. 내년 1월 실행위원회가 등급제 등 여러 안을 놓고 논의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10년 이상 열심히 뛰어 힘겹게 FA 자격을 따낸 선수들의 노력이 과도한 규약에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 경쟁력이 충분한 베테랑 선수도 규약으로 홀대받아서는 안 된다.FA는 선수들에게 직장 선택의 자유를 주려고 만든 제도다. 규약이 선수의 권리를 침해하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하는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

기존의 제도는 중소 FA 선수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있는 꼴이다. FA 시장에 나와도 타 구단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면, 이 제도는 허울만 남게 된다.구단과 선수 모두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프로스포츠를 선도하는 프로야구가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 윈윈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스포츠부 차장 sdm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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