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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특검 복덩이…그건 면죄부가 아니다

등록 2017.12.21 13: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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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2년6개월? 집행유예가 아니고?", "혹시 1년6개월을 잘못 들은 거 아니야?"

 최순실(61)씨 조카 장시호(38)씨의 1심 선고가 이뤄진 이달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서관 2층에 위치한 기자실 분위기는 대략 이랬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장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구속기소됐다가 1심 재판 중 구속기간이 만료돼 지난 6월 석방됐던 장씨는 이날 선고후 다시 구치소 호송차를 타야했다.

 이날 선고는 예상을 깬 결과였다. 대부분 형사 사건에서 선고형량이 구형량보다 낮게 나온다는 점을 감안할때 그렇다.

 앞서 이뤄진 결심에서 검찰은 장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그러면서 "장씨가 실체 규명에 적극 참여한 점을 참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기자들 사이에서도 "검찰이 사실상 집행유예를 받게 해주기 위한 구형을 했다"는 말이 돌았다. 장씨는 '특검 복덩이'로 불렸고, 검찰이 구형 배경을 말하며 그 부분을 강조까지 한 상황이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이러다보니 선고 후 일부에서 "이러면 앞으로 누가 수사에 협조를 하겠느냐"는 말이 돌았다. 일리가 있는 우려였다.
 
 그런데 관점을 바꿔 조금만 차분하고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장씨는 삼성·그랜드코리아레저(GKL)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강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사기,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이 중 GKL 후원 중 1억5000만원이 조기 집행된 부분을 제외하고 장씨에게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장씨는 이모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두 사람의 권한과 영향력을 이용해 기업 관계자 등을 압박했다. 그리고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영재센터에 총 18억여원이라는 거금을 후원하게 했다.
  
 자신이 차명으로 운영하던 회사 계좌로 이체하는 수법을 통해 이 중 3억원을 횡령했다.

 부담금을 허위 기재하는 방법으로 문화체육관광부 담당 공무원을 속여 국가보조금 약 2억4000만원을 빼돌렸다. 그냥 사기도 아닌 '국민 혈세 사기'였다.

 나랏돈을 부정하게 교부받은 사건을 판결을 할 때 재판부가 '국민이 피해자'라고 명시하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범죄의 중대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사실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은 국정농단이 아닌 '국정농단이 밝혀지며 함께 드러난' 사건들이다.

 개인만 놓고 보면 그렇게 할 수 있을만한(그래선 안되지만) 지위에 없는 '외부인' 최씨, 장씨, 차은택씨 등이 대통령과의 사적 관계를 악용한 사건이 바로 국정농단이다. 그로 인해 타인이 느낄 수 밖에 없는 두려움을 이용해 온갖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다녔다.

 한편에선 "구형량보다 높은 처벌이 내려진 게 자연스럽진 않지만 장씨 범죄사실에 비춰보면 징역 2년6개월도 재판부가 많이 감경해 준 것"이라고 말한다. 1심 재판부 역시 "진실을 규명하는 데 적극 협조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말했다.

 1심 형량이 이렇다 저렇다 말하려는 것도 아니고 장씨가 수사에 도움을 준 행동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장씨의 수사 협조는 평가받을 만한다. 자신이 지은 죄를 사죄하는 차원에서도 옳은 선택이었다.  

 다만 '특검 복덩이'라는 이미지에 가로막혀 장씨가 '국정농단 사범'이었다는 엄연한 사실을 놓쳐선 안 된다. 장씨가 자신의 죄값을 치르는 건 당연지사다. 어느 순간부터 이런 원칙을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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